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우
고혜진 지음 / 달그림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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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가 너무 따뜻하게 다가와 눈길이 자꾸 갔던 그림책 <행복한 여우>는 고혜진 작가 '달그림' 출판사를 통해 출간한 그림책이다.

'달그림' 처음 듣는 출판사 이름인데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노란돼지'의 감성 그림책 브랜드라고 한다.

'노란돼지'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을 아이들과 재미있게 봤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반갑고, 감성 브랜드라고 하니 어떤 감성을 담고 있는 그림책인지 궁금해졌다.

너무나 예쁜 꽃들, 그리고 빙그레 미소짓고 있는 여우..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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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 그림을 조금 확대한 그림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꽃 한송이를 들고 빙긋 미소를 짓는 여우.

흡족한 표정이 나도 절로 같은 미소를 짓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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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하얀 털은 계속 늘어만 갔어요.

여우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밤낮없이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지쳐 갔어요.€

기운 없어 보이는 여우.

예쁜 붉은 털 사이로 하얀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까맣던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가 떠올랐다.

하나를 뽑고 나서 며칠 지나면 조금 더 많은 흰 머리카락이 보인다.

처음엔 뽑기만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흰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숨겼다. 그리고, 점점 많아지는 흰머리카락을 보며 우울해지기도 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화되는 것들이 많은데, 왠지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나를 더 나이들어 보이게 하는 것 같아 속상했던 마음.

예쁜 시절이 다 지나갔다 여겨졌던 그 서글펐던 마음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붉은 여우의 하얀 털처럼, 원치 않는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한다. 그 변화를 덤덤히 받아 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원치 않았기에 거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이들도 있다.

지금 나에게 하얀 털은 무엇일까?

책을 보면서 이 책은 아이들과 보는 것보다 어른들이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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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얀 머리카락에 염색을 하듯이...

붉은 여우도 제 붉은 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붉은 열매 즙으로 하얀 털을 물들이기도 하고,

빨간 꽃으로 하얀 털이 난 곳을 가려보기도 하고,

붉은 단풍잎만을 주워 하얀 털이 난 곳을 가리기도 했다.

잠깐 하얀 털에 붉은 물이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하고 돌아오던 날의 기분이 붉은 여우의 기분과 같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얀 털이 보이고, 더 많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좋았던 시간은 잠시,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 같다.

내 젊은 시절이 다 갔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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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표정도 알 수 없는 여우의 모습.

그렇지만, 여우가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좌절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마음을 느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동굴 속으로 들어간 늑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 슬퍼만 하다 동굴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또는 동굴 속에서 무엇인가가 계기가 되어 다시 밖으로 나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느라 전업맘이 된 나 같은 이들은..

지금 동굴 속에 들어간 여우일수 있다.

동굴 안에서 머물 것인지,

동굴을 나와 전과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되는 삶을 겪으며 좌절하고, 힘들어 했던 이들..

그리고, 과감히 동굴 밖으로 나와 새로운 삶을 멋지게 영위해 가는 이들..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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