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ㅣ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다닐 땐 의무적으로 일기를 썼었던 것 같다. 십대 후반엔 뭐 그리 비밀이 많았던지, 쓰라고 하지 않아도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어느 순간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 습관이 되지 않아 아이들의 육아일기도 제대로 쓰지못했다. 가끔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기억나지 않을 땐 일기로라도 기록을 남겨 놓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홉살 아들도 지난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쓸 게 없는데 일기를 써야 한다고 눈물을 흘리며 울기도 여러번이었는데, 그나마 조금 컸다고 올해는 어떻게든 일기장에 일기를 쓰긴 하는 것 같다. 아이 일기장을 보며 아이가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아직 비밀 일기를 쓰거나 하지 않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한 두차례 정도 일기를 확인하시고 글도 남겨 주신다. 그렇게 선생님하고의 작은 소통창이 되는 일기쓰기..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는 일기쓰기를 어려워 한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황선미 작가가 쓴 <일기 감추는 날>은 아이와 함께 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이다.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과 느낌이나 생각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면, 우리 아이는 사실은 쓰는데 그 때 느낌이나 생각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다른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기 쓰기는 쉬운 숙제는 아닌 듯 하다. 일기쓰기를 잘하면 다른 글쓰기도 잘할 수 있다는 말에 일기를 제대로 썼으면 하는 엄마 욕심을 부려보지만, 아직은 엄마 욕심인가보다.
<일기 감추는 날>의 주인공 동민이는 소심한 아이이다. 일기를 쓰면 엄마가 우선 보고, 선생님께서 보신다. 사실대로 쓰라고 말하지만, 부부싸움 한 것을 쓴 일기를 보고 일기를 지우고 다른 내용으로 쓰라고 하는 엄마, 사실을 쓴 일기를 보고, 친구를 고자질 하면 안된다고 말하시는 선생님. 동민이는 사실을 쓸 수 없는 일기를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못된 경수를 흉보고, 한방 먹이는 그림도 그리고, 엄마 아빠가 싸우면 나도 무지무지하게 화난다는 거랑, 두 분이 싸울 때마다 나는 집을 나가 버리고 싶다는 걸 죄다 쓰고 싶다. 학원 다니기 싫다는 말도 쓰고 경수보다 멋지게 울타리를 넘는 이야기도 꾸며 쓸 것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어른들이 알았다가는 혼나기 딱 알맞은 것들뿐이니까.
- p. 70 <한번 넘어 봐, 별거 아냐> 중에서 -
주말을 보내고 나면, 아이 일기장엔 텔레비전을 본 내용만 적혀 있을 때가 있다.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다녀와도 늘 텔레비젼 내용만을 적는다. 가끔 잔소리를 했는데, 아이는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 텔레비젼 내용이었나 싶어 허탈했는데...
우리 아이도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고 싶어 그렇게 일기를 쓰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며칠 동안 일기 못 씁니다.
왜냐 하면 비밀이거든요. 조금만 말씀 드리자면,
엄마가 아직도 슬프기 때문이에요. 이런 건 일기가 아니다 하시면 계속계속 문 잠그는 아이가 될게요.
- p. 90 <누가 열쇠를 맡지?> 중에서 -
'그래 난 문 잠그는 애다. 벌 청소한다고 죽냐. 앞으로도 난 일기 감추고 싶은 날에는 청소하고 말 거야. 일기장 두 개 따위는 만들지 않아.'
- p. 94 <누가 열쇠를 맡지?> 중에서 -
당당하게 일기를 못 쓴다고, 이유는 비밀이라고 말하는 동민이..
일기장 두 개를 만드는 것보다는 청소하기를 택하는 동민이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