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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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가족'.

그래서일까...

그동안은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들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소한 다툼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가족...

참 가깝고도 어려운...

그래서 다시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읽게 된 이번 소설.

 

 "네가 우리 집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마키타가에 사는 네 여자.

집주인이자 일흔을 앞두고도 소녀 같은 엄마 '쓰루요'.

쓰루요의 딸이자 자수 작가인 '사치'.

사치의 동갑 친구이자 걸크러시 독설가 '유키노'.

유키노의 직장 후배이자 똥차남에게 약한 '다에미'.

 

이 네 여자는 평일 아침 일곱 시면 식탁에 둘러앉는 습관이 있습니다.

각자 자리에 앉아 아침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쓰루요와 사치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유키노와 다에미.

이렇게 네 여자의 기묘한 동거는 1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사치는 곧 있으면 마흔에 가까워지지만 정작 남자와의 연애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래서 좋아하는 자수로 그나마 세상과의 끈을 이어가고 있지만 점점 불안과 두려움, 외로움을 느끼며 의지할 곳은 엄마밖에 없음에 엄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사치와 친구가 된 유키노.

대학생 때부터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언제 망할지 모르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오래된 빌라에서 생활하던 중 그만 누수로 인해 사치의 집에서 살게 됩니다.

다에미는 생활력 없는 남자로 인해 폭력, 스토킹에 시달리던 중 유키노가 회유하면서 동거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평범히 살아갈 것 같은 이들.

그러다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바로 유키노가 지내던 방이 물난리가 일어나 잠시 사치의 방에 함께 생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40년 가까이 방치되었던 열리지 않는 방을 청소해 그곳에서 생활하고자 했던 유키노.

 

그런데...

쌓여 있던 박스를 정리하다가 발견하게 된 '갓파 미라'.

사치와 유키노, 다에미는 그동안 아무 말이 없었던 엄마 쓰루요를 의심하게 되고 조금씩 파헤쳐 지는 진실은...

쓰루요의 젊었을 때 이야기에서부터 사치가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아빠 이야기까지!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사치의 '가족'의 의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로 됐어.'

이 한 마디가 전한 울림은 오랫동안 남곤 하였습니다.


유키노와 다에미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이 조금씩 '가족'의 모습을 갖춰갈 때 저 역시도 잠시 책 읽기를 멈추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였습니다.

나에게 '가족'이란...


언젠가 싸워서 헤어질지도 모른다. 특별한 이유 없이 언젠가 점점 소원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미래를 두려워해 꿈을 꾸는 것을 그만둔다면 동화는 영원히 동화일 뿐이다. 부화하지 못하고 화석이 된 알처럼 현실이 되는 길이 막힌다. 사치가 생각하기에 그건 너무 바보 같았다. 꿈을 꾸지 않는 현자보다 꿈을 꾸는 바보가 돼 믿고 싶다. 만끽하고 싶다. 동화가 현실로 바뀌는 날을. - page 279


나이도, 성격도, 지내온 삶도 다른 네 여자.

이들이 '한 집'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쓸쓸함'을, '외로움'을 겪어보았기에, 그리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걸로 됐다...

정말 충분히 가족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스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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