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빅토리아 턴불 지음, 김영선 옮김 / 보림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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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다보면 너무 예뻐 갖고 싶거나 선물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대부분 책의 내용이 좋아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보림출판사에서 출간된 빅토리아 터불 <판도라>를 만나기 전까지.

<판도라>의 택배 포장을 풀고 난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 질감이 좋지??
표지를 손으로 만졌는데, 실크의 부드러움이 느껴져 책장을 넘지지 않고 표지에만 흠뻑 빠져 있었다.
제목만 접했을 때는 <판도라의 상자>가 떠올랐다.
보통 다른 책들을 만나면 내용이 궁금해 표지는 대충 보고, 책 내용을 보려고 책장을 넘기는데..
<판도라>는 표지를 넘기는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좋았다.
그리고, 아이보리 색보다 조금 진한 색상이 따스함을 주었다.
무엇보다 새 한 마리를 손에 올려 놓고 있는 여우의 미소가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 주는 느낌이 들었다.
책 내용을 보기 전 부터 딸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엄마는 이 책이 너무 좋다고..
울 딸도 이 책의 느낌이 좋다고, 이 책은 자기 보물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동생에게 읽어 준다.

얼핏 보기엔 산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망가진 물건이 산을 이룬 그림..
주인공 판도라는
망가진 물건이 잔뜩 쌓인 곳에서 혼자 살았다.

사람들이 버린 물건으로 집을 짓고,
물건들을 모으고, 고치면서 살아가는 판도라.
그러던 어느날...
창 밖으로 떨어지는 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어딘가 망가진 게 틀림 없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지 못하는 판도라.

판도라는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밤새 지켜 주었어요.
책 표지의 느낌만큼이나 내용도 따뜻하다.
책장을 넘기는데 종이 자체가 일반 그림책보다 도톰한 느낌이 든다.
보금자리에서 잠이 든 손님도 편안해 보이고,
그 옆에 잠든 판도라도 편안해 보인다.
이제 혼자였던 판도라에게 친구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

건강해진 손님은
멀리멀리 날아갈 때면
먼 곳의 선물을 입에 물고
늘 돌아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손님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글을 읽으면서 판도라가 다시 또 혼자가 되겠구나 싶었다.
계속 혼자일 때는 외로움을 모를 수도 있는데..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상황에서 혼자가 되는 건
아무래도 더 외롭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판도라가 안쓰러워졌다.
멀리 떠난 손님이 야속해질 무렵,
그림을 보게 되었다.
처음 판도라가 손님에게 만들어 준 보금자리에는
망가진 물건들이 자리했었는데,
손님이 떠난 보금자리는 꽃이 피어 있고, 앨매가 달려 있기도 했다.
손님이 입에 물고 왔던 선물이 그림에 그려져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속상한 마음에 침대에만 있던 판도라..
그런데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잿빛이던 세상이
차츰차츰 환해졌어요.

온 땅이 새롭게 태어나 있었어요.

<판도라>는 앞표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뒷표지에서 끝이 난다.
망가진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던 곳은 풀과 나무가 자라고, 과일이 열리고, 새들이 지저귀는 숲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혼자였던 판도라 옆엔 손님이 다시 찾아 왔다.
<판도라>책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을 일은 없었다.
손님이 떠나고 남은 판도라로 인해 살짝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가슴 찡함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표지부터, 그림에 사용된 색들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망가진 물건이 잔뜩 쌓여 있는 곳을 푸른 숲으로 만든 판도라를 통해
엄마를 만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다 괜찮다고 보듬어 주는 엄마 품같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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