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제목이 '함부로 애틋하게'가 있다고 들었다. 김우빈과 수지가 나온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눈에 익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된 <함부로 애틋하게>를 만나서 였던것 같다.
표지 느낌은 '순정만화'를 보는 듯 했다. 학창시절 많이 봤던 '순정만화' 속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어떤 느낌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가 생각났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너와 함께
이게 숨 쉬듯 가장 쉬운 일, 편한 일,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고, 편한 일이며,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난 우리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장 쉬운 일이거나 편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있어 가장 쉬운 일, 편한 일, 자연스러운 일은 뭐였지?
책을 보는 시간?
아이들과 함께 책 보는 시간?
서로 너무 다른 느낌을 주는 글작가와 그림작가..
어쩐지 비슷하면서도 어딘지 사뭇 낯선 둘이
항상 교감을 나누는 듯, 제 깜냥껏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서로의 글과 그림에서 작고 은밀하고도 강렬한 자극이나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사실 둘은 모든 것이 달랐다.
생각과 생김새 어느 것 하나 닮은 것이 없었다.
둘 다 제 본성과 취향,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혀
상대방을 크게 고려하거나 쾌념치 않은 채로
각자 내키는 대로 쓰고 그렸다.
두 작가들의 느낌, 그들의 만남, 그들의 작업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서로에게 자극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관계...
모든 것이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존재인 두 사람이 만나 탄생된 작품 <함부로 애틋하게>.
휘황찬란한 가짜라면
나는 네가 나를 끝까지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
내 기꺼이
환하게 속아 넘어가주마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주마
-p. 26 <함부로 애틋하게> 중에서 -
속아 넘어가 주는 것..
내 삶에도 누군가에게 속아 넘어가 주고 싶을 때가 있고, 그런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라푼젤과 왕자라는 생각을 갖고 보게 된 그림을 보면서 그들을 만나게 해 주는 '돼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글과 그림이 전혀 다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죄 없는 하얀 양도 하나님께 따지고 싶은 게 있을 거야
새빨간 늑대의 거짓말에도 뭉클한 이유가 있겠지
머저리 같은 이 사람이라고 무모한 사랑의 마음이 없을쏘냐
너를 생각하고 염두하며 하염없이 골몰하느라
내 생생하던 마음은 붉은 물이 들었다
-p. 46 <너무 익은 마음> 중에서 -
우체통에 편지봉투를 넣고 있는 소녀, 늑대, 양...
그들은 누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일까?
편지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손 편지를 써 본 게 언제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마음을 빼곡히 담아 가득 채웠던 편지지를 곱게 접어 편지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고...
그렇게 전달되어진 마음과 마음들..
그 마음들은 '너무 익은 마음'일까? '설 익은 마음'일까?
혼자 배낭 꾸리는 법을 배웠으니까
난 이제 너의 사랑을 얻기 위해
맨발로 헌신하지 않겠다
대신
나를 사랑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음
- p. 102 <협조> 중에서 -
색감이 넘 예쁜 그림..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을 보는 것 같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더 현명함에도..
그런 현명함을 택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망설이거나 계산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떠나가는 것이나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변한
사랑을 속이지 않았대.
- p. 172 <I can fly> 중에서 -
난 지금 망설이거나 계산하지 않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신중함이라는 변명으로 망설이고, 계산하고 있진 않는지...
그대를 아끼는 사람들이 보내는 응원의 실로
희망을 꿰매고 평화를 누벼
좋은 꿈꾸게 해주는 이불을 만들자
- p. 174 <희망으로 누벼진 평화> 중에서 -
그림이 문장 자체가 되는 듯 여겨진다. 며칠 전 곁을 떠난 이가 있다. 아직 돌아가신 엄마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희망으로 누벼진 평화>를 보며, 엄마가 떠오르고, 며칠 전 곁을 떠난 사촌동생이 떠올랐다.
많이 아팠기에...
그들의 죽음이 더욱 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 속에 그들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워서...
그런데 내가 그들을 놓아주어야 그들이 훨훨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이 그림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