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를 엄마로 살게 해 줘서,
나를 성장시켜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이 깨어 있을 땐, 정신없기도 하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제정신이 아닐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내 삶이 변화 될 수 있었고, 내가 조금은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많이 보듬고, 아이만 보고 살아가진 않지만,
아이가 아플 때는 겁이 덜컥 난다.
이 아이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아파도 빨리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신생아를 안고 웃고 있는 엄마..
모습을 봤을 땐 전혀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직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조차 서툰 여인.
이 여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12일간의 엄마>의 표지 사진은
2014년 연말 다케토미 섬으로 여행갔을 때 찍은 사진아라고 한다.
나오라는 여인은 이 사진을 찍고 한 달 좀 지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책을 쓴 저자는 '시미즈 켄'이라는 일본 방송인이다.
임신 직후 유방암이 발견한 아내와 아들이 태어나고 112일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행복한 엄마로 강인하고 용감하게 살았던 나오 씨와의 추억을 담은 글이라고 한다.
임신인 것을 알고, 유방암인 것을 알게 된 예비 엄마로 선택의 기로에 선 여인...
유방암 치료를 위해서는 아이를 지워야 하는 상황.
아이를 지키기 위해선 내가 살 수 없는 상황.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라면, 어떤 답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아이를 지우면 내가 사는 동안 죄책감을 갖게 될 것 같고,
아이를 낳기 위해선 내 삶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죽고 난 후 남겨진 아이도...
쉽지 않은 선택의 순간 '아이와 함께 살기'를 선택한 그녀 '나오'.
"만약 재발한다면,
아이는 나 혼자 키워야 하잖아."
날 향한 나오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그.
남겨진 이도, 남겨질 이들을 생각하는 이도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은 아니다.
그럼에도, '함께 살고자 했던' 그녀에겐 분명 상처가 되는 말일 것이다.
물론,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허투로 할 수 있는 말 또한 아니었다.
가슴 저민 말...
아이 혼자 남겨질 거라는 것을 그녀도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겠지..
세상을, 삶을...
나오는 "나보다 주변 사람이 더 힘드니까"라는 말을 자주 했다. 분명 내가 힘들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리라.
집엔에 환자가 있으면 환자 자신도 힘들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도 힘들다.
친정엄마가 아팠을 때, 그 옆에서 몇 년을 함께 하던 아빠가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살고 싶어했던 엄마의 모습도..
'함께 살고자 했던 그녀 나오'의 모습 위로 '엄마'의 모습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