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풍선의 모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1
옐라 마리 지음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는 아직 글자를 몰라서 그림을 보며 책을 보지만, 활자에 길들여진 엄마는 그림보다 글자를 먼저 보고,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는 여유를 부려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책을 보기 위해 찾던 책이 글자 없는 그림책..

처음엔 글자 없는 그림책이 많지 않은 듯 보였는데, 찾다 보니 생각보다 글자 없는 그림책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집에 있는 글자 없는 그림책 중 아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책은 <빨간 풍선의 모험>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빨간색과 노란색을 좋아해서.. 둘째 풍선을 너무 좋아해서..

풍선껌을 부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보여줬더니 한동안 풍선을 풍선껌이라고 말했던 아이..

아직까지 풍선껌을 씹어 보진 못했지만, 풍선은 많이 불어봤다.. 물론, 혼자 힘으로는 아직 불가능하지만..

풍선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 가끔 풍선을 꺼내 공놀이도 하고, 칼싸움도하면서 풍선을 가슴에 품은채 잠에 들기도 했다.

 

네버랜드 걸작편 중 이 책은 이탈리아 작품이다.

선명한 녹색바탕에 빨간 풍선이 한 가운데 덩그란히 차지하고 있는 표지의 그림..

이 빨간 풍선하고의 여행을 시작해 본다.

 

빨간 풍선을 불고 있는 아이..

풍선은 점점 커지고, 날아가 버렸다. 놀란 아이의 모습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풍선..

풍선은 나무에 매달려 사과가 되었다가, 떨어져 나비가 되어 꽃밭을 날아다니다 꽃이 된다. 그리고 손에 들린 꽃은 우산으로 다시 아이의 손에 들려지게 된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땐..

책을 만나기 전에 의욕적이었던 글자없는 그림책 읽기의 결심히 흔들렸다.

이걸 어떻게 읽어 줘야 하나?

지금까지 글자를 읽어 주며 그림 보여 주기에 너무나 익숙했기에 혼자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엔 정말 간단하게..

풍선을 부는데, 풍선이 바람 따라 날아갔네. 그리고 풍선이 뭐가 되었지?

하면서 정말 짧게 읽어 주고 끝냈다.

 

그러기를 여러번 아이에게 넘 미안한 생각도 들고, 원래 뼈대에 살붙이기를 시작했다.

아이가 후후 풍선을 부니까 풍선이 점점 커져 가네.. 그러다가 그만 아이가 풍선을 놓치고 말았어.. 그래서 아이가 깜짝 놀랐는데 바람에 풍선이 둥둥 떠 가며 더 높이 높이 날아가는 거야..

그러다가 풍선이 나무 한 그루를 만났는데 그게 무슨 나무였을까? 풍선이 모양을 바꾼 걸 보니 사과 나무였나보네.. 빨갛게 익은 탐스러운 사과 보이지?...

 

이렇게 조금씩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니, 한 권의 책을 읽어 주는 데 걸리는 시간도 내 맘대로가 되고, 책 내용은 같지만, 읽을 때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끔은 아이가 또 읽어 달라고 해서 읽어 주다 보면 전에 읽어 주었던 내용을 기억 못해 아이가 그 내용 아니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럴 땐 정말 미안한데 엄마가 글자를 읽어 주는 게 아니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 해 주는 거라 전에 읽어 줬던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며 아이를 달래기도 했다.

 

처음엔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던 글자 없는 그림책 <빨간 풍선의 모험>

이제는 조금씩 책에 익숙해져 갔는지, 나비가 되어 펄럭이는 빨간 풍선의 날개짓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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