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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최갑수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이 사진집은 참 잘 어울렸다.
한밤 중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여행 에세이집을 펼쳐 들었다.
물기가 촉촉하다. 그만큼 시간적으로도 날씨에서도 책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이 책은 나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여행은 포옹과 같아요’ 라는 문구로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이 작은 에세이집은 텍스트보다 더 많은 말들을 담은 감성적인 사진으로 이루어져 텍스트로 읽는 것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난 주고 받는다. 나와....
사진으로 읽혀지는 여행이야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따분해진 거였지. 지구는 시속 1669km로 돌아가고 있지만, 나는 전혀 짜릿하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았어. 그래서 길을 떠나기로 한 거야.”
이런 생각을 마음에 한번이라도 안 담아본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바쁘면 바쁜 데로 여유가 있으면 여유가 있는 데로 우린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늘 가슴 한 켠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
삶이 곧 여행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이라는 존재는 늘 어디론가 떠나야 직성이 풀리는 본능을 타고 난 듯하다.
몇 년 전 1여년간 주말마다 친구와 가까운 서해안의 일대를 두루두루 둘러보고 가슴이 뻥 뚫릴 만큼 넓은 바다를 한껏 바라보고 웅장한 오페라연주 같은 착각에 빠지게도 만드는 파도소리를 듣고, 저녁노을 지는 판타스틱한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울로 올라오는 그렇게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 적이 잠깐 있었다. 가까운 서해안이었지만 복잡한 도심에서 각종 인위적인 것들 속에서 무방비상태로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다가 주말에 잠깐 하루의 시간을 자연의 소리를 듣고 맑은 공기를 맘껏 쐬고 말 없이 오고 가는 것이었는데도 그때의 휴식시간이 나머지 시간들을 충분히 견딜만큼 많은 것들을 자연에서 담아와 온 몸고 마음이 충만한 기운으로 살았던 짧았던 시간이 생각난다.
그것은 어릴 땐 느끼지 못했던 새롭게 생긴 감성들이었는데 나에게도 그 감성들이 다시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라 감성의 계발?은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던 시간들이었다.
늘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의 갇혀진 울타리를 벗어난 일탈을 꿈꾸었지만 실행에 옮기기엔 참 어려웠다. 그래서 작가의 “상관하기 싫어서 상관받기 싫어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니까요”라는 저자의 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설렘과 두려움, 낯섦, 흥분, 고요, 외로움, 열정...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이렇듯 온갖 감정들의 어우러짐이다.
그럼에 낯선 외국으로의 여행은 얼마나 더 흥분되고 짜릿할까?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의 풍경과 자신의 마음을 또한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 이야기를 한 편의 시처럼 클로즈업 사진과 함께 작가의 짦막한 글로 엮은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일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일이다.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부단한 의지의 실현이다.”
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이 책으로 다시 나만의 여행을 일탈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