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이준구) - 이준구 교수의, 이념이 아닌 합리성의 경제를 향하여
이준구 지음 / 푸른숲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달은 것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설피 아는 것이 아닌 확실한 앎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열정적인 지식에 대한 갈망이 더 크고 명확해야 한다는 것과 편협하고 편식적인 사고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조차도 어떤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 현상들과 문제들에 대해서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근거와 내용 등을 꼼꼼히 따지고 알려하기 보다 막연한 생각으로 감정에 치우쳐 생각하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어떤 정책들이 쏟아질 때마다 불안하고 갈팡질팡하는 마음에 휙휙 돌아가는 세상에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각종 매체에 올라와 있는 기사마저도 정말 정확하고 정직한 기사일까? 라는 의구심까지 드는 마당엔 나 같은 소시민들에게는 사방 앞뒤가 꽉 막힌 듯 갑갑함이 더해진다.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어디서 해결하라고.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님이 쓴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는 그런 점에서 속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된 쓴 소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제대로 명확히 알지 못했던 지금의 당면 문제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에둘러 말하지 않고 명쾌하게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펼쳐냈기 때문이다. 사실 학자들의 논리는 딱딱하고 어렵기만 해서 무슨 말인지 처음부터 이해하기는 어려운데 이준구 교수의 글은 그런 점에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무엇보다 감사하기만 하다.

이준구 교수의 문체는 좀 무덤덤하다. 그래서 긴 시간동안 책을 읽기엔 좀 지루한 점이 없지 않다. 아마도 이준구 교수의 홈페이지에 실은 글들과 신문칼럼에 올려진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서 그렇지 싶다. 또한 이준구교수의 화려한 미사어구를 배재하는 그 분만의 특징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그동안 다른 책들의 화려한 미사어구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좀 독특함이 더하다. 큰 소리로 주장하기 보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우면서 명쾌한 문체가 다음 페이지엔 또 무슨 말을 할지 무척 궁금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해 '1일 트레픽 용량 초과'로 홈페이지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어 수많은 네티즌들의 주목과 거의 모든 일간지가 그 글에 대한 기사를 실는 등 세인의 관심을 확 불러일으킨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지난 2004년 새만금 농지사업을 두고 당시 "농림부의 '환경영향 공동조사 보고서'는 왜곡됐고, 새만금 농지사업은 경제성이 전혀 없다"는 감정 결과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었고, 경부고속철도 건설 타당성 평가에도 참가하기도 한 서울대에서도 명 강의 교수로도 유명하다. 또한 이 교수의 <미시경제학> <경제학원론> 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책이라 들었을 만큼 이준구 교수의 명성은 참 높았다.


 

경제학자로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했던 이준구 교수는 갑자기 보수의 물결이 우리 사회를 휩쓸게 되면서 "시장은 좋고 정부는 나쁘다. 환경규제든 부동산 규제든 모두 풀어버려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 부자를 못살게 굴면 안 된다." 등 천편일률 적인 목소리만 들리고 여론이 무작정 한쪽으로만 쏠려 합리적인 보수가 아닌 도그마에 가까운 보수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걱정스러운 사회적 현상이 나타남으로인해 보수 일변도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느껴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 주고자 사회비평의 붓을 들게 되었다고 한다.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에 실린 이준구 교수의 현 정권에 대한 글은 참 신랄하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과 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 우리의 심각한 교육 현실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의 비판 등 현 정권의 개혁을 한다는 것이 개악이 되고 말지 모를 위험한 실험과 같은 개혁에 강력한 비판의 글 등이 그것이다.




뉴딜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현 정부가 싫어할 만한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연방 정부의 개입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며,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명백한 퇴보라고 평가할 만한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다. 정부가 이 사정을 잘 알면서도 뉴딜이라는 말을 썼는지 알 길이 없다. 짐작컨대 그런 사정을 잘 모르고 그저 멋진 말이라고 해서 빌려 썼을 가능성이 크다.




토목공사로 경기부양? 고비용 고효율 시대착오일 뿐이다.

뉴딜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표적 진보정책이다.

많이 벌면 많이 낸다는 조세원칙은 재정학의 정설 중 정설이다.

종부세 폐지는 상위 2%의 부담을 나머지 98%로 떠넘기자는 것이다.




등 MB정권에 대한 신랄한 그의 비판의 글은 대운하에 대해서는 "적어도 국민의 반수 이상이 반대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도박"이라면서 "설사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첫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틀림없이 나타날 극심한 국론 분열과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 부담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합리성이 우선해야 하고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현 정부가 빨리 벗어나기를 거듭 강조하는 이준구 교수의 말은 MB정권의 눈과 귀, 가슴을 열고 그들의 의견에 어떤 구체적인 정보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맞장구만 치는 이들보다는 반대하는 이들의 타당성 있는 강한 호소에 눈과 귀를 바짝 세우고 왜? 라는 생각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그 증거데이타와 앞으로 미래에 벌어질 후유증까지 다시 한번 더 검토하고 반영하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