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 품위 있는 인생 후반기를 위하여
임성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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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단 하나에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독서법'.

그래서 다른 이들의 독서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묵상독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인생을 독파하는 독서법, 묵상독서

그 어느 때보다 삶의 성찰이 필요한 요즘.

어떻게 읽어 내려가는지에 대해 한 수 배워보려 합니다.

고요한 사색, 독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영혼의 치유

"고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깊이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독서라는 행위의 참된 의미입니다."

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아마 다들 그럴 겁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려운 우리의 삶...

젊은 날 치열하게 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해 후반기에 돌입하더라도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어디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독서'가 바로 그 답이 되어준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24시간 세상과 연결되어 그 어느 때보다 소음이 가득한 오늘날, 책을 읽을 때 찾아오는 정적이 우리를 일상으로부터 잠시 떨어트려놓음으로써 그동안 귀 기울일 수 없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게 합니다.

사색과 침묵의 시간의 필요성.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데 최적화된 독서법이 바로 '묵상독서'라 하였습니다.

왜 우리는 독서를 해야 하는가? 존재를 위한 독서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계속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중세 수도승들이었습니다. 여러 책들을 통해 깨달은 것은 그들에게 독서란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행위였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삶으로 살아내고자 애썼습니다. - page 14

'묵상'이라는 행위를 독서에 접목하여 글이 아닌 인생을 읽어내며 삶을 돌보기 위한 명상을 하였던 그들.

그리하여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읽어온 수백 권의 책들 중 한 70여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어떤 삶을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이 생긴 책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책에서 일부가 소개되다가 2021년 비로소 출간된 『에티 힐레숨』.

1914년 네덜란드 미델버그에서 고전어 교사인 아버지와 러시아 출신이며 러시아어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티.

에티의 두 동생들이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았듯이 가정의 분위기가 온전하지 않았었고 에티 역시도 20대 초반 일기를 보면 성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 1941년부터 유대인 심리치료사 율리우스 슈피어를 만나면서 인생의 대전환을 맞이하게 되는데...

슈피어를 만나면서 성경을 비롯해 많은 책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특히 릴케와 도스토예프스키, 푸시킨, 아우구스티누스를 즐겨 읽었고 성서도 반복해서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슈피어와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어느 날부터 에티는 자신이 묵상 중에 내면의 가장 깊은 존재를 만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는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에티는 내면의 '존재'가 '생각하는 정신'과는 다른 근원적인 에너지와 같은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에티는 말합니다.

"생각으로는 감정의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다. 전혀 다른 것이 필요하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조각 영원과의 접촉을 회복해야 한다. 깊고 변함없는 근원에 의존해서 살아야 한다." - page 131

그리하여 에티에게 독서는 자신을 만나는 독서, 영혼을 만나는 독서였고, 그것은 곧 영혼을 돌보는 독서였습니다.

우리를 영혼으로 이끄는 것, 그것은 진정한 자기, 제 영혼에 닿고자 애쓰는 지적 탐구가 그 출발점이라는 것을 일러주었던 에티.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려 합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멈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무엇인가 움켜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 침묵하는 것, 귀를 기울이는 것, 자기 안에 오랫동안 억눌렸던 것을 풀어놓고 화해하는 것.

정신을 가다듬고 나의 참된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지, 고요함 속에서 나의 고집을 내려놓는 것, 삶의 속도를 늦추고 생명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 무절제한 소비를 줄이고 정도와 중심을 추구하는 것,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실천하는 것, 이 모든 '멈출 것'이야말로 우리의 기본권이며,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바로 이는 수도원이 우리에게 권한 것이었고 이제 우리는 실천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또한 『독서의 역사』 책을 쓴 알베르토 망구엘이

"독서는 숨 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인 기능이며,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또 어디쯤 서 있는지를 살피려고, 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읽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다"

말한 것처럼 우리 존재의 근원인 영성을 잊어버리지 않고 자각하기 위해선 '독서'가 필요함을.

덕분에 진정한 독서의 의미를 새기게 되었습니다.

사색의 새로운 이름 '묵상독서'.

저도 이와 걸맞은 책들을 집어 들고 묵묵히 나아가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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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정욱 지음 / 북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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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세탁소가 있다면 어떨까?

책을 읽기 전 즐거운 상상...?!

과연 소설 속에선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였습니다.

"리셋으로 꼬인 미래를 세탁한다.

그게 저희 일이잖아요?"

전대미문 '미래세탁소' 개업

사라진 내일의 문제를 해결해드립니다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서른넷, 서울 상위권 대학을 나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금융 기업 오성증권에 입사한 '남태오'.

하지만 그는 강남에서 나고 자란 회사 동기들이 벤츠니 BMW니 하는 차를 살 때 36개월 할부로 간신히 아반떼를 사는 게 고작인, 선후배들이 주말마다 골프 라운딩을 가고 호캉스를 즐기는 동안 열 평 남짓한 원룸 오피스텔에서 게임을 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처지였습니다.

때마침 2018년 이후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가상화폐의 가치가 끝 간 데 모르고 치솟았고 거기에 '영끌'을 시도해 투자를 하였습니다.

가상화폐가 자신을 저 위 세상으로 데려다주리라 확신하고 있었는데 전 세계의 경기를 부풀리던 거대한 거품이 터져버리게 된 것입니다.

사실 회삿돈을 횡령해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던 태오.

2022년 12월 31일 3년 만에 열리는 보신각 타종 행사로 모여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회사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데...

그런데 어째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폐의 충격이 서서히 사라지며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충격이 있었던 등은 물론, 팔과 다리, 머리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었다. 태오는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 page 13

그가 누워 있는 곳은 5년 전 살던 자취방이었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새해를 환영하는 현수막에는 '2023년'이 아닌 '2018년'.

사소한 일들은 필요 없었다. 비트코인의 등락, 어떤 주식이 상한가를 쳤는지, 부동산 폭등이 시작된 시기가 언제인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했다. 태오는 영화나 소설 속 시간 회귀물의 주인공들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미래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린 주인공들. 자신도 그들 못지않게 잘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이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 page 17

자신의 인생이 리셋되어 두 번째 기회가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2018년에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 '미연'을 통해

'리셋'.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전 세계 사람들이 5년 전 과거로 돌아와버린 그날을 그렇게 불렀다. - page 25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5년 전으로 돌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리셋이 되었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까지 태오의 횡령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결국 회사를 관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남태오 씨죠? 저는 이찬신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이찬신 씨라고요? 알배추마켓?" - page 30

유명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ABC트레이더스'의 대표 찬신이 그에게 제안을 합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없던 일로 해준다니 그걸로 깔끔하게 사라지면 좋을 텐데,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안 되잖아요. 어차피 다들 머릿속에는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니."

...

"그래서 리셋 이후에도 사라진 미래에 얽매여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여기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곳이에요. 제대로 미래를 세탁해주는 곳이죠. 저는 세탁소장이고요. 편하게 소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 page 39

그리하여 찬신과 함께 태오는 미래에 있었던 구겨지고 더럽혀진 잘못, 실수, 후회를 구김살 없이 펴서 리셋으로 생긴 사람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미래세탁소'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리셋 전 사고로 죽었다가 되살아난 아이돌 그룹의 리더, 리셋이 일어나 태어났던 딸이 태어나지 않게 된 부부, 회사 직원들에게 배신을 당한 대표 등...

의뢰인들의 미래 세탁을 도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과연 태오는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

"당신의 미래를 세탁해드립니다!"

리셋으로 미래의 후회와 실수를 지운다 하더라도 결국...

"발길 닿는 대로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리셋으로 사라진 미래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도왔어요. 최근 우리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은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셋의 피해자가 줄어든 건 아니더라고요."

태오의 말에 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래세탁소를 찾는 의뢰인들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게 리셋으로 인한 상처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포기하고 익숙해져갔을 뿐. - page 261

이 소설에서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익숙한 '타임리프' 소재.

하지만 익숙하기에 또다시 몰입하며 공감하며 읽었고 끝엔 실낱같은 희망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나에게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니, 안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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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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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의 권위 있는 추리문학상으로 추리소설적 완성, 최고의 단편에 수상하는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1985년에 제정되어 한국 추리문학의 성장을 견인해온 한국의 '에드거상'인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가장 뛰어난 단편 추리 소설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고 하였습니다.

이번 제17회 황금펜상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문예지와 단행본에 발표된 단편 추리 소설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고 하였습니다.

계간 미스터리 편집위원 김재희, 박상민, 윤자영, 조동신, 한수옥, 홍성호의 예심을 거쳐 문학 평론가 백휴, 박과육, 박인성 평론가가 본심을 진행한, 치열한 논의 끝에 수상한 이들.

솔직히...

추리문학을 좋아하지만 이런 상이 있었는지 몰랐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좋은 기회로 알게 되었고, 아는 작가님의 이름이 보여 더 반가운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뽑혔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추리소설적 감각으로 세상을 해부하며

올 한 해 장르적 결실과 문학적 성취를 이뤄낸 일곱 편의 작품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년 제17회



수상작 박소해 작가님의 <해녀의 아들>이 포문을 열었습니다.

팔심 평생을 물질로 살아온 해녀의 죽음.

얼핏 사고로 보였지만 곧 살인사건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거슬러 올라 아직 끝나지 않은 제주 4·3 사건과 관련이 있게 되고...

"나 말이 맞는지 니 말이 맞는지는 어디 한번 법정에서 따져보게. 이번 기회에 말없이 파묻힌 수많은 억울한 사연들이 양지로 나올 수 이시믄 좋으키여. 나가 재판받는 법정이 4·3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공론화할 기회가 되어줄지도 모르주."

...

"누구를 죽이지 않고서도 겅할 수 이서마씸.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헙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어수다."

승주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정말 겅할까? 주목을 끌잰 하믄 쇼가 필요한 법이라. 사람들이 잊으믄 쇼를 해서라도 강제로 기억하게 해사주게. 테러리스트들이 무사 테러를 하크냐?" - page 56

너무나도 먹먹했던 소설.

이 소설은 많은 이들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남았습니다.

잊지 말아야할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혼돈의 도가니, 4·3.

살암시민 살아진다.

누님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누구든지 살아 있으면 살아지리라. 누님이 저에게 넘겨준 생명을 ,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소중하게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고귀하다는 것을. 두 번 다시 4·3 같은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대개 '여성'이라 하면 희생자로 다루어졌던 여성상을 벗어나 파격적인 빌런의 모습으로 그려낸 서미애 작가님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

40피트 원기둥 형태의 건물 안쪽에 갇힌 채 죽임을 당한 여성, 그 여성의 불가해한 죽음을 파헤쳤던 김영민 작가님의 <40피트 건물 괴사건>

사회를 등지고, 가족으로부터도 은둔하는 주인공이 수상한 외국인 노동자 자히르를 만나면서 파멸, 몰락, 붕괴를 가져오는 모습을 그린 여실지 작가님의 <꽃은 알고 있다>

저에게 짜릿한 반전을 선사해 주었던 홍선주 작가님의 <연모>.

학교에서 사이코패스로 소문난 소녀 '소형'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주었던 교생 선생님 '민우'.

9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두 사람이 재회하게 되는데...

열망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소형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나는 그 모양새를 따라 입꼬리를 올린다. 소형이 눈을 감고 살짝 벌린 입술을 내게 내민다. 나는 고개를 숙여 반짝이는 그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갠다. 그사이 짧게 내뱉는 숨에 나의 쾌감이 실린다. - page 222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연모(戀慕)가 아닌 깊은 계책의 연모(淵謀)였음에!

반전에 저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부잣집 막내아들> 드라마를 오마주, 패러디한 느낌을 주었던 박순찬 회장의 생일잔치로 북적거리는 팔각관, 그 밀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홍정기 작가님의 <팔각관의 비밀>

마지막 강한 종지부를 남겼던 송시우 작가님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0대 여성 청소년 김윤주.

"... 그런데요, 형사님."

"뭐야."

"제 사건, 유명해요? 엄청 난리 났어요?"

김윤주의 눈이 뭔지 모를 만족감으로 빛났다.

"누가 그래?"

"어제 변호사님이요. 저 때문에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던데. 그정도예요?" - page 311

폭력적이고 잔혹한 가상 세계에 빠져들어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죄 없는 사람을 죽임으로 몰아내기까지...

이 소설은 세상 떠들썩하게 했던 2017년 인천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였는데 이미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도 다룰 만큼 '소년법'에 대해,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함을 일깨워주었었습니다.

7인 각양각색이었기에 재미있게 읽었던 이 책.

몰랐던 작가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황금펜상 수상작들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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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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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체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힐링 판타지 소설을 그렸던 작가 '변윤하'.

이번엔 더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눈()'

예로부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 여긴 눈을, 그리고 '보름달 안과'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눈을 통해 마주하게 될 이들은 누구일지...

저도 이 공간으로 함께 떠나보고자 합니다.

거울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신비한 공간

보름달 안과




까마귀가 울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그랬던가...

후드득 떨어지던 빗줄기 사이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을 느꼈던 '김은후'.

마치 꿈속에서 보았던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강렬하고 번뜩이는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검고 반짝이는 눈으로 까마귀가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낚아채 휙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까마귀를 쫓아가던 은후.

'거울을 되찾아야 해.'

그곳에서 낡은 창고의 열린 창문 속으로 까마귀가 날아들어 가는 게 보였고

"돌아가신 아빠 유품이거든... 그것만 돌려주면 뭐든 줄게. 반짝이는 거, 아니 원하는 거면 전부 다. 그 거울만 돌려줘."

마치 응답하듯 까마귀가 커다란 날갯짓을 시작했다. 까마귀의 날갯짓에 인 검푸른 바람이 몸에 닿았다.

"응? 뭐든 해줄 테니까, 제발." - page 17

그렇게 까마귀에게 손을 뻗는 순간!

화려한 금박 장식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저... 여긴 어디야? 분명히 창고에 있었는데..."

"안과야. 그래도 명색이 병원인데 다친 사람을 내쫓을 수 없어서 있게 하는 거야. 조용히 쉬다가 돌아가."

"안과? 여기가?"

...

"평범한 안과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너도 느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 page 21

묘하게 까마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선생과 신비하고 차가워 보이는 보조 미나가 진료를 보는 이곳 '보름달 안과'.

이곳에서는 환자가 살아온 인생,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 애정을 두는 장소, 감정의 색깔이나 영혼의 무게 같은 것들을 측정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환자 차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된 은후.

은퇴 후 투자 실패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학생, 이제 막 빛을 볼 때쯤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던 발레리나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선생과 미나 그리고 은후.

우연히 만나게 된 줄 알았던 세 사람의 인연의 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눈을 뜨고 보게 된 첫 번째 사람을 죽이게 될 운명이다'라는 예언을 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도선생에게 간신히 구원된 아이 미나.

어릴 적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꿈을 반복적으로 꾸며 그리워하는 아이 은후.

도선생의 숨겨진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과연 까마귀를 따라가 도착한 보름달 안광에서 은후는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아버지의 유품인 거울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해 보시길...

"다시 잠잠해질 거야. 그리고 도 폭발하겠지.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처럼." - page 152

속 사정을 읽고 난 뒤...

참 먹먹하였습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결국 우리가 자초했던 일이었고 치유도 우리의 몫이었음을...

그러므로 살아간다...

저는 이 소설을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새삼 만약 내가 '보름달 안과'에 간다면...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어떤 사연과 마주하게 될까...

잠시 거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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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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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거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으로의 여행.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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