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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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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딱히 어디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든 고통으로 시름시름 아파 더 이상 참기 어려울 때 병원으로 달려가 보면 의사의 대답은 별 이상은 없지만 신경성 위염증상이 보인다고 진단을 내리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라는 당부와 함께 약간의 처방만 받고 병원 문을 나서게 된다.
한의원을 찾아가도 이것은 비슷하여 몸을 보하는 한약이라든지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약재와 더불어 처방을 받고 약으로 내 몸을 다스려 보지만 약발이 먹힐 때가진 그나마 몸 상태가 괜찮았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몸의 이상증세는 재발하고 만다.
특별히 아픈 곳이 없지만 시름시름 앓게 되는 것.
그것처럼 답답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어디가 문제야?
결국 내리게 되는 결론은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이상증세로 심신을 달랠 어떤 물리적인 자극을 받아 치유하든가 조용히 지낼 장소를 물색하여 내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반복적인 일상생활과 외부의 끝없는 자극과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현대인들로서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줄 만한 방법 중의 하나로 종교를 갖는다든지 요가 등의 심신 단련 훈련으로 몸과 마음을 relax하게 만드는 운동을 한다든가 자연적인 치유의 기운이 절로 샘솟는 조용한 사찰 등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게 된다.
살림에서 발간한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에서는 병의 치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마음이 간직한 고통스러운 비밀 때문에 병에 걸리지만 마음이 이러한 비밀과 마주할 때 그 병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병세가 아무리 심각하다 하더라도 회복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 작용하여 결국에는 치유된다고 말하며 과학이나 진료행위, 의학 기관이 아니라 심신의학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이야기가 왜 생겨났는지, 오랜 세월 동안 심신 의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심신 의학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시대적으로 접근하며 문화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면,
1장에서는 '암시의 힘'을 말하며 심신 의학을 회의적으로 보거나, 헐뜯는 내러티브가 생긴 역사를 탐험한다.
여기서 내러티브의 기본 재료 중 과거 역사 중 악령 홀림 내러티브와 퇴마 등을 이야기하며 암시에 대한 내러티브와 암시 역시 강력한 권위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현실이 아닌 가공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정신의 힘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2장에서는 '말하는 몸'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심신의학의 존재를 발견하는 내러티브로서 역사적으로 고해성사처럼 죄를 고백하는 종교의식이 치유의 힘을 지닌다는 생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말하는 몸'에서는 장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이 보이는 일부 질병 역시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몸이 보이는 증상들은 암호화된 메시지로서 해독한 뒤에야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메시지 암호가 해독되었을 때 비로소 치유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설명하며 마음의 비밀 때문에 신체의 질병이 발생됨을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긍정적인 사고의 힘'으로 마음이 몸의 질병을 치유하는 위대한 힘을 지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플라시보 효과 등 비종교적인 기적을 다룬 심신 의학 내러티브를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현대의 삶에 망가지다'로 현대사회가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질병으로 고통을 받는 탄식어린 심신 의학 내러티브를 화제로 삼고 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스트레스로 1980년대 발생된 끔찍한 에이즈라는 질병이 신경계가 면역계와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심장 뿐 아니라 면역계도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설명과 암 환자 등 유약한 사람들의 면역계에 스트레스가 어떤 영향을 줄지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구원'에 관한 두 가지 선택적인 내러티브로 이동하여 현대의 생활이 인간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5장에서는 '병을 치유하는 인간과의 끈'으로 옛날을 그리워하는 심신 의학 내러티브로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고통이 현대의 생활방식이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 아닌 우리에게서 소그룹이나 친밀한 관계를 빼앗아 인생의 도전에 마주했을 때 충격을 완화해주고 도와줄 친구나 지지해주는 전우의 네트워크를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개인주의적인 생활을 청산하고 사회적 지지를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치유에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6장은 '동쪽으로의 여행'으로 이국풍의 심신 의학 내러티브로 고대동양문화의 치유수행을 다루며 이 내러티브는 서양문화에 오랜 세월 존재해왔던 오리엔탈리즘 경향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어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서양의 가치와 생활 방식을 비춰주는 거울로 이해하고 명상요법을 현대 의학을 대체할 치료법으로 받아들인 일, 중국 기공수련, 불교수행이 가져다 준 건강상의 이점을 새롭게 연구한 일들에 관해 말하고 있다.
중앙일보 2009년 3월 28일자 조용탁 기자가 쓴 암에 걸린 한 전문의에 관한 글을 일부 발췌해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이희대(57) 박사는 국내 최고의 유방암 전문의 중 하나다. 지금도 매주 두 번 암 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데 참 안타깝게도 그 역시 7년째 투병을 계속하고 있는 4기 암 환자이다. 그는 지난 7년간 모두 11번 재발한 암으로 간은 세 번 절제했고, 대장과 직장 한 번씩, 골반 뼈 제거 수술도 받았다. 또한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투약도 계속 했다.
회복 가능성이 낮다는 말을 차마 못하는 후배 의사들을 보면서도 이를 알면서도 밝은 모습을 보여야 했던 그는 결국 2004년 2월 본인의 암 치료를 포기했다. "후배 의사에게 넌지시 물었어요. '힘들겠지?' '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럼 그만 하자'."
마음을 비운 이 박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서를 작성하고 몇 개월 남지 않은 인생을 주위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다 세상을 뜨기로 결심하고 인터넷 암 동호회에서 암 상담을 시작했고 극동방송의 의료 자문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했다. 그리고 항암제 복용 없이 식이요법만 사용한 지 반 년이 지났다. 마음을 비우고 지내던 이 박사는 예정된 시간이 지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전이된 암세포 가운데 더 커진 놈도 있지만 오히려 줄어든 놈도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중에 작은 빛을 본 느낌이었지요."
신기하게도 멈출 줄 모르고 악화되던 암세포가 진정된 면을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박사는 다시 암 치료에 나섰고 암세포 제거 수술을 받았다.
"환자의 고통을 모른 채 그냥 힘내시라는 말만 했던 것 같아 부끄럽더군요. 요즘에는 환자들에게 제 몸에 난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힘내라고 합니다. 당신도 이길 수 있다고 하면서요."
그의 몸 곳곳에는 여전히 암세포가 퍼져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암세포와의 불안한 공존.
이 박사는 암세포의 활동이 둔화된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한다.
우선 현대의학의 힘. 수차례의 수술과 항암제,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여기에 암을 이기는 생활습관이 더해졌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암세포가 있습니다. 다만 면역세포가 암세포보다 강해서 표가 나지 않을 뿐이지요. 저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박사는 야채 위주의 식이요법을 시작했고 하루 30분 이상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또한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도 중요하다며 산책하며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처방도 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면 면역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져 암세포가 힘을 쓰기 더욱 어려워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암을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꼽았다.
"흔히 4기를 암 말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말기 암은 없다고 봅니다. 4기 다음은 5기입니다. 암을 이겨낸 단계지요. 암을 이기겠다는 오기만 있으면 5기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제가 좋은 증거 아니겠습니까!"
상처받은 마음과 몸을 치유할 위대한 비밀.
이희대 박사의 마지막 말은 『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에서 말하고자 한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준 산 증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