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문제 - 강경애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7
강경애 지음, 최원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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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맞물려 시작된 대한민국의 근대화.. 
변화된 사회를 맞이한다는 것은 준비된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준비되지 않은... 아니 못한 체 사회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크게 2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농촌 
2부에서는 근대화의 조선을 다룬다.

주인공은 첫째와 선비라는 인물이다.
첫째는 지주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다. 언제나 수확을 거두면 반 이상을 
지주에게 줘야만 하는 평생 도돌이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인생이다.
선비는 부모님을 여의고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을 지주인 덕호의

식모로 살아간다.
이 역시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1부에서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다. 마을의 지주가 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의 땅에서 소작으로 살아간다.

지주는 온갖 이유로 소작농들의 생산물을 갈취한다. 
게다가 권력이라는 것에 편승하여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간다.
첫째와 신비는 이 사람의 핍박 아닌 핍박을 못 이겨 마을을 떠난다.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1부의 모습은 농촌 사회의 역사를 가진 모든 나라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익부와 빈익빈의 격차가 점점 심해져 마을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탈자들은 정착지를 정하지 못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마을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나은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2부는 첫째와 선비가 마을을 벗어나 근대화라는 사회 변화를 겪는 모습을 담는다.
이 둘은 근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공장으로 향한다.
그 안에는 지주가 존재하지 않으나 공장장 등 다른 권력의 형태가 존재한다.
어디를 가도 소작의 형태를 벗어날 수가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농촌과는 달리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는 계몽이 존재한다.
타인과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으며 점차 계급, 현실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그것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프롤레타리아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여기서 다른 설정을 추가한다.
바로 죽음이다.
방적 공장을 다녔던 선비는 계몽으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이를 부정하는 운동을 준비하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바로 폐병이다.
비로소 자신의 삶을 자각했던 선비는 결국 병으로 숨지게 된다.

왜 작가는 이 시점에서 선비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선비의 죽음으로 독자에게 사회적 반항의 상실감 그리고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개인 하나하나의 노력으로는 큰 결실을 이룰 수 없다는 것,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수의 같은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작은 불씨 하나로는 방을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선비였을까?
그것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당시에 보기 드문 여류작가였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여성이었다. 남녀 차별이 심했으며

애국심의 상실 또한 컸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이런 소설을 만들었다는 것은 작가 나름대로 계몽 의식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한계도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할 수 없는 현실의 무력함을 선비의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 당시의 인간문제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냥 서글프다.
좀 더 시간이 흐른다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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