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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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책 한 권을 보게 되었다.
'섬에 있는 서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책이 끌렸던 것은 섬과 서점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모두 한정적인 공간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였다.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은 앨리스라는 작은 섬, 그곳의 유일한 서점인 '아일랜드 북스'를 운영하는 에이제이는 사랑하는 아내 니콜을 먼저 하늘로 보냈다. 
점점 삶은 피폐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 시작할 즈음에 그에게 뜻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서점에 갓난 아이를 두고 간 것이다. 
에이제이는 그 아이에게 뭔가 말할 수 없는 끌림을 가지게 된다. 
다른 곳에 입양 보내기 전까지 맡아 기르
는 위탁가정을 하게 되지만 결국 아이를 입양해서 기르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마야' 그렇게 에이제이와 마야는 한 가족을 이루게 된다.

처음 책은 어느 책의 행방을 쫓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에이제이가 소중하게 여기는 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잠시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에이제이와 마야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리고 후반부의 다시 그 책의 존재를 등장시킨다.
뭐랄까.. 일상 소설에 약간의 조미료식의 추리를 가미했다고 할까? 
전반적인 맛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재료의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섬이라는 공간은 특별한 곳이다.
우리네 시골마을과 같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궁금해하며 관심을 가진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도시의 아파트, 당장 내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는 그런 구조의 공간이 아닌 것이다.

이 앨리스 섬도 그런 곳이다. 변화가 없을 것 같았던 에이제이의 아일랜드 북스가 마야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점점 변화가 시작되고 그 변화가 섬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하면서 점점 
이야기가 풍성해져 간다. 그리고 무르익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내가 꿈꾸는 미래가 들어 있었다.
나 역시 삶의 후반부에는 이처럼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에 관해서 사람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4월에 만난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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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1 - 1000년 로마의 시작 리비우스 로마사 1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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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고대 역사를 다룬다면 크게 두 나라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그리스, 다른 하나는 로마이다.
그리스는 그 역사가 로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지 않으나 그 기간에 이루었던 업적들이 
찬란하기에후세에 많이 거론된다.
후자인 로마는 천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그리고 그 시간만큼 엄청난 기록들을 써왔기에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물론 어디에 더 손을 들어주겠노라 한다면 로마라고 생각한다. 
전 지구의 역사에서 이만큼 큰 영향력을 가졌던 나라가 있었겠느냐...라는 나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역사에 관해서는 무수히 많은 서적들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된 책들도 있겠으나 그 책을 저술한 사람을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이목이 쏠리게 된다.
바로 '티투스 리비우스'이기 때문이다.

리비우스는 로마시대의 인물이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 않겠으나 후세인물이 역사를 기록하는 책보다는 당대의 인물이 기록하는 역사책이 더 중요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비슷한 예가 바로 삼국지의 '진수'이다. 
(후세의 다른 삼국지들이 존재하나 정사라는 단어가 붙는 삼국지는 그 시대에 살았던 진수의 삼국지뿐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리비우스 로마사는 그 어떤 로마서보다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기록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양이 무려 142권에 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 모든 기록이 고스란히 지금도 남았더라면 더 가치가 있겠으나 현재 35권까지 밖에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1권은 트로이의 함락 이후 아이네아스, 안테노르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들이 여러 과정을 거쳐 어떤 곳에서 정착하게 되고 그 후손인 로마의 창시자 로물루스, 레무스가 탄생하는 이야기, 그리고 로마가 왕정을 거쳐 공화정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따지고 본다면 로마의 건국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로마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관심 있던 분야는 제정시대의 로마였기 때문인데 그 이전의 로마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어려웠다.
독서와 동시에 인터넷으로 로마의 역사를 뒤적거렸다. 나의 얇디얇은 지식의 폭의 한계를 느끼면서 말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서의 기간이 길어졌는데 덕분에 고대 로마의 역사에 대하여
어느 정도 길잡이를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해서는 초보자이기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단지 책을 읽는 독서가의 한 명으로서 본다면 꽤나 내용이 재미있다.
어느 나라의 역사든 건국신화는 재밌는 법이지만 이 책은 그것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집에는 시오노 나나미, 콜린 메컬로의 로마 관련 서적이 컬렉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총 4권으로 출간 계획이 있는 이 책도 추후에 컬렉션으로 
우리 집의 책장 한 켠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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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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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맞물려 시작된 대한민국의 근대화.. 
변화된 사회를 맞이한다는 것은 준비된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아니 못한 체 사회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크게 2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농촌 
2부에서는 근대화의 조선을 다룬다.

주인공은 첫째와 선비라는 인물이다.
첫째는 지주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다. 언제나 수확을 거두면 반 이상을 
지주에게 줘야만 하는 평생 도돌이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인생이다.
선비는 부모님을 여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을 지주인 덕호의

식모로 살아간다.
이 역시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1부에서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다. 마을의 지주가 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의 땅에서 소작으로 살아간다.

지주는 온갖 이유로 소작농들의 생산물을 갈취한다. 
게다가 권력이라는 것에 편승하여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간다.
첫째와 신비는 이 사람의 핍박 아닌 핍박을 못 이겨 마을을 떠난다.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1부의 모습은 농촌 사회의 역사를 가진 모든 나라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익부와 빈익빈의 격차가 점점 심해져 마을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탈자들은 정착지를 정하지 못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을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나은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2부는 첫째와 선비가 마을을 벗어나 근대화라는 사회 변화를 겪는 모습을 담는다.
이 둘은 근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공장으로 향한다.
그 안에는 지주가 존재하지 않으나 공장장 등 다른 권력의 형태가 존재한다.
어디를 가도 소작의 형태를 벗어날 수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농촌과는 달리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계몽이 존재한다.
타인과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으며 점차 계급, 현실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그것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여기서 다른 설정을 추가한다.
바로 죽음이다.
방적 공장을 다녔던 선비는 계몽으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이를 부정하는 운동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바로 폐병이다.
비로소 자신의 삶을 자각했던 선비는 결국 병으로 숨지게 된다.

왜 작가는 이 시점에서 선비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선비의 죽음으로 독자에게 사회적 반항의 상실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개인 하나하나의 노력으로는 큰 결실을 이룰 수 없다는 것,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수의 같은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작은 불씨 하나로는 방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선비였을까?
그것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당시에 보기 드문 여류작가였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여성이었다. 남녀 차별이 심했으며

애국심의 상실 또한 컸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이런 소설을 만들었다는 것은 작가 나름대로 계몽 의식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한계도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함을 선비의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 당시의 인간문제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냥 서글프다.
좀 더 시간이 흐른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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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 에도를 세우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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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8주로 가시오!'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을 이룩하고 이에야스에게 내린 명이다.
천하인에 오른 히데요시가 각 지역에 군웅으로 자리 잡고 있던 다이묘들을 견제하기 위해 전봉정책을 세웠다. 그들의 기반을 흔들기 위해 근거지가 되었던 곳들에서 강제 이주 시킨 것이다.

본래 미카와 지역의 성주였던 이에야스는 호조 가문이 멸망한 자리를 히데요시에게 하사받았다.
그것은 눈엣가시인 이에야스의 날개를 꺾으려는 히데요시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이에야스는 에도로 이동하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일본 역사 소설들 중에는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소위 말하는 일본의 전국시대, 그중에 3대장인 오다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이 그것이다. 
그것도 그런 것이 일본 역사에 대한 반감이 있고 대중들이 전쟁사, 인물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때문에 전국시대를 보는 시각이 상당히 일 편 적이다.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던 인물들의 시점에서만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먼저 전쟁과 인물사를 다루지 않는다. 
이에야스가 에도로 거점을 옮긴 후 그가 어떻게 에도를 변화시키는지 그것에 중점을 맞춘 책이다.
그간 봐왔던 전국시대와는 다른 시선에서 전국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책의 주인공은 이에야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목에서 보면 이에야스가 중점이 될 것 같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이에야스가 아닌
그의 명에 의해 에도를 새롭게 바꾸어 가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물론 이에야스의 비중이 없는 것은 아니나 엄연히 이 책의 주인공은 그 인물들이다.

책의 내용은 다섯 꼭지로 나누어진다.
치수(治水), 화폐, 식수, 석벽, 천수각 이렇게 된다.
각 꼭지에는 이에야스 또는 그의 가신이 기용한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꾸며나간다.
그들은 각각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목표의식'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을 다하려 한다. 그리고 결말에는 그 목적을 달성한다.
그렇게 그들은 에도의 역사에 녹아들어 갔던 것이다.

이에야스가 다시 한번 천하를 통일한 후 벌써 5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의 거점인 에도는 도쿄라는 이름으로 현 일본의 수도가 되었다.

우리가 그리고 미래가 기억하는 에도는 누구의 작품이라고 할 것인가?
그 물음의 답은 대다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그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이름 속에는 에도를 보다 살기 좋게 보다 발전할 수 있게 
노력했던 역사의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인물들의 노력과 결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가 아니라 모두의 역사인 것이다!

"천수각의 외벽. 왜 흰색으로 하시는 건지."
.
.
"흰색은 죽음의 색..."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무수히 죽은 사람들 덕분이니까"
.
.
"그렇게 첩첩이 쌓인 시체 위에 내가 있고 너도 있는 것이다.
히데타다, 이 천수각은 그들의 혼령을 모시는 새하얀 묘석이니라,
정성을 다하여라" - 3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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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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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다.
"어른이 돼보면 알 거다.. 너희들에게는 아직 일러"

글쎄... 
어렸던 그 당시의 나에게는 이 말은 무척 힘들었다. 단지 어려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나 자신의 무능력함과 더불어 불가피함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위의 글처럼 해당되는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어른이 가지는 우월함, 아이들은 모른다는 선입견 등등 상당히 부정적인 기억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저 말을 100%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그것을 알았다.

이 책은 작가의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아이들은 모를걸?'이라는 의미가 짙게 깔려 있는 듯하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면 단순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요리에 관해 작가가 가졌던 경험, 생각 등을 다루고 있다.
 
책 속에는 다양한 맛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단맛, 신맛 등이 아니라 죄송스
러운 맛, 세월의 맛 등이다.

맛이라는 것이 혀로 느끼는 감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흥미로운 책이다.

다양한 맛을 읽는 재미가 있으면서 또 하나의 재미는 소개되는 일본 요리들이다. 
사실 일본식 요리는 쓰시로 대표되는 정도 밖에 모르는 나이기에

이 책의 요리들은 제법 흥미로웠다.
책 속에 소개된 일본요리를 읽고 그것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고 하는 등 2차적인 작업을 해가면서 책을 읽었다.
이런 요리를 이렇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작가가 정말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나는 이 책이 어른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요리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제조하는 요리가 아닌 그것을 맛보고 느끼고 추억을 가지는 것은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다.
상대적으로 아이보다는 어른이 더 우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밥을 생각해보라.(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어머니의 집밥과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사람이 느끼는 어머니의 집밥...
어느 것이 더 추억이 많을 것이며 더 강하게 남아있을까?...
때문에 어른의 맛이라는 것이 더 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반응하는 것은 추억이라는 것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배경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학창시절을 겪고 사회에 진출하면 우리는 하나의 독립체로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난다.
채 어린 티를 못 벗은  새가 날갯짓을 완벽히 배우고 둥지를 벗어날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아직 어린 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취업, 스펙 쌓기, 불평등 등등 각종 사회문제로 이들을 괴롭힌다.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둥지를 벗어났으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꼴이다. 
흔히 말하는 취준생들이다.

이들은 잠자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취업의 좁디좁은 문턱을 넘으려 애를 쓴다. 
본래 요리라는 것은 급하면 안 되는 것이다. 요리가 만들어진 과정부터 음미하기까지 마음과 시간에
여유가 충분히 있어야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취준생들에게 이런 것은 사치일 뿐이다.(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따듯했던 어머니의 요리, 취준생이 되면서 힘들고 추웠던 요리 
등 다양한 맛이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쎄... 
나는 이 책을 20대의 청춘들보다는 더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시간과 경험이 쌓였을 때 읽는다면 보다 맛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의 맛... 그것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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