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겹게 보냈던 2020년이 지나가고 2021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엔 좋은 일만! 행복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따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이 소설.


나오키상 수상작가 사쿠라기 시노가 전하는

사랑, 가족, 행복에 대한 따스한 메시지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영사기사이지만 이제는 수요를 잃어버려 거의 일마저 없는 '노부요시'.

그는 홀로 지내는 어머니와 함께 매주 월요일 통원치료에 동행을 하게 됩니다.

삿포로역 인근 백화점에서 메밀국수를 먹은 뒤 정형외과로 모시고 가곤 하는데 오늘은 어머니가 장어를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평소에는 접하지 못하는 음식.

마지막으로 먹었던 때를 떠올려보니 아버지의 칠일재 때 먹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들 둘만의 가족장.


아버지의 칠일재에 어머니는 향후 공양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장어가 먹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 page 16


음식을 먹고 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웬일인지 어머니는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어머니네 동네 슈퍼에 들러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은 식품을 닥치는 대로 담은 뒤 집으로 돌아온 그와 어머니.

그것이 마지막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간호사로 야간엔 아르바이트로 가정경제를 이끌어가는 아내 '사유미'.

그녀는 아직까지도 부모님, 특히 엄마와 해소되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과의 연락을 뜸하게 지내던 중 엄마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다음 휴일에 조잔케이 온천에 가자꾸나. 아버지가 너 보고 싶다셔. 벌써 일흔이라니 믿기지가 않는구나. 네 생일 축하는 네 남편하고 먼저 하겠지만 온천에서는 네 아버지 생일도 포함해서 또 건배하자꾸나." - page 42


최대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버지가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내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올해 안에 자리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 서로 조심하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지.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인생에는 고비라는 것이 필요하더구나. 일흔은 의외로 젊었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지만 말이다." - page 60


그렇게 노부요시와 사유미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조금씩 두 사람이 되어가는,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둘이었다가 다시 혼자가 되어 그 빈자리를 쓸쓸히 채우던 노부요시의 어머니 '데루'.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만 울컥!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음에도 계속 아버지와 둘이서 산다고 생각하며 그 공간을 지키던 데루의 모습.

이렇게 둘이 살아간다는 건 왠지 '그리움'이라고 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유미의 아버지가 보여준 둘이서 살아간다는 건...

 


비워진 공간에 대한 '채움'이었습니다.


노부요시와 사유미의 둘이서 살아간다는 건...

서로의 '버팀목'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하고 실컷 싸워 봐야 해."

"부부 싸움이요?"

"그래, 부부 싸움. 이유 있는 싸움을 많이 해 봤으면 좋겠어. 말다툼이 필요한데도 피하기만 해서는 이로울 것이 없거든. 남자와 여자는 이유를 알고 타협점이 정해진 싸움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생각해." - page 116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를, 삶의 의미를 되짚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지치고 힘겨웠던 저에게 따스한 '홍차'처럼 다가와 몸과 마음을 살포시 녹여주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누구를 위로하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을 살며시 전해보는 건 어떨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