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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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들.

특히 올해엔 연일 화제를 몰고 왔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부부의 세계>

사랑과 맹세로 맺어졌던 부부가 파국을 맞았을 때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드라마.


"부부는 뭐였을까

함께한 시간들은 뭐였으며

그토록 서로를 잔인하게 몰아붙인 건 뭐였을까"


그야말로 '부부'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노르웨이판 '부부의 세계'가 등장하였습니다.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떨지 한번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결혼의 시작과 종말, 그러져가는 사랑에 관한 기록


결혼의 연대기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존과 티미.

이미 존은 전처와 딸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티미에게 자꾸만 이끌리게 된 존은 몇 년 전 부부가 된 아이 엄마와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사랑했던 여인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나는 매우 어린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된 그녀를 처음에는 '향기풀'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슬픈 꿀'이라 불렀고 마지막에는 '눈먼 엉겅퀴'로 바꿔 불렀다. 물론 이것은 나 혼자 그녀를 그렇게 지칭하는 것일 뿐, 한 번도 그 이름을 아이 엄마에게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자신이 어떤 풀로 불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태도에서 그 미묘한 변화의 정도는 감지했을 것이다. - page 74


미혼의 젊은 처녀와 아이가 있는 젊은 아빠.

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려서 결혼을 하게 되었으면 서로에게 충실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이 부부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티미에게 호감이 있어 보이는 한 남자.

처음 강단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낯이 익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 집도 그리 멀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자주 다니는 쪽이었습니다.

그녀 역시 그에 대해 호감이 있었고 이런 감정을 존에게 서슴없이 얘기하는 모습은 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 존의 이야기 역시도 내 상식으론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둘은 서로의 쿨함을 자랑하는 게 아닌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대체 무슨 의미겠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맞는 거잖아.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이 더 행복하다고 해도, 나는 예전과 똑같이 당신을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당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의 그 결정을 지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당신을 지지할 거야."

"그런데, 여보."

"왜?"

"잠깐만 조용히 해 봐."

"내가 말이 너무 많지, 나도 알아."

"아니, 말은 많이 해도 돼. 그런데 아무 말이나 막 하지는 마." - page 107 ~ 108


결국 티미도 존이 아닌 그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 둘은 짜릿하고도 강력했던 그 감정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소멸하면서 차가운 냉기만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전처가 했던 그 말.

자신이 하기에는 힘든 일이니 신에게 기대서라도 그 소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울부짖었던 그 말.


"마지막으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더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렇구나.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 하지만 그렇게 듣고 싶지 않다면 나도 이쯤에서 포기할게.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얘기를 해야겠어.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 page 80 ~ 81


존에게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가 외친 대사를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본능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야

여자라고 바람필 줄 몰라서 안 피는 게 아니야

다만 부부로서 신의 지키며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제하고 사는 거지"


'부부'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다시 되물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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