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와 야크 - 네팔 땅별그림책 14
버트 도드슨 그림, 앤드리아 스틴 스트리어 글, 정회성 옮김 / 보림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엔 그림책을 보면, 색감과 그림이 예쁜지, 내용이 재미있는지를 우선 봤다.

그런데 요즘은 그림책을 보면서, 그 그림책이 어떤힘을 줄 수 있는지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어설프게나마 듣고 있는 '독서심리상담사' 과정의 영향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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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출판사를 통해 만나게 된 <카미와 야크>.

'미국 도서관 협회 슈나이더 상' 마크가 눈에 띈다.

언덕을 내려 오는 소년.

손에는 무엇인가가 들려 있고, 당당한 걸음 걸이와 표정은 자랑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소년이 이끌고 내려오는 야크들...

아마, 소년이 카미겠지.

앞표지와는 사뭇 다른 뒷표지 그림.

하얀 눈 속엔 무엇인가 급해 보이는 소년이 가파른 언덕을 내려 오고 있다.

두 표지가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기에 책의 내용 또한 궁금해진다.

엔드리아 스틴 스트리어 글/ 버트 도드슨 그림/ 정희성 옮김.

그림을 보면서 유목민을 떠올랐다.

어느 나라 그림책이지?

작가도 처음 들어 보는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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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와 야크> 보림 출판사 책에서 '땅. 별. 그림. 책. 네팔' 이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었다.

땅. 별. 그림. 책은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여러 나라의 새로운 이야기와 낯선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땅별'은 지구를 뜻하는 우리말로 지구 또한 가지각색의 뭇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여기던 옛사람들의 겸허한 세계관이 깃든 말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그림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전에 접했던 대부분의 그림책들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 그림책이 주였던 것 같다.

그림책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함께 배울 수 있어 다양한 나라의 그림책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에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은 한계가 있다 싶었는데...

'네팔'의 정서를 담고 있는 그림책 <카미와 야크>는 세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설레임을 갖게 해 주었다.

 

글쓴이 앤드리아 스틴 스트리어

작가이자 교사이고 도서관 사서예요. 첫 작품 <하늘의 강>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작가는 십 대 시절에 북아메리카의 로키 산맥을 탐험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산에 대한 열정이 생겼고, 마침내 <카미와 야크>의 무대인 히말라야의 높은 산을 오르게 되었지요...

그린이 버트 도드슨

화가이자 교사이고 작가예요. 지금까지 70권이 넘는 어린이 책의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드로잉의 핵심>, <드로잉과 상상력> 등의 책을 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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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새벽, 카미는 집 밖으로 나왔어요.

바람이 높다란 산봉우리에 걸린 눈구름을 걷어 내고 있었어요.

카미는 코를 킁킁거렸어요. 높은 지대의 새벽 공기는 축축했어요.

카미의 아빠와 형은 산에 오르는 등반가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면서

텐트를 쳐 주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해요.

아빠와 형은 해가 뜰 무렵이면 야크들의 등에 주전자, 난로, 음식,

텐트 등을 가득 싣고 산을 향해 떠나지요.

 

아이들이 깨어 있기에는 이른 시간 새벽.

모자까지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보통 그림책에서 만날 수 없는 서사는 카미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오감으로 함께 느끼게 해 주는 듯 하다.

카미와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야크'는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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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어요.

그러고는 양쪽 볼이 볼록 튀어나오도록 입안 가득

공기를 머금고 힘껏 호루라기를 불었어요.

카미가 호루라기를 불면 컬리 혼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곤 했어요.

멋진 뿔을 가진 컬리 혼은 야크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어요.

카미는 듣지를 못해요. 그래서 호루라기를 불어도

크 소리를 들을 수가 없지요. 하지만 입술로 호루라기 알의

떨림을 느낄 수 있답니다.

 

카미가 왜 호루라기를 불게 되었는지,

새벽 풍경에 대한 설명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서사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호루라기를 불면 '컬리 혼'이라는 야크가 카미에게 온다.

새벽 카미가 호루라기를 부는 것은 야크들을 부르기 위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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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번쩍하고 번개가 치면서

야주 잠깐 하늘이 환해졌어요.

타는 냄새가 더 심하게 났지요.

카미의 팔에 오싹 소름이

돋았어요.

번개가 대답하듯

하늘이 우르릉거렸어요.

 

카미는 덤불이 우거진 언덕으로 달려갔어요.

거기에도 야크의 흔적은 없었어요.

카미는 숨을 크게 ㄷ들이마셨어요.

또다시 번쩍하면서 번개가 쳤어요.

어두은 하늘에 길쭉하게 뻗은 번갯불이

마귀할멈의 손가락 같았어요.

카미는 짧게 비명을 지르고

두 주먹을 꼭 움켜쥐었어요.

호루라기를 불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야크들.

혼자 야크를 찾아 떠난 카미.

어린 아이지만, 야크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을 한 카미는

혼자 야크를 찾아 떠난다.

야크를 찾아 떠난 형과 아빠와는 다른 길.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번개가 치는 하늘.

날씨가 그닥 좋지 않은 것 같다.

카미가 있는 곳은 마을과도 한참 떨어진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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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폿은 버등거리기만 할 뿐 일어나지 못했어요.

또다시 번갯불이 하늘을 갈랐어요. 우르르 쾅! 천둥도 쳤어요.

카미는 무서워서 몸을 부르르 떨었어요.

카미는 화이트 스폿이

왜 꼼짝을 못하는지 알았어요.

화이트 스폿의 뒷다리가

갈라진 바위틈에 꼭

끼어 있었던 거에요.

무서움을 헤치고, 카미는 야크 무리를 찾았다.

그런데, 가라진 바위틈에 다리가 낀 야크로 인해 다른 야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혼자 힘으로 야크를 구할 수 없자, 호루라기를 불어 아빠와 형에게 도와 달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천둥으로 인해 그 구호요청은 전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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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는 앞으로 고꾸라졌어요.

그러고는 훌쩍이며 바위에 부딪힌 어깨를 문질렀어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바람에 더욱더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카미는 뒤뚱거리면서 계속 걸었어요.

그러다 그만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졌어요.

계곡은 무척 미끄러웠어요.

마치 야크 우유로 만든 버터를 발라 놓은 것 같았어요.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눈보라를 헤치며,

언덕길을 내려오는 카미.

카미에겐 오로지 야크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 뿐.

그러려면 아빠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 뿐이겠지.

어린 아이임에도, 자신보다는 야크를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이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넘어지고, 다치는 카미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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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는 날 때부터 듣지를 못했기 때문에

말을 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아빠의 손을 잡고 풀밭 쪽을 가리키기만 했지요.

아빠는 화를 냈어요.

카미가 혼자서 산에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아빠는 카미를 번쩍 들어서 문 안쪽에 내려놓았어요.

 

'아빠, 제가 알아요. 야크들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요!'

카미는 속으로 외치며, 호루라기르 꺼내 길게 세 번 불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

힘겹게 야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는데,

말을 할 수 없어 그 사실을 아빠에게 제대로 알려 줄 수 없는 카미.

아빠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카미와 아빠의 그림.

눈보라가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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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수는 없는 글자지만..

네팔어로 적혀 있는 글들을 보면서,

세계 여려 문자에 관심을 갖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인공 카미의 감정선을 따라가 본다.

어스름 짙은 새벽 눈을 뜬 카미는 야크들이 내려 오지 않아 아빠와 형이 야크를 찾아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것을 본다. 그런데 야크는 그 쪽에 있지 않다는 생각에 호루라기를 불고, 야크들이 오지 않자 직접 야크를 찾아 떠난다. 카미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참 용기 있는 아이인 것 같다. 야크들을 찾고 난 후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눈보라를 헤치고 다시 언덕을 내려와 아빠와 형에게 도움을 청한다.

카미는 용기도 있는 반면,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야크를 구했다.

그렇기에, 야크를 데리고 산을 내려오는 카미가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어렵고 힘들면 포기하려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면 참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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