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황현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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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기억에 남는 도서를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내 머릿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책이 어린왕자였다. 중학교 때 처음 '어린왕자'를 접했던 것 같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야기 중 '길들인다'라는 말을 나누는 말이 좋아서 기억했던 것 같다. 그 후로 몇 번 어린왕자를 더 읽었던 것 같다. 여전히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린왕자와 여우'이야기였다.

몇 개월 전 우연히 아이들이 '어린왕자' 관련 뮤지컬을 보았다. 아이들만 본 것이기에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할머니가 나왔고, 장미꽃이 나왔고, 어린왕자가 나왔다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

어린왕자에 할머니 이야기가 나왔었나? 그날 마침 단편집 중에 있던 어린왕자 부분을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읽어 준 것이라 그 날 그 책을 다 읽어 주지 못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는 다음날 혼자 어린왕자를 읽고 있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아이가 더 궁금했던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 같았다.

어린왕자는 글도 그렇지만, 어린왕자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설렘으로 다가왔다. 엄마가 좋아하는 어린왕자라며 책을 보고 어린왕자를 그려 준 아들..


비록 책 속에 있던 그 어린왕자의 모습은 아니지만, 아들이 엄마를 위해 그려 준 어린왕자를 보며 미소짓게 되었다. 어린왕자와 똑 닮은 그림. 그림은 보통 자기 모습을 비슷하게 그린다고 하는데, 우리 아들은 어린왕자처럼 말랐는데, 그림 속 어린왕자는 아무래도 엄마를 생각하고 그렸나보다.

 열린책들 출판사 <어린왕자>를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 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은 조금만 더를 외쳤다. 일주일만에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을 다 읽어 주었다. 그리고 나서 기억에 남는게 뭔지 물어봤더니 큰아이는 엄마에게 그려 준 어린왕자 그림을 이야기 하고, 작은 아이는 어린왕자와 여우가 기억이 난다고 한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나눈 이야기가 기억나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아니고, 그냥 엄마가 책을 읽어 줄 때 어린왕자랑 여우가 나왔던 게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도서관에 가 다른 출판사의 어린왕자 책을 빌려왔다. 또 읽어 달라고...

책 내용은 아이들에게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엄마가 매일 같은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아서 그랬던지, 또 어린왕자를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들이 잠들기 전 어린왕자를 읽어 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왕자처럼 자라길 바라며..

내가 좋아했던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같은 내용을 공유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수는 없지만, 어렸을 때 부터 접했던 내용을 아이들이 자라서 무의식적으로라도 기억하지 않을까?


내가 처음 어린왕자를 접했던 부분이 '어린왕자와 여우' 부분이서 그랬던지 한동안 어린왕자하면 그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시 만나게 된 어린왕자에서는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에 만났던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지리학자는 어른들의 모습이구나 하며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린책들 출판사의 <어린왕자>책을 보면서 '어른들을 위한 어린왕자 해설 뱀과 여우'를 보게 되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 어른들을 위한 <어린왕자> 해설 중에서 -

이 글의 화자로 나온 비행사가 처음 그린 그림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고, 어린왕자가 지구에 처음 발을 디디고 만난 생물이 뱀이었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자기별로 돌아가고 싶었을 때 도움을 요청한 것도 뱀이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어린왕자는 여우로부터 지혜를 얻었고, 실천은 뱀을 통해서 했다고 한다.

뱀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지금껏 뱀에 무게를 두고 책을 읽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조용히 읊조리듯이 어린왕자를 읽어 봐야겠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 함께 책을 본 후 혼자 책을 봤다. 확실히 한 번 봐서 그런지 더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리고, 완독 후 필사에 도전해 봤다. 운필력이 좋지 않아 학교 다닐 때도 글씨 쓰는 거 너무 싫어했는데, 계절 탓이려나? 그 전에 사 두었던 공책을 꺼내고, 필사를 시작했다.

 

한 권의 필사를 언제쯤 마치게 되려는지 장담 할 수는 없다. 그저 아이들 잠든 밤 틈틈히 힐링을 핑계삼아 시작은 했는데, 그 끝은 언제가 될런지.. 끝은 맺을 수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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