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Robot 유, 로봇 - 한국 SF 단편 10선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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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Robot 유, 로봇 (한국 SF 단편 10선)』

이 책은 퍼석거리는 허무함과 로봇이 주는 차가운 철판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없는 냉혈함, 인간이 만들어 놓은 로봇에 의해 인간들이 역 기습당해 쫓고 쫓기는 가진 것 없는 인간들이 어둡고 축축한 지하 동굴 속에 갇혀 그 곳이 주는 먼지 뿌연 창백한 푸르스름한 색감이 전달해 주는 어두운 무엇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선입견을 갖고 이 책을 마주했었다. 표지 이미지 때문이 아니고 단지 SF, Robot 이라는 단어 때문에.




하지만 이 책을 택배 아저씨에게서 받고 느낀 첫 느낌은 형광핑크의 강렬한 바탕 컬러에 코팅된 블랙의 두툼한 타이포가 강렬히 대비되어 똑 떨어지는 산뜻함은 책 표지가 주는 화려함에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하는 화사한 4월의 봄날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더군다나 하단에 그려진 토마스 기차의 친근한 얼굴이 연상되는 네모난 박스 속의 각기 다른 얼굴 스케치는 데생 같아 고리타분한 로봇 이야기가 아닌 만화 같은 내용의 로봇이야기가 될 것 같은 이미지로 연상되어 책 속의 까실까실한 종이의 느낌이 만화책이 주는 감촉과 별다르지 않아 촉감이 주는 메시지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나를 웃겼다.

만화 같았다. 열 명의 젊은 작가에게서 작가만의 포스가 느껴지는 갖은 기발한 상상력들.

10인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각각 제 몫을 톡톡히 한 외국 작가가 아닌 한국 작가의 SF소설. 한국작가라고 하위로 보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SF라 함은 외국작가가 먼저 떠오르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SBS방송, 박시은, 박상민 등 지금 현재의 내 삶과 무관하지 않은 친숙한 단어들의 소설 속의 출현은 마치 몇 백 년 후에 나타나야 할 소설 속의 로봇들이 지금 현 시대에 나타나 나와 함께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 같은 환상마저 갖게 한다. 그리고 휴대전화 매뉴얼이 사실은 세상의 종말을 알린 예언서라거나 만나는 여성마다 무조건 임신을 시키는 이유가 우주 전쟁에 사용될 외계인의 최첨단 무기 때문이라는 등의 독특한 내용은 얼토당토 하지만 혹시 몇 백 년 후의 미래는 그런 현실이 그리 불가능한 것도 아닐지도 몰라 라는 막연한 생각까지 품게 한다.

하지만 『U, Robot 유, 로봇』은 피식하고 웃다가 슬퍼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이보그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주 모처럼 오랜만에.




몇 년 전 영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보고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을.

복제인간의 삶. 그리고 인간의 이기와 삶의 진정성까지. 내용이 무척 신선했던 영화였지만 그와 함께 충격 또한 컸던 영화였던 것이다. 마치 멀지 않아 그런 현실이 곧 다가올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수록 핑크빛의 강렬함보다는 작렬하는 태양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막의 진한 색감이 떠오른 걸까?

책에 실린 열 명의 젊은 작가가 쓴 열편의 단편이 열정적이고 치열한 살기위한 고분 분투하는 내용을 다룬 것은 아닌데 말이다.

SF라는 고정이미지에서 떠올린 스타워즈에서 보고 느낀 사막의 황량함, 아님 다른 SF영화에서도 종종 나오는 사막의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멀지 않아 정말 소설 속의 현상들이 실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황량한 허무함으로 작렬하는 태양 앞에 서 있는 사막 위의 존재가 열반의 느낌으로 전달됐는지도 모른다.




『U, Robot 유, 로봇 (한국 SF 단편 10선)』

가끔 EBS의 로봇대결방송을 종종 시청하곤 하는데 그들(로봇)의 자태는 실로 화려했다.

관절을 이용한 각종 테크닉 춤은 관절까지 동원해서 음악에 맞춰 추는 그들?을 보면서 비록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원격조정해서 움직이는 것들이지만 미래의 로봇이라는 존재들은 과연 어떻게 진화되고 변화할 것인지 실로 궁금해질 때가 많았다.




트렌드 예측가인 제인 버킹엄은 미래를 지배하게 될 핵심 산업과 문화트렌드 50가지를 선정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교육, 환경, 철학, 윤리 외에도 로봇공학을 미래의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최근 과학기술분야 박사 623명을 대상으로 10년 뒤 과학기술분야 유망직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과학기술분야 10가지 신직업군'을 선정발표 했는데 조사 결과 10년 뒤에는 '로봇전문가'와 '인지ㆍ뇌 공학 전문가'가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지금 현재도 KAIST에선 로봇의 정서-표정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마스코트 형 얼굴 로봇인 '돌도리' 및 '얼크니'가 개발되어 노인 및 노약자를 위한 HRI(인간-로봇상호작용·Human Robot Interaction)를 위한 시각 인터페이스 기술, 비전센서 기반 동작인식, 얼굴인식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었다. 




유추해 보건데 『U, Robot 유, 로봇』속에 나온 소설 속의 내용들이 어쩌면 곧 다가올 현실성 있는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볼 시간을 갖게 한다.

미래의 인간은 초능력과 파워를 가진 로봇을 지배할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비극적인 세상으로 변화될 것인가.(억측이기를)




난 이 책을 읽으며 '갈망'이 느껴졌다. 인간과 로봇 사이에 흐르는 삶의 갈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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