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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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체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힐링 판타지 소설을 그렸던 작가 '변윤하'.

이번엔 더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눈()'

예로부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 여긴 눈을, 그리고 '보름달 안과'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눈을 통해 마주하게 될 이들은 누구일지...

저도 이 공간으로 함께 떠나보고자 합니다.

거울을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신비한 공간

보름달 안과




까마귀가 울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그랬던가...

후드득 떨어지던 빗줄기 사이로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을 느꼈던 '김은후'.

마치 꿈속에서 보았던 비가 쏟아지는 어둠 속에서, 강렬하고 번뜩이는 눈길이 자신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검고 반짝이는 눈으로 까마귀가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낚아채 휙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까마귀를 쫓아가던 은후.

'거울을 되찾아야 해.'

그곳에서 낡은 창고의 열린 창문 속으로 까마귀가 날아들어 가는 게 보였고

"돌아가신 아빠 유품이거든... 그것만 돌려주면 뭐든 줄게. 반짝이는 거, 아니 원하는 거면 전부 다. 그 거울만 돌려줘."

마치 응답하듯 까마귀가 커다란 날갯짓을 시작했다. 까마귀의 날갯짓에 인 검푸른 바람이 몸에 닿았다.

"응? 뭐든 해줄 테니까, 제발." - page 17

그렇게 까마귀에게 손을 뻗는 순간!

화려한 금박 장식의 거울과 부딪히고,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저... 여긴 어디야? 분명히 창고에 있었는데..."

"안과야. 그래도 명색이 병원인데 다친 사람을 내쫓을 수 없어서 있게 하는 거야. 조용히 쉬다가 돌아가."

"안과? 여기가?"

...

"평범한 안과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너도 느꼈겠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 page 21

묘하게 까마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선생과 신비하고 차가워 보이는 보조 미나가 진료를 보는 이곳 '보름달 안과'.

이곳에서는 환자가 살아온 인생,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 애정을 두는 장소, 감정의 색깔이나 영혼의 무게 같은 것들을 측정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환자 차트를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된 은후.

은퇴 후 투자 실패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이국땅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유학생, 이제 막 빛을 볼 때쯤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던 발레리나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선생과 미나 그리고 은후.

우연히 만나게 된 줄 알았던 세 사람의 인연의 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눈을 뜨고 보게 된 첫 번째 사람을 죽이게 될 운명이다'라는 예언을 받고 아버지에게 학대받다 도선생에게 간신히 구원된 아이 미나.

어릴 적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꿈을 반복적으로 꾸며 그리워하는 아이 은후.

도선생의 숨겨진 이야기도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과연 까마귀를 따라가 도착한 보름달 안광에서 은후는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아버지의 유품인 거울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해 보시길...

"다시 잠잠해질 거야. 그리고 도 폭발하겠지.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처럼." - page 152

속 사정을 읽고 난 뒤...

참 먹먹하였습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결국 우리가 자초했던 일이었고 치유도 우리의 몫이었음을...

그러므로 살아간다...

저는 이 소설을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새삼 만약 내가 '보름달 안과'에 간다면...

그동안 몰랐던 내 안의 어떤 사연과 마주하게 될까...

잠시 거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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