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
천효진 지음 / 베프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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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엄마는 유독 '주현미'노래를 좋아했었다. 엄마를 위해 노래 가사를 종이에 빼곡히 적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음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노래 가사는 제법 기억이 난다. 엄마와 추억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그렇게 엄마와의 추억찾기는 노래로도 이어졌다.

 

엄마는 늘 말씀하셨지, 내게.

엄마니깐 모든 것 다 할 수 있다고.

그런 엄마께 나는 말했지.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말이라고. 

-P.45 <강이슬 _엄마> 중에서 -

나에게 있어 엄마는 슈퍼우먼이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순간은 어찌 그리 알고 찾아 오셨는지...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어렸을 적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엄마가 되어보니 난 엄마처럼 살 수 있을만큼 희생적이지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는 라디오 PD 천효진이 지은 책이다. 65편의 노래 가사가 에세이와 함께 실려 있고, 가사를 읽고 에세이를 감상하면서 큐알코드를 통해 관련 영상을 감상하며 힐링 타임을 가질 수 있다.

 

청춘학개론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에 나왔던 OST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설레임>이라는 가사를 읽으며, 청춘학개론을 떠올렸지만 딱히 기억나진 않았다. 내 청춘학개론에도 비가 왔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내가 있었고, 나에게 우산을 건냈던 그가 있었다. 난 우산 없이 다니는 일에 익숙했었는데, 그 후론 비가 오는 날이면 난 그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어김없이 우산을 들고 나에게로 왔었다. 나에게 우산을 들고 오는 그가 있어, 난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물론, 비가 오는 날이 아닌 날의 추억도 많지만, 난 유독 비가 오는 날이면 날 위해 우산을 들고 왔던 그를 기억하며 누군가의 따스한 사랑을 받았던 추억으로 행복하다. 지금은 누군가의 멋진 남편이 되어 있을 그가 문득 떠오르는 날은 내가 지쳐 위로 받고 싶은 날이었던 것 같다. 그도 나처럼 비가 오는 날 날 기억했단 걸 알았다. 지금도 비 오는 날 날 기억해 줄까?

 

누가 내 맘을 위로할까.

누가 내 맘을 알아줄까.

모두가 나를 비웃는 것 같아.

기댈 곳 하나 없네.

 

이젠 괜찮다 했었는데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이 절망에 나는 또 쓰러져 혼자 남아 있네.

 

내가 니 편이 되어 줄게.

괜찮다 말해 줄게.

다 잘 될 거라고, 넌 빛날 거라고.

넌 나에게 소중하다고.

 

모두 끝난 것 같은 날에 내 목소릴 기억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니가 잘 되길 바라.)

(니 편이 되어 줄게.)

지난해였던가? 우연히 커피소년의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노래를 들었다. 그 순간 그 노래가사가 귀에 쏙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노래를 다운 받아 잠들 무렵마다 듣곤 했었다. 남편이 유독 힘들어 하던 새벽 조용히 그 노래를 들려 주기도 했었고, 다른 누군가가 힘들어 하는 시간에 그 노래를 들려 주기도 했었다. 지금도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나 엄마가 그리운 날은 이 노래가 떠오른다.

 

노래를 듣다보면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서태지가 컴백했단 기사를 접했을 땐 고등학교 때 '서태지의 광팬'이었던 짝꿍이 떠올랐다. 그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을 함께 보낸 그리운 이들... 잘 지내고 있겠지? 처음으로 대학교를 탐방했던 날 들었던 노래마을의 노래들은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좋다. 지나간 노래들을 떠올리면 그 노래를 들었던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고, 나와 함께 했었던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노래 듣다가 네 생각이 나서>를 보면서 20대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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