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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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인 책 읽는 시간..

나를 위한 책을 보는 시간도 더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는 시간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다보면 다섯권 정도 읽어 주면 목이 아파온다.

요즘 같은 환절기이면 더욱 몇 권 읽지 않아 목이 아파온다.

아이들은 더 많은 책을 읽어 달라고 한 권씩 들고 오고..

난 읽어 주다 목 아프니까 다음에 읽자고 아이들을 달래야 한다.

 

내 어렸을 적 기억에 아랫집에 놀러갔을 때 그 집 큰언니가 책을 읽어 주었는데 그게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 그 언니가 왜 책을 읽어 주었는지, 그 책 내용이 무엇인지 하물며 제목도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저, 책을 읽어 주었던 기억만 있을 뿐이다.

 

가끔 누군가가 나에게도 책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내 눈에 띄였는지도 모르겠다.

 

책 읽어 주는 남자..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사연이 있는 남자일까? 싶은 호기심에 오랫만에 소설책을 보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 주는 남자 길랭 비뇰은

책을 파쇄하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책들의 낱장을 지하철에서 읽어 준다. 그는 또래의 친구들도 없고 집에서 기르는 금붕어 한마리, 다리를 잃은 직장 동료, 그리고 12음절 정형시로만 말하는 괴짜시인이 그의 인맥의 전부였다.

그러던 중 지하철에서 길랭 비뇰이 읽어 주는 글을 듣던 노자매에 의해

요양원에서 글을 읽어 주기 시작했고,

우연히 지하철에서 USB를 줍게 되고, 그 안에 들어 있던 72장의 이야기를 읽고,

그 글을 쓴 여자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 여자를 찾아 만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부터는 희미한 색상을 생기 있게, 심각하고 근엄한 것을 덜 진지하게, 겨울을 덜 춥게, 참을 수 없는 것을 견딜 만하게,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추한 것을 덜 추하게, 요컨대 나의 삶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p.224-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을 알게 되고, 그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주인공..

그렇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알게 되었고,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여자.

내가 그 여자 입장이라면, 길랭 비뇰의 편지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황당하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가 내 삶을 들여다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불쾌했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

물론,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알게 된 것이긴 하지만..

불쾌하게 끝났을까?

아님, 그런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될까?? 

그래도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남자라면..

호감이 가지 않을까??

 

나만을 위해 책을 읽어 주는 남자..

일곱 살 큰 아이..

가끔 그림책을 들고 와 목이 아프다는 엄마 앞에서 조곤조곤 책을 읽어 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대견스럽고, 언제 이리 컸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엄마를 위해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어 주는 아들이 더 없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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