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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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가끔 보게 되는 드라마는 가족간의 이야기가 많은 거 같다. 아이들 때문에 텔레비전을 잘 보는 편은 아닌데, 부모님들이 보는 드라마는 그 중심에 가족이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우리 집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넉넉치 않은 시골 살림에 밖에서 일하느라 바쁘신 부모님..

가족 간의 대화도 많지 않았고, 힘들다는 투정 또한 사치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늘 아침밥은 함께 먹었다.

매일 얼굴을 보고, 밥을 먹었음에도 서로 애틋한 이야기가 오고가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늘 함께 먹었던 아침 밥상은 우리 가족만의 따뜻함으로 자리잡고 있다.

결혼을 하고, 처음 시댁에서 맞이한 아침 풍경은 우리집과 너무 달랐다.

출근하는 순으로 일어나, 따로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온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는 특별한 날이다.

어떻게 보면 친정은 '아침을 함께 먹기 위해' 더 자고 싶은 잠도 못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가족간의 정을 '아침 밥상'읅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시댁은 효율적이긴 하지만, 무엇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다 결혼을 하고 나면 부부라는 이름 외에 시댁과 처가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그리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전아리 장편 소설로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  첫째 딸, 서혜윤

"어쩌다 가족이 되었을 뿐."  둘째 딸, 서혜란

"어머니는 말했지, 우아함을 지켜라."   어미니, 유미옥

...

 

<어쩌다 이런 가족>은

아버지 서용훈, 어머니 유미옥, 첫째딸 서혜윤, 둘째딸 서혜란, 이웃짓 도련님 이진환, 고진욱, 경수라는 총각의 입장에서 들을 수 있는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큰 딸의 동영상 유출 사건을 겪으면서 막장으로 치닫다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닌 어려명의 가족의 시선으로 담고 있다.

 

내 밭은 내가 이루고 말 거라는 자존심이 나란 놈을 생각보다 괜찮은 놈으로 만들어온 것이지, 남의 눈에 들기 위해 눈치를 보며 빌빌거리는 삶을 사는 놈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p. 112 <8. 아직은 미정, 고진욱 _ 세상의 많은 집들 중 하필 이런 가족> 중에서 -

 

"처음엔 가족을 떠나고 싶어서 그랬어. 날 버려줬으면 싶었어. 근데 일이 진행되면서 생각이 좀 바뀌더라. 위기가 생기면 가족은 하나로 뭉친다. 아빠가 낸 책에도 쓰여 있는 말이잖아. 어쩌면 우리 가족도 하나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 가족은 싸우질 않았잖아. 정말 이상할 만큼.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가족이 하나로 뭉쳐서 일을 해결해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누군가를 끌어들여서 피해를 입힐 생각은 아니었어. 그저 우리끼리 싸우고, 부딪혀가면서 서로가 한 집에 있다는 사실을 좀 깨달았으면....... 그러고 나면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고 말할 작정이었어. 욕을 먹거나 쫓겨날지언정 한번이라도 우리 집이 가족들이 사는 집이라는 걸 내 눈으로 보고 싶었어."

-p.178 <15. 첫째딸, 서혜윤 _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 중에서 _

 

어제 상담 수업 중 들었던 이야기이다. 부모님이 매일 싸우는 모습을 크고 자라 결혼을 한 딸이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자기가 조금만 참으면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살았는데, 집을 나간 남편은 몇 년 째 돌아오질 않고, 맞벌이 하느라 시아버지가 자녀들을 키워줬는데, 그 동안 키워준 값으로 1억을 달라고 했다고 했단다. 너무 힘들어 친정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친정엄마가 딸을 바보 같다면, 자기는 매일 싸우고 살 지언정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살았다는 말을 하셨다고 했다.

매일 싸우는 가정이 건강한 가정은 아니지만, 그나마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 내기 때문에, 속에 담아 두는 게 없어 곪는 게 없었을텐데, 참기만 했기에 속으로 곪아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한 번씩 곪은 부분을 터트려 주어야 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첫째딸, 서혜윤의 말처럼...

 

싸우고 난 후 상황이 더 악화 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서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오히려 소원했던 관계 속에 쌓였던 불만들을 털어내고, 상대방을 배려 하게 되는 겨웅도 있다. 서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그렇게도 서로를 성장 시킬 수 있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더 튼튼하게 정비할 수도 있다.

 

참으면 병이 되는데, 참으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된다.

방귀쟁이 며느리에서 며느리가 방귀를 뀌고 싶을 때 참지 않고 방귀를  뀌었다면, 방귀 한 번으로 살림살이가 날라가고, 시댁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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