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영 작가가 쓴 <책만 보는 바보>를 몇 해 전에
읽었었다.
그 작품을 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인물 '이덕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위인들 만큼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책을 본 이후 '이덕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것 같다.
우리집 큰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심심해도 책을 읽고, 마음이 심란해도 책을 읽는다.
놀다 쉴 때도 책을 보고, 잠들기 전,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책을 읽는다.
가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활자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가끔 아이에게
우리집 '책만 보는 바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보림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 된 선비 이덕무>는
이상희 작가가 글을 쓰고, 김세현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표지 그림엔 초가집에서 책을 보는 선비와 주변 경치가 담겨 있는
그림이다.
제목 아래엔 세로로 씌여진 한글이 있다.
우리나라 옛 책을 보면 지금처럼 글이 가로로 쓰여 있지 않고,
세로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표지 그림을 통해 우리 옛 책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속표지에 있는 제목엔 나뭇가지와 꽃이 그려 있다.
왠지 매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화 느낌이 나는 이 그림에 시선이 오래 머물게 된다.
화선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옛날 목멱산 아래에 한 선비가 살았는데 책 읽기를
좋아하였다.
는 문장과 함께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산 너머 해가 뜨는 풍경인지 지는 풍경인지 알 수 없지만,
고즈넉한 느낌이 든다.
온종일 방 안에
앉아 햇빛 드는 자리로 옮겨 가며 책을 읽었는데,
고요히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하고 꿈결인 듯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이덕무가 살았던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덕무의 성격을 알 수
있게 그에 대한 일화가 짧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선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마음 맞는 벗들과 귀한 책 얘기를 나누는
일이었으니,
하얗게 눈이 덮인 마을과 높이 솟은 탑.
그리고 그 탑을 바라보는 선비와 벗들..
이들이 보고 있는 이 곳이 지금 서울의 '탑골 공원'이지 않을까
싶다.
아파도 책을 읽고,
슬퍼도 책을 읽고,
쌀이 떨어져도 책을 읽고...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선비..
그는 책을 통해 아픔을 이겨내고 슬픔을 이겨내고 배고픔을
이겨냈다.
이렇게 읽은 책이 수만 권, 베껴 쓴 책이 수백
권이 되어
두루 모으고 가려낸 글로 책을
엮었다.
책만 읽었더라면, 그 선비의 이름은 지금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느라 집안일에도 세상일에도 까막눈이었다.
남들이 나무라도 따지지 않았고, 이를 기려도
뽐내지 않았다.
자기를 '책만 읽는 바보'라고 부르면서 기쁘게
들었다.
본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참 행복했을 것 같다.
그런데, 아내 입장이고, 엄마 입장에서 본 이덕무는 생활력이
없는 무능한 가장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고 이야기 하는
엄마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 봐주고 격려해 주는 게
맞는데..
자기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며,
마냥 믿고 기다려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내 남편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떨어진 쌀을 걱정해야 한다면, 그 남편에게 먹고 살 궁리를
하라고 아무말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이덕무의 이름이 지금껏 전해져 내려 올 수 있는 이유는
묵묵히 지켜봐 주었던 부인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관직에 나아간 선비.
'책만 읽는 바보'로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선비 이덕무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