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한시 선집 내 생애 천 번째 시>를 받고
큰아이가 밥을 먹는데 옆에서 책을 읽어 주었다.
아이는 한자로도 읽어 주면 안되겠냐고 묻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한자도 많았다.
- 한자 공부를 좀 해야 하나? -
아홉 살 아이는 저보다 어린 나이거나 또래들이 쓴 시라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말을 했다.
아마, - 자신이 알고 있는 한자가 적어 - 한자로 시를 썼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것 같았다.
다음날, 도서관에서 책 읽어 주는 봉사 때
우리 아이와 같은 학년의 아이들이 왔다.
그 아이들에게 이율곡이 여덟살에 쓴 시를 읽어 주었다.
우리 아이의 반응과 사뭇 다르게..
아이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글을 읽어 주지? 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
또래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시..
문득,
그 시를 쓴 이들..
그들은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이들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어 주는 활동을 끝내고 함께 시를 보기로 했다.
<내 생에 첫 번째 시>도 함께 읽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문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선행학습을 했던 게 아닐까?하는 의견도 나왔다.
만나고 싶었던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다음에 시간이 나면 꼭 봐야지..
표지 그림도 너무나 한국적인 <내 생애 첫 번째 시>는 진경문고로 만난 보림출판사 책이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시작으로
안소영 작가의 <책만 보는 바보>, <다산의 아버님께>를 비롯한
어제와 오늘, 어른과 아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소통하는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은 그 중 꼭 만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우주를 꿈꾸다
자연과 계절을 노래하다
동식물과 어울리다
더불어 살ㄹ아가다
사물을 그려 내다
짧은 구절 긴 생각
의 여섯 주제로 엮은 '아동 한시 선집'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김시습, 정약용, 이율곡 등이 어린 시절 쓴 한시도 만날 수 있고,
조선 시대 여인들의 작품도 간간히 만날 수 있다.
海涵天日淨 花吐一年紅
滿江漁舟子 停帆夕陽風
한시원문과 함께 번역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도 만날 수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곽씨부인은 우암 송시열에게 晴窓(청창)이라는 호를 받았다고 한다.
위정명이라는 조선 중기 학자가 8세에 쓴 '눈'이라는 한시이다.
꽃처럼 보이나
꽃이라기엔 향기가 없고
달처럼 보이나
달이라기엔 그림자가 없다.
하늘 위로는
호된 추위가 지나가도
인간 세상에는
백옥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랫만에 보는 한자여서 모르는 글자들이 눈에 띄였다.
옥편을 놓고, 한 자 한 자 찾으며, 음과 뜻을 살펴 보았다.
나중에 아이가 조금 큰 다음 이 책을 보게 되었을 때,
엄마가 찾아 놓은 한자를 보면,
덮으려던 책장을 다시 펼치지 않을까?
아동을 교육시키는 과정의 하나로서 시를 쓰는 것을 매우 중시하였습니다.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우대하던 시대라 글을 읽고 문장을 쓰는 학습을 중시한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글쓰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하도록 하고, 자주 시를 짓도록 했습니다. 산문은 길기도 하고 논리도 갖춰야 하는 반면, 시는 생각과 감정을 압축하여 표현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동에게 문장보다는 시 짓기를 유도하면서 까다로운 형식이나 작품성을 요구하지 않고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했습니다.
- p. 324 <아동 한시 세계로의 초대> 중에서 -
동시는 아동에게는 자신의 표현력을 뽐내는 도구였고, 어른에게는 아이의 영재성을 가늠해 보는 잣대이기도 했습니다.
- p. 325 <아동 한시 세계로의 초대> 중에서 -
이렇게 작지 않은 의미를 부여한 것은 동시만이 지닌 특성, 바로 아동의 말이나 글은 거짓이 없다는 믿음에서 나왔습니다. 동시는 아이들의 천진함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 p. 331<아동 한시 세계로의 초대> 중에서 -
아동 한시가 표현하고자 한 특징적 세계
1. 아동 한시는 하나의 이야기로 아동의 관심사를 표현합니다. 평범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사물이나 현상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합니다.
2. 성장하고픈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3. 아동 한시에 나타나는 아동의 정서는 밝고 희망적이며, 재미있고 활기찹니다.
- p. 337-338 <아동 한시 세계로의 초대> 중에서 -
시는 아이의 교육 과정 중 하나였고, 그 시를 통해 아이의 영재성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시 한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임에도,
책에 실린 한시들은 3세에서 13세에 씌여진 시라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정녕, 시들을 쓴 이들은 뛰어난 인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놀란 이유도
자신과 다른 이들의 영재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 풀이를 읽어도, 너무나 좋은 한시들..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책을 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