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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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기욤 뮈소'.

그의 작품은 사랑과 감동을 선사하기에 언제나 찾아읽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캐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의문을 풀어줄 비밀의 방문이 열린다!


인생은 소설이다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서른아홉 살의 작가 '플로라 콘웨이'.

사회공포증을 앓고 있어 노골적으로 대중과의 접촉을 피하기에 신비주의의 베일 속에 가려진 그녀는 해마다 그해에 출간된 소설 전체를 평가해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소설이든 다른 예술 분야의 창작물이든 일단 세상에 선을 보이고 나면 작품은 작가와는 별개로 자체의 의미를 갖는다" - page 12


21세기 최고의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란 사실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4월 12일.

당시 세 살이던 딸 캐리 콘웨이와 플로라는 여느 때처럼 숨바꼭질을 하게 됩니다.

7층 자택에서 캐리와 술래가 된 플로라는 숨바꼭질을 시작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캐리를 찾지 못하게 된 플로라는 점점 기분이 꺼림칙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닙니다.

집 안을 한 바퀴 다 돌아보고도 캐리를 찾아내지 못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순간 머릿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캐리, 엄마가 졌으니까 이제 숨어 있지 말고 나와." - page 23


온몸은 으슬으슬 떨리는 가운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하게 맺히게 되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통로 바닥에 캐리의 실내화 한 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짝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큰 충격에 휩싸인 플로라는 경찰을 부르게 됩니다.


경찰의 수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막상 집안을 출입한 이의 흔적도 없었고 수사의 진척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캐리는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플로라는 핵심적인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막연한 느낌이지만 분명한 사실...


현재 내 주변에서 펼쳐지고 잇는 이야기들이 사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내가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조건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누군가 막후에서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 줄을 잡아당겼다가 풀었다 하면서 나를 마음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 조종당하고 있을까? - page 89


그리곤 또 다른 작가가 등장합니다.

올해 나이 마흔다섯 살의 열아홉 권의 소설을 발표한,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로맹 오조르스키'.

그가 언젠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할 때 가장 흥분되고 짜릿한 순간이라면 아마도 작가인 내 의사와 무관하게 등장인물이 자신의 의지로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 page 99


소설을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 가운데 하나가 다짜고짜 자신을 불러 세우는 것입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플로라 콘웨이.

그래서 그는 플로라 콘웨이가 있는 픽션 세계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소설을 중단할 생각입니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바로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작가라고 해서 소설을 마음대로 끝내서는 안 되겠죠." - page 147


과연 로맹은 픽션과 현실을 오가며 그 끝을 어떻게 장식할지...

나 역시도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캐리의 실종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최근에 읽었던 정명섭 작가의 『추락』에서의 일침이 엿보였습니다.

 


그저 오락거리이자 조롱의 대상을 찾는 언론.

그런 언론에게 '작가'만의 방식으로 일침을 가하게 되는데...

이건 소설을 읽으면서 느껴보시길!


'작가'라는 직업이 참으로 어렵구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저 역시도 어렵기만 한 세계.

픽션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는 그들의 노고.

덕분에 그 호사를 제가 누리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도 현실이라 여기지만 누군가에겐 픽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도 작가일 수도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경계의 어디에 서 있을까...? 란 재미난 상상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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