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광인의 이야기 - 칼릴 지브란이 들려주는 우화와 시
칼릴 지브란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머릿 속이 너무 복잡해 이러다가 내가 미치는 게 아닐까 싶은 때가 있었다.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정작 할 수 없는 상황.

머릿 속에 무엇인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것 같은데, 실타래가 풀리기는 커녕 더 심하게 엉켜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무엇인가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 땐 그저 침묵을, 그리고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칼릴 지브란 <어느 광인의 이야기>는 지금의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책장을 넘기게 되었던 책이다.

'미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졌다'

어떻게 미치고 나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잠시 뿐.

내가 나를 벗어던지고 나면 그 홀가분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며느리라는 나를 벗어 던지고,

아내라는 나를 벗어 던지고,

...

그렇게 나를 규정 짓는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면,

내가 원하던 내 모습이 있지 않을까?


<어느 광인의 이야기>는 칼릴 지브란이 들려 주는 '우화'와 '시'를 엮은 책이다.


미치고 나니

오히려 자유롭고

편안해졌습니다.

고독이라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또 이해받는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난 거지요.

이해받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들..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면서, 내 본연의 모습들은

어느새 하나 둘 가면 속에 숨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예뻐 보이도록

가면을 쓰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내 본연의 모습에서 더욱 더 멀어져가면서 나를 잃고,

내가 누군지 모르는 불안한 삶 속에서 언제 허물어질런지 모를 모래성을 쌓고 있는 게 '범인'의 모습은 아닐까?

<어느 광인의 이야기> 표지에 실린 글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풀잎이 말하기를


풀잎이 낙엽에게ㅔ 말했습니다.

"넌 어쩜 떨어지는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니?

너 땜에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


낙엽이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낮은 곳에서 태어나 낮은 곳에 사는 주제에

노래도 부를 줄 모르는 게 성깔은 있어 가지고!
높은 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으니

노랫소리를 알 리가 없지."


그리고 낙엽은 땅에 누워 잠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봄이 와서 잠에서 깨어났을 떄

낙엽은 풀잎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어 겨울잠에 빠져 들려는데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혼자서 투덜거렸습니다.

"어휴, 이 낙엽들 하고는!

어쩜 저렇게 시끄럽게 구는지!

겨울잠이 다 달아나 버렸잖아."

<어느 광인의 이야기>는 시보다 우화가 더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내 삶이 점점 우매해지고 있었는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칼릴 지브란의 우화를 만나면서,

우화 속의 인물이 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풀잎이 되어 있는 낙엽이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닐런지...

내가 낙엽처럼 상처를 준 풀잎은 없는지...

내가 낙엽이었던 것을 잊고, 낙엽에게 투덜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쌀쌀해지는 가을 날, 마음을 조금 후덥지근하게 하기 위해 시집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칼릴 지브란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마음의 훈기를 가져 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보다 정신의 냉철함을 찾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우화를 통해, 돌아보게 되었던 내 발자취들..

그리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던 <어느 광인의 이야기>


나도 광인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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