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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라베 난징의 굿맨
존 라베 지음, 에르빈 비커르트 엮음, 장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난징의 살아있는 부처 '존 라베'
나치당원이었던 존 라베.
또한 신앙심이 깊어 정기적으로 예배를 보러 다녔던 존 라베.
정말 매치되기 모호한 것 들의 결합인데 존 라베의 삶은 그랬다.
히틀러 치세 동안 독일인을 세 종류로 구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첫째 나치, 둘째 지식인, 셋째 신뢰할 만한 독일인.
한사람이 세 그룹에 동시에 속할 수는 없고, 보통 두 그룹까지만 속할 수 있었는데 이유는 지적이고 신뢰할 만하면 나치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적이면서 나치인 자는 신뢰할 수가 없었고 신뢰할 만하면서도 나치인 자는 지적일 수가 없었다.
그는 히틀러와 민족사회주의를 꿰뚫어보지 못했다. 마지막 그룹에 존 라베가 속했다.
존 라베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민족사회주의에 대해 근본적으로 오해했다. 그는 중국에서 신문 등을 통해 히틀러에 관해 읽은 것을 토대로 실제 히틀러와 비슷하지도 않은 성자상을 머릿속에 그려넣고 히틀러를 숭배했고 기적을 기대했다. 그는 어떻게든 그의 난징 시절에는 스스로 나치라고 믿었으며 그것을 일본의 점령기 동안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편견 없이 검토하면 오히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라베는 잘못 생각했다.'
그의 눈을 처음으로 뜨게 해준 것은, 그에게서 일기장을 압수하고 침묵 명령을 내린 비밀경찰 게슈타포였다. 그 후 그도 곧 스스로 이를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후 라베가 히틀러와 히틀러의 정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리는 그에게서 들을 수가 없다. 그는 그의 새 일기장을 소련군이 지멘스슈타트에 진입한 날에 시작했다.(434p)
'존 라베'
그는 수십 년전부터 일기를 썼으며 일기 쓰기에 남다른 열정을 바친 사람이었다. 스스로가 겪고 관찰한 것을 기록하여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야기를 잘 풀어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1937년 9월부터 1938년 4월 동안 나온 것이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책 일곱 권이 되었다. 그 책 안에는 그의 아내를 위한 것이 많아 가족과 집안일에 대한 언급이 많이 덧붙어져 있었고 텍스트 사이에 신문 기사, 편지, 초대장, 기록물 등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일기책들의 제목은 '난징 상공의 적폭격기'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그후 그는 이 모두를 다시 총 8백 쪽에 이르는 두 권의 책으로 요약하여 책 제목을 '난징 폭격-한 生佛의 일기로부터'라고 하였다.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그의 아내를 위해 쓴 일곱 권의 '가족일기'에 쓰인 것과 일치하지만 신문기사, 편지, 전보문, 난징 안전구 국제위원회의 회의 기록, 4백 건이 넘는 일본군의 전쟁만행 목록을 담고 있다. 이 두 권의 일기는 난징 폭격, 국제위언회의 결성과 활동 그리고 위원회가 알게 된 사실들에 있어 전쟁 범죄에 대한 빈틈없는 기록들로 『존 라베 난징의 굿맨』은 라베의 저작에서 중요한 기입 내용을 모두 가려 뽑아 만들었다.
'존 라베'
그는 자주 아팠다.
심장 장애와 과도한 긴장, 숙환인 당뇨병과 같은 질병에 자주 시달렸다. 그러나 의사들은 영양실조라고만 진단했다.
'지멘스'
라베는 지멘스 차이나의 중요 사업장 중 하나인 난징 지점을 수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는 하위 인사관리 업무만을 맡겼을 뿐이다.
"한 번 용감하고 착했더니, 이제 보니 그건 회사가 못마땅하게 여기던 것이었다! 통탄할 일이다! 나는 정말이지 '후케바인'이다."
"난징에서는 수십만을 위한 '살아 있는 부처', 여기서는 '불가촉천민', '추방된 자'라니!"
장제스의 부인 쑹메이링은 비서를 통해 난징에서 그의 큰 업적을 생각해 궁핍한 생활로 힘들게 사는 존 라베에게 식료품을 제공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그에게 집과 연금을 제공하겠다며 중국으로 이주할 것을 제안하였고 도쿄의 주요전범재판에서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존 라베는 거절했다.
"나는 일본인들이 교수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그런 죄 값을 받을 짓을 했을지라도....... 속죄, 정의로운 처벌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판결은 자기 나라 국민이 내려야 한다."
존 라베는 그렇게 지멘스에서 계속 임시직으로 일하다가 1950년 1월 5일 회사에서 뇌일혈을 일으켰고 그날 저녁 그는 가족들과 몇몇 친구 앞에서 쓸쓸히 죽었다. 그리고 그는 잊혀졌다.
『존 라베 난징의 굿맨』은 책이면서도 한 편의 긴 다큐멘터리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것도 똑 떨어진 디지털 영상이 아니라 까만 방 안에서 영사기 빛을 통해 보이는 뽀얀 먼지와 함께 오래된 필름의 쭉쭉 비내리듯 흰 줄 그어진 음성 또한 뚝뚝 끊기며 필름 감기는 소리를 들으며 한 없이 빠져드는 그런 다큐멘터리 영화말이다.
그리고 때때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그 어떤 것 때문에 목이 메어 가슴은 뜨거워지고 그리고 눈물이 저절로 눈에 맺혀지는 그런 다큐.
눈물을 흘리게끔 동정심을 유발한 과장된 표현이란 어느 곳 한 군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존 라베 난징의 굿맨』은 「존 라베, 난징의 선한 독일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난징 대학살을 미국인들과 함꼐 힘을 합쳐 난징에 안전구를 설치하고 수십만 민간인들의 목숨을 구해낸 독일 출신 지멘스 차이나 난징 지사장 존 라베.
목까지 내려오는 철모를 쓰고 손님이 사진기를 갖고 방문하기라도 하면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으면서도 무언가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 준 다소 우스꽝스럽고 괴짜처럼 보여지는 미국식 조크를 즐기는 남자, 그를 만났다 하면 한바탕 웃음이 터지거나 재미있는 말들이 오갔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남자, 난징 타이판계 숙녀들 사이에서 춤 잘 추는 남자로 명성 높은 남자, 성공적인 비즈니스맨, 잠깐이었지만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중국의 수도 시장.
라베는 비록 안타깝게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평생토록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정직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라베는 인간에 대한 큰 사랑과 너그러움, 책임감을 가진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렇게 그는 남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카리스마있는 사람이었다.
난징대학살. 이것은 우리에게 인간의 속성과 현대 전쟁에 대해서 무거운 질문을 안겨준다.
"현대전은 지상의 지옥이다"라고 라베는 기록했다.
이 책은 현대전의 의미와 평화의 기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또 다른 화두를 던져 준다고 이 책의 말미에 기록한 옮긴이의 말처럼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독일인들 사이에 무엇이 성실하며 올곧은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발걸음이 신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인지에 대한 올곧은 생각을 하게 한 성실한 함부르크 상인 존 라베에게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