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포착하는 예측의 비밀, 개정판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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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예측 천재의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한 제안'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에선 롬니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네이트 실버는 오바마의 승리를 점쳤었고 결국 그의 예측이 모두 맞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그가 이렇게 예측할 수 있었던 것.

자신만의 통계학과 예측 철학이 있었고 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만날 미래는 "예측의 질"에 달려 있다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 이후 '예측의 천재'로 급부상하였지만 2016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그의 명성이 한차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을 보며 그는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COSID-19 팬데믹,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그렇게 그가 예측 전문가로서 갖는 소회와 성찰, 각오가 이번 개정판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온갖 소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정치는 물론이거니와 경제, 스포츠, 기후 등...

무수한 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는 과정을 책에서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조금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여전히 어려웠지만...)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1부와 2부에서 금융위기, 경제예측, 정치, 전염병 등 예측 문제의 성공과 실패를 진단하고,

3부와 4부에서는 책에서 주로 다룰 해결책으로 '베이즈 정리'를 적용해 탐구하며 마지막엔 사회 전체를 위협적인 문제에 대해 맞설 각오를 가지며 해결 방법을 모색해보자며 좀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한 노력을 강구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베이즈 정리'란 무엇일까?

베이즈 정리는 조건부확률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 아래 이론이나 가설이 참이나 거짓일 확률을 따진다는 말입니다.

쉬운 예시로

'나의 배우자가 날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에 대한 베이즈 정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처럼 베이즈 정리는 덧셈, 뺄셈, 곱셉, 나눗셈의 간단한 사칙연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공식이 아닌 유용한 결과를 얻기 위해 정보, 특히 사전확률 추정치를 입력하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때마다 계속해서 확률 추정치를 업데이트해야만 그나마 예측의 실패율이 적어지는, 그야말로 까다롭지만 조금 더 진리에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신호는 진리다. 소음은 우리가 진리에 다가서지 못하게끔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한다. -  page 69

 

그렇기에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기 위해선 '과학적 지식'과 '자기인식'을 동시에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일러주고자 하였습니다.

 

유레없는 재앙인 COSID-19 팬데믹.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보다 겸손하게, 그리고 꾸준한 관심으로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는 안목을 길러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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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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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엄마의 말뚝』『나목』등...


그래서 그녀의 작품보다 그녀의 진실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작가', '한국 문학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더없이 어울리는 작가 중 한 명.

한국 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그녀, '박완서'.

비록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새해가 밝았으니 11년째 되는 해가 되겠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이번에야 깨달았습니다.

'박완서'님은 '박완서' 님이다.

그녀의 글은, 언어는 세대를 초월해도 대체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가 쓰는 언어가 이렇게나 유의미하게, 따스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 장부터 시작된 그녀가 내어준 그 길...

그 '길'로 하여금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와 결국은 어머니와 같은 '품'으로 보듬어주었습니다.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 page 15


같은 일상이라도 그녀에게만 보이는 그 미세한 차이.

아마도 이걸 '관심'이라고, '사랑'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시선이 고스란히 이야기에 담겨있어서 음미하면서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마 마지막 장을 쉬이 읽어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면 또다시 각박한 세상을 마주하게 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전해준 깊은 '감동'이 가슴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으로 보석 같은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에게 위로가 되어준 이 이야기...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 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 대여섯 번도 더 연속 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요새 같은 장마철엔 제법 콸콸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보통 때는 귀 기울여야 그 졸졸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 - page 110 ~ 111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그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주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에게 그녀의 이야기는 제 영혼의 상처의 만병통치약이었고, 그만큼 효능이 있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고 30대 후반이 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현재의 인간관계에서뿐 아니라 지나간 날의 추억 중에서도 사랑받은 기억처럼 오래가고 우리를 살맛 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없습니다.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예수님도 말씀하셨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너희들 모두모두 행복하라는 말씀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 page 139 ~ 140


모두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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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미술관 - 동서양 미술사에서 발견한 닮은꼴 명화 이야기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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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명화' 이야기엔 동서양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서양의 명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요즘 들어 동양의, 아니 우리의 명화들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솔깃하였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명화에서 '닮은꼴'이 있다니!

같은 '주제'를 나름의 특색을 담은 명화 이야기.

그 새로운 그림 감상법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서양화가 쉬워지고

낯설었던 우리 그림이 가까워지는

단 한 권의 책!


데칼코마니 미술관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의 명화가 서양만큼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각 시대마다 뛰어난 화가들이 있었을지언정 그들의 활약을 담은 작품들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 그래서 작품의 폭이 조금 줄어듦을 느낄 때 오는 아쉬움...

그래서 앞서 저자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우리 회화의 기법이나 변천을 살피는 데 인물화 연구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아직도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왕실이나 문중의 사당과 같은 특정한 장소에 봉안돼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 회화사를 빛나게 하는 자화상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 page 16 ~ 17


그럼에도 우리의 명화가 서양 못지않게 뛰어남을 느낄 때 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구스타프 클림트 <다나에>와 신윤복 <이부탐춘> 작품.

<다나에>는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담은, 클림트의 특징인 섹슈얼리티가 가장 잘 드러나 있어 에로티시즘의 진수로 꼽히는데 이 작품을 우리의 신윤복과 연관 지었다는 점에서 놀라우면서도 재미났습니다.

​성리학 이념으로 무장한 조선시대에 과부를 등장시켜 에로틱한 장면을 만끽하도록 그린 <이부탐춘>.


과부의 표정은 사랑의 맛을 아는 듯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옆의 시종은 과부의 허벅지를 살포시 잡으며 알 듯 모를 듯한 짜릿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녀는 왼팔을 살짝 비틀고 움켜쥔 손으로 몸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표현들이 에로티시즘의 진수다. - page 55


요런 살짝살짝 비추는 표현들이 저에겐 오히려 서양작품보다 동양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매력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소나무에서 비죽 나온 가지와 솔잎으로 옮겨지고, 다시 새들의 사랑 놀음의 장면을 타고 두 여인이 즐기고 있는 사랑 유희의 결정판인 개들의 행위에 이른다. 노골적인 사랑의 표현임에도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두꺼운 비상식의 벽을 깨뜨리는 상식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page 56


 


그리고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작품인 에드바르 뭉크 <절규>와 김득신 <파적도>.

사실 <절규>라는 작품을 그림 속 인물의 감정을 중점으로 바라보곤 하였는데 '소리'라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가 등장하면서 저에겐 그림의 의미가 확장되곤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색채와 선, 구도, 형상 등을 결합해 설득력 있는 화면으로 창조했다. 붉은 구름이 넘실대는 하늘, 검푸른 산과 강을 따라 난 길도 출렁이는 듯 움직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을 표현했다. 역동적인 붓터치와 반대색의 강렬한 대비는 공포를 느끼게 할 만큼 격한 감정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귀를 막고 해골 같은 얼굴로 하얗게 질려 있는 인물은 작가 자신으로 보인다. 뒤틀린 자세와 놀란 표정이 다시 한 번 비명의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 page 143 ~ 144


김득신의 <파적도>는 한낮 조용하던 시골 농가 안마당 헤프닝을 그려내고 있지만 이 그림을 통해 화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소리는...


조용함을 깨트린 주범인 고양이는 검정색과 흰색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데, 포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때아닌 봉변을 당한 농부는 평민이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소리가 이 그림의 주제다. 탐관오리로 대변되는 지배층의 폐해가 그 소리는 아닐까. - page 146 ~ 147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미술관을 나와야 했습니다.

조금만 더 작품들과 만나고 싶은데...

아마도 이 아쉬움이 또다시 만날 날의 기약이겠지요...


닮은 듯 닮지 않은 동서양의 명화.

주제는 같을지언정 그 속엔 그 시대의 이념이, 화가의 가치관이 담겨 있기에 달랐기에 보는 재미를 선사해주었던 『데칼코마니 미술관』.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자신만의 미술관으로의 투어를 해 보는 건 어떨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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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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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겹게 보냈던 2020년이 지나가고 2021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엔 좋은 일만!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따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이 소설.


나오키상 수상작가 사쿠라기 시노가 전하는

사랑, 가족, 행복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영사기사이지만 이제는 수요를 잃어버려 거의 일마저 없는 '노부요시'.

그는 홀로 지내는 어머니와 함께 매주 월요일 통원치료에 동행을 하게 됩니다.

삿포로역 인근 백화점에서 메밀국수를 먹은 뒤 정형외과로 모시고 가곤 하는데 오늘은 어머니가 장어를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평소에는 접하지 못하는 음식.

마지막으로 먹었던 때를 떠올려보니 아버지의 칠일재 때 먹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 둘만의 가족장.


아버지의 칠일재에 어머니는 향후 공양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장어가 먹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 page 16


음식을 먹고 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웬일인지 어머니는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어머니네 동네 슈퍼에 들러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은 식품을 닥치는 대로 담은 뒤 집으로 돌아온 그와 어머니.

그것이 마지막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간호사로 야간엔 아르바이트로 가정경제를 이끌어가는 아내 '사유미'.

그녀는 아직까지도 부모님, 특히 엄마와 해소되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과의 연락을 뜸하게 지내던 중 엄마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다음 휴일에 조잔케이 온천에 가자꾸나. 아버지가 너 보고 싶다셔. 벌써 일흔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구나. 네 생일 축하는 네 남편하고 먼저 하겠지만 온천에서는 네 아버지 생일도 포함해서 또 건배하자꾸나." - page 42


최대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버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내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올해 안에 자리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 서로 조심하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지.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인생에는 고비라는 것이 필요하더구나. 일흔은 의외로 젊었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지만 말이다." - page 60


그렇게 노부요시와 사유미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조금씩 두 사람이 되어가는,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둘이었다가 다시 혼자가 되어 그 빈자리를 쓸쓸히 채우던 노부요시의 어머니 '데루'.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만 울컥!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음에도 계속 아버지와 둘이서 산다고 생각하며 그 공간을 지키던 데루의 모습.

이렇게 둘이 살아간다는 건 왠지 '그리움'이라고 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유미의 아버지가 보여준 둘이서 살아간다는 건...

 


비워진 공간에 대한 '채움'이었습니다.


노부요시와 사유미의 둘이서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버팀목'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하고 실컷 싸워 봐야 해."

"부부 싸움이요?"

"그래, 부부 싸움. 이유 있는 싸움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어. 말다툼이 필요한데도 피하기만 해서는 이로울 것이 없거든. 남자와 여자는 이유를 알고 타협점이 정해진 싸움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생각해." - page 116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되짚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지치고 힘겨웠던 저에게 따스한 '홍차'처럼 다가와 몸과 마음을 살포시 녹여주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누구를 위로하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을 살며시 전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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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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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가족'.

그래서일까...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소한 다툼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가족...

참 가깝고도 어려운...

그래서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읽게 된 이번 소설.

 

 "네가 우리 집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마키타가에 사는 네 여자.

집주인이자 일흔을 앞두고도 소녀 같은 엄마 '쓰루요'.

쓰루요의 딸이자 자수 작가인 '사치'.

사치의 동갑 친구이자 걸크러시 독설가 '유키노'.

유키노의 직장 후배이자 똥차남에게 약한 '다에미'.

 

이 네 여자는 평일 아침 일곱 시면 식탁에 둘러앉는 습관이 있습니다.

각자 자리에 앉아 아침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쓰루요와 사치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유키노와 다에미.

이렇게 네 여자의 기묘한 동거는 1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사치는 곧 있으면 마흔에 가까워지지만 정작 남자와의 연애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좋아하는 자수로 그나마 세상과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을 느끼며 의지할 곳은 엄마밖에 없음에 엄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사치와 친구가 된 유키노.

대학생 때부터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언제 망할지 모르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오래된 빌라에서 생활하던 중 그만 누수로 인해 사치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다에미는 생활력 없는 남자로 인해 폭력, 스토킹에 시달리던 중 유키노가 회유하면서 동거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평범히 살아갈 것 같은 이들.

그러다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바로 유키노가 지내던 방이 물난리가 일어나 잠시 사치의 방에 함께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4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열리지 않는 방을 청소해 그곳에서 생활하고자 했던 유키노.

 

그런데...

쌓여 있던 박스를 정리하다가 발견하게 된 '갓파 미라'.

사치와 유키노, 다에미는 그동안 아무 말이 없었던 엄마 쓰루요를 의심하게 되고 조금씩 파헤쳐 지는 진실은...

쓰루요의 젊었을 때 이야기에서부터 사치가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아빠 이야기까지!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사치의 '가족'의 의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로 됐어.'

이 한 마디가 전한 울림은 오랫동안 남곤 하였습니다.


유키노와 다에미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이 조금씩 '가족'의 모습을 갖춰갈 때 저 역시도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였습니다.

나에게 '가족'이란...


언젠가 싸워서 헤어질지도 모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언젠가 점점 소원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미래를 두려워해 꿈을 꾸는 것을 그만둔다면 동화는 영원히 동화일 뿐이다. 부화하지 못하고 화석이 된 알처럼 현실이 되는 길이 막힌다. 사치가 생각하기에 그건 너무 바보 같았다. 꿈을 꾸지 않는 현자보다 꿈을 꾸는 바보가 돼 믿고 싶다. 만끽하고 싶다. 동화가 현실로 바뀌는 날을. - page 279


나이도, 성격도, 지내온 삶도 다른 네 여자.

이들이 '한 집'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쓸쓸함'을, '외로움'을 겪어보았기에, 그리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걸로 됐다...

정말 충분히 가족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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