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할머니 한마리가 산다
송정양 글, 전미화 그림 / 상상의집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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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내용의 책을까 싶은 책들이 종종 있는 거 같아요.

 

상상의 집 출판사 <우리 집엔 할머니 한 마리가 산다>가 바로 그런 책 중 하나랍니다.

그림만 보면 만사가 귀찮은 듯하느 개 한 마리가 보이는 거 같아요..

그런데 책 표지를 보지 않고, 제목만 들었을 땐 내용이 참 궁금하더라고요..

학교에 다녀온 큰 아이에게

책 제목만 이야기 해 주면서 책상 위에 책 있다고 했더니..

호기심이 발동..

바로 앉아 책을 보더라고요..

책을 다 보고 난 후..

"에이, 엄마~ 할머니가 강아지였어요."

라고 말을 하더라고요..ㅎㅎ

강아지라고 하기엔 흠흠흠..

나이가 너무 많지 않니??

 

이렇게 도도하고 이쁜척 하는 강아지..

개라는 말은 잘 안 나오네요..ㅎㅎ

할머니는 바로 이 강아지랍니다.

 

우리 집엔 할머니 한 마리가 산다.

할머니느 ㄴ나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다.

할머니의 시간은 나보다 일곱 배나 빨리 간다.

 

아주 늙은 개 할머니.

사람의 수명보다 동물들의 수명이 훨씬 빨리 간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어요.

 

할머니는 개 나이로 스무살,

사람 나이로 치면 백 살이 넘는 정말 백 살 넘은 할머니 같은 개인데

'이뽀'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하네요.

 

아빠와 엄마의 사진 속에 함께 하는 강아지는

집에서 키우는 애완용 강아지의 모습이네요.

'이뽀'는 어렸을 때 내 목숨을 구해주기도 했다고 해요.

 

할머니 말고, 예쁜 강아지를 갖고 싶은데,

할머니 때문에 강아지를 키울 수 없는 나. 

 

할머니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똥오줌도 못 가리고, 병원비도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엄마는 안락사를 시키자는 말을 꺼냈다. 아빠의 얼굴이 붉어지고, 아빠는 애완견 기저귀를 한 박스 사 오셨다.

엄마, 아빠는 더 자주 싸웠고, 할머니는 조금씩 죽어갔다.

털도, 살도 너무 빠진 할머니가 추워서 벌벌 떨자 엄마는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혀 주었다.

 

안락사..

정말 세상에 편한 죽음이 있을까??

어렸을 적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은 적이 있어요. 물론, 한 마리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몇 번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개들의 수명이 얼마나 되어서 그랬는지 기억은 없지만, 집에서 죽어 나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싫어하는데..

할머니라는 늙은 개를 보면서..

긴 시간을 함께 하면서 정든 개 할머니..

그 할머니가 점점 삶의 고리를 끊어 가려는 게 느껴지기에, 어쩌면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 싸우게 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네요.

 

난 엄마 아빠가 며칠째 말 한마디도 하지 않던 어느날,

할머니가 죽으면 강아지를 키워도 되는지 물었다.

그리고, 마주친 아빠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난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못했다.

그리고, 민규는 흰둥이가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아빠에게 있어 할머니는 가족이었는데..

그걸 알고 있음에도 순간 희고 작은 강아지가 갖고 싶어 말실수를 한 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흔들리는 아빠 눈을 보면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애완동물을 키우진 않지만, 정말 몇 년을 함께 했다면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거 같아요.

 

 

할머니가 밤마다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 아빠는 결국 할머니를 병원데 데리고 가기로 했다.

엄마, 아빠가 오지 않았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있는 작은 방 문을 열었고, 내가 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할머니는 길 건너에 있었고, 내가 할머니를 향해 뛰자, 할머니가 무섭게 짖어 댔다. 그리고, 자동차가 휙 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할머니는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할머니를 안락사 시키기로 했던 날,

할머니는 무섭게 짖어대며 주인공의 목숨을 또 한 번 살렸네요.

신음소리만 내던 할머니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짖어댄 것이겠죠?

 

그 날 결국, 할머니는 병원에 가진 못했지만, 할머니가 죽었어요.

엄마는 잠을 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할머니가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할머니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하지만 아빠는 아프다.

아빠를 안아주며 위로 하는 딸..

삶과 죽음이라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게 아니고,

죽음 앞에서는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런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아프지 않으니까 아빠도 아파하지 말라고..

저희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셨을 때,

제 스스로 위안을 삼았던 말이었거든요..

엄마가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니까, 슬퍼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문득 엄마 생각이 들 때면 혼자 눈시울을 적시게 되더라고요..

 

강 사이로 할머니가 앉아 있는 의자는 천국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세 가족은 할머니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거겠죠??

이 책을 보면서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 맘이 많이 아팠네요.

아이들에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책인 거 같아요.

목숨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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