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미술관 - 동서양 미술사에서 발견한 닮은꼴 명화 이야기
전준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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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명화' 이야기엔 동서양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서양의 명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요즘 들어 동양의, 아니 우리의 명화들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솔깃하였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명화에서 '닮은꼴'이 있다니!

같은 '주제'를 나름의 특색을 담은 명화 이야기.

그 새로운 그림 감상법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서양화가 쉬워지고

낯설었던 우리 그림이 가까워지는

단 한 권의 책!


데칼코마니 미술관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의 명화가 서양만큼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각 시대마다 뛰어난 화가들이 있었을지언정 그들의 활약을 담은 작품들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 그래서 작품의 폭이 조금 줄어듦을 느낄 때 오는 아쉬움...

그래서 앞서 저자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우리 회화의 기법이나 변천을 살피는 데 인물화 연구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데 아직도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왕실이나 문중의 사당과 같은 특정한 장소에 봉안돼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우리 회화사를 빛나게 하는 자화상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 page 16 ~ 17


그럼에도 우리의 명화가 서양 못지않게 뛰어남을 느낄 때 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저에게는 구스타프 클림트 <다나에>와 신윤복 <이부탐춘> 작품.

<다나에>는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담은, 클림트의 특징인 섹슈얼리티가 가장 잘 드러나 있어 에로티시즘의 진수로 꼽히는데 이 작품을 우리의 신윤복과 연관 지었다는 점에서 놀라우면서도 재미났습니다.

​성리학 이념으로 무장한 조선시대에 과부를 등장시켜 에로틱한 장면을 만끽하도록 그린 <이부탐춘>.


과부의 표정은 사랑의 맛을 아는 듯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옆의 시종은 과부의 허벅지를 살포시 잡으며 알 듯 모를 듯한 짜릿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녀는 왼팔을 살짝 비틀고 움켜쥔 손으로 몸이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표현들이 에로티시즘의 진수다. - page 55


요런 살짝살짝 비추는 표현들이 저에겐 오히려 서양작품보다 동양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매력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인들의 시선을 따라가면 소나무에서 비죽 나온 가지와 솔잎으로 옮겨지고, 다시 새들의 사랑 놀음의 장면을 타고 두 여인이 즐기고 있는 사랑 유희의 결정판인 개들의 행위에 이른다. 노골적인 사랑의 표현임에도 그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두꺼운 비상식의 벽을 깨뜨리는 상식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page 56


 


그리고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작품인 에드바르 뭉크 <절규>와 김득신 <파적도>.

사실 <절규>라는 작품을 그림 속 인물의 감정을 중점으로 바라보곤 하였는데 '소리'라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가 등장하면서 저에겐 그림의 의미가 확장되곤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색채와 선, 구도, 형상 등을 결합해 설득력 있는 화면으로 창조했다. 붉은 구름이 넘실대는 하늘, 검푸른 산과 강을 따라 난 길도 출렁이는 듯 움직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명을 표현했다. 역동적인 붓터치와 반대색의 강렬한 대비는 공포를 느끼게 할 만큼 격한 감정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귀를 막고 해골 같은 얼굴로 하얗게 질려 있는 인물은 작가 자신으로 보인다. 뒤틀린 자세와 놀란 표정이 다시 한 번 비명의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 page 143 ~ 144


김득신의 <파적도>는 한낮 조용하던 시골 농가 안마당 헤프닝을 그려내고 있지만 이 그림을 통해 화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소리는...


조용함을 깨트린 주범인 고양이는 검정색과 흰색이 강한 대비를 이루는데, 포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때아닌 봉변을 당한 농부는 평민이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소리가 이 그림의 주제다. 탐관오리로 대변되는 지배층의 폐해가 그 소리는 아닐까. - page 146 ~ 147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미술관을 나와야 했습니다.

조금만 더 작품들과 만나고 싶은데...

아마도 이 아쉬움이 또다시 만날 날의 기약이겠지요...


닮은 듯 닮지 않은 동서양의 명화.

주제는 같을지언정 그 속엔 그 시대의 이념이, 화가의 가치관이 담겨 있기에 달랐기에 보는 재미를 선사해주었던 『데칼코마니 미술관』.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자신만의 미술관으로의 투어를 해 보는 건 어떨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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