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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선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내가 십대였을 때 여동생이랑 함께 봤던 시집이 류시화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시집도 비슷한 시기에 접했던 것 같다. 십대 때는 정말 책을 좋아는 하지만, 많이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시집들이 유독 더 눈에 띄였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 때로부터 이십 년은 족히 흐른 지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보고 있었음에도 시집은 잘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간혹 보았던 동시집 정도.. 다른 책에 비해 나도, 아이들도 시를 많이 접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쌀쌀한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가을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면서 괜히 설레여 오는 마음으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 되었고, 문득 가을에 시집을 많이 봤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리하여 올 가을 오랫만에 만나게 된 시집이 바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이다.
예전엔 가방 한 켠에 책을 한 권쯤은 넣어 다녔었는데, 아이들 짐이 가방에 들어가면서 내가 볼 책들은 어느 순간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잠깐 잠깐 이동 중에라도 책을 볼까 싶어 차에 책을 두었다. 그리고,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에 한 편씩 보기도 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1980년 부터 2012년까지 시기를 나눠 그가 기존에 쓴 작품들을 엮은 시집이다.
시는 마지막 단어를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의미가 떠오른다.
- 시선집을 내며 중에서 -
학창시절엔 어쩔 수 없이 시를 암기했었던 것 같다. 그 때 암기했던 시가 가끔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아마 시를 접하고, 암기 했던 때가 그 때가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 단어를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떠오르는 의미. 그 동안 난 시들을 어떻게 접했던 것일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민들레 중에서 -
때론 슬프고, 힘들고, 아플 때도 있는데, 그 화를 밖으로 다 표출한다고 생각을 했지만, 꾹꾹 억눌려 있던 화가 늘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맘에 편치 않은 날이 몇 일 계속 되었다. 그 때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슬프면 슬피 울라고... 슬피 울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속으로 삭이는 울음이 아니라 슬피 소리내어 우는 울음이 없었기에 무겁기만 한 마음이었을까??
내 안의 슬픔을 끌어 안고만 있다
화산처럼 폭발한 슬픔은
비수가 되어 너에게 꽂혔다
끌어 안고 숨 죽여 울던 밤
깊숙히 잠들어 있었던 슬픔이
내 곁을 떠났다
민들레 시를 접하면서 떠올랐던 한 장면, 그리고 그 때의 맘에 떠올라 끄적여 본 글...
그런데 그만 너에게 들키고 말았구나
슬픔, 너였구나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중에서 -
슬픔에게 물을 안부가 있을까?? 누군가를 잃고 난 후 얻게 되는 감정, 슬픔, 아픔, 공허함, 후회, 그리움...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 고이게 하는 감정들...
먹먹한 그리움인 줄 알았는데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인 줄 알았는데
슬픔, 너였구나
가을이어서 그럴까? 한 권의 시집을 보며 그 동안 매말랐다고 느껴졌던 감성이 살아나는 듯 느껴졌다.
가을 색만큼만 곱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