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최저 생계 수단을 독점하고

생계를 유지할 다른 실행 가능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두려움이 언제든 노동자 순응의 동기로 사용될 수 있다.

순응하지 않을 때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용주의 요구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 지배 자본주의는 인건비 절감을 통해

수입을 극대화하는 흔한 경영 관습을 통해

그러한 두려움을 조금씩 늘려간다.

......

두려움을 이용하면 순응은 보장되지만,

이는 오직 지속적인 작업 감시 상태 아래서만 가능하고

따라서 기업의 통상 인건비에 감시 비용을 추가시킨다.


캐스린 태너, 『기독교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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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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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이라는 약어로 자주 불리는 대중교양서적을 엄청나게 파는데 성공한 유명 작가 채사장(본명은 아니겠지?)의 책을 처음 손에 들어 본다. 이 책도 아마 중고도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배송비 무료 기준을 맞추려고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결국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언젠가 이렇게 손에 들리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이내 내용에 점점 빠져든다.(지하철 내려야 할 역을 놓칠 뻔 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교양지식 정도의 느낌인데, 우리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세금이라는 주제로 도입을 한 것부터가 꽤나 임팩트가 있다.


세금을 어떤 식으로 거둘 것인가가 결국 국가의 정체와도 연결되고, 다시 다양한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기본적 전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꽤나 선명하게(물론 이 과정에서 지나친 단순화도 살짝 보이긴 한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낸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왜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 짐작이 간다.





물론 정치적 갈등과 그로 인해 정치과잉질환이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그 갈등의 깊이와 파괴력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가만 보면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 투성이다. 온통 인상비평을 하는 자칭 전문가들로 넘쳐나고, 자신의 생각을 그들의 의견을 단순하게 받아들여 무한복제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군중들은 거의 광신자와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다.


나와 내가 선 진영의 주장은 진리이고 상대편의 주장은 사악한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상대방의 주장에도 타당한 면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안은 선과 악이 아니라 가치와 기준의 문제라는 것은(기준을 어디에 세우고, 어떤 가치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최소한의 교양을 갖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상대방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모습이 통쾌하긴 하지만, 새해를 맞아 여야가 국민들에게 함께 인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 않던가. 결국 시민의 교양이 필요하다. 우리 앞에 서 있는 그들은 우리의 교양 수준을 대변하는 인물들일 뿐이니까.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는 저자다. 언뜻 유시민의 잘 읽히던 글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대한 양측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결국 선택은 독자에게 맡기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물론 책을 읽기 전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정도 교양을 알고 내리는 결론이라면 최소한 서로 대화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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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얇고 넓은 지식,꼭 저 같은 사람이 읽어야 될 교양서적 같단 생각이 드네요.눈이 좋아지면 꼭 한번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다고 악이 없어질까?

체포해 격리하는 건 달리 보면 보호다.

일정 기간 ‘보호’된 죄인들은 세상의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 대다수는 또 다시 법을 어긴다.

그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죄를 저질러도 어떤 보복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국가가 그들을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히가시노 게이고, 『방황하는 칼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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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회전 독서대 - 책 읽는 찰리브라운과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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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리뷰했던, 치명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알라딘 회전독서대.


그 동안 하는 수 없이 고정핀 머리 부분의 볼캡만 빼놓고 써왔는데, 오늘 서랍 정리하다가 그 전에 샀던 노르딕 투명독서대의 고정핀 부분의 고무로 된 캡 여유분을 발견해 전격 개조에 성공했다.


볼 캡 부분은 손으로도 잘 빠졌는데, 그 다음 흰 플라스틱 부분은 영 빠지지 않아 결국 펜치(와.. 이 공구의 정식명칭은 "플라이어 Pliers"라고 한다!)로 뜯어내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검은색 고무재질의 캡을 쑥 끼우니...





이런 식으로 꽤 잘 들어간다. 책장을 고정할 때 미끄러지지도 않고, 책에 자국도 남지 않는다. 혹 이미 구입해버리고 계속 옆으로 흘러내려서 곤란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개조해 보는 건 어떨지.. (근데 이 검은 고무캡은 어디서 따로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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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4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손재주가 대단하시네요^^

닷슈 2026-01-04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회전독서대가 책장을 잡아주질 못하더군요
 
변화의 반복 - 트라우마를 가로지르는 마음의 지도
권요셉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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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는 사실 이런 내용일지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 남수단에서 벌어진 내전에서 급히 탈출한 선교사 가족이 어떻게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는지에 관한 신앙적 에세이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내용은 훨씬 더 전문적인 정신분석적 접근과 치유 과정이 실려 있다. 막연한 위로와 격려가 아니라, 조금은 더 학술적인 성격의 글이다.


전쟁을 직접 겪는다는 것, 비록 내가 그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고 해도, 바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있고, 어제까지 함께 했던 이웃들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한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다행이도 남수단을 탈출해 국내로 돌아온 후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저자가 어떻게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과정을 옮겼다.





앞서도 말했지만, 저자의 치유 과정은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는 “분열분석”이라는 분석기법을 사용한다. 이 기법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으며 그 중에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자아를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 모두를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정체성을 하나씩 분열(분리)해서 각자가 우리에게 의미가 있음을 알아가는 데서 분열분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게 각각의 정체성을 하나하나 중요하게 분석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를 둘러싼 여러 환경적 요소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진다. 분열분석에서는 이런 배경적 요소들 또한 우리에게 조금씩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분열분석에서의 치료는 우리를 구성하는 이 여러 가지 역할과 배경들을 하나씩 떼어서 인식하면서 동시에 그 요소들 가운데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트라우마)을 만들어내는 것들에 변화를 주는 데 있다. 예를 들면 내전이 벌어지는 남수단을 탈출해 나온 저자는, 자신이 현지의 교인들을 두고 도망쳐 나왔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저자는 이 죄책감을 구성하는 원인들을 분석하되, 선교사로서의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해 인식하면서, 자신이 했던 행동이 가장으로서 잘못된 행동이 아니었음을 반복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치유를 시작한다.


또, 환경 역시 중요하기에 나를 둘러싼 환경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다만 국가나 사회적인 큰 단위의 배경을 개인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주변의 작은 부분들에 집중한다. 이를 테면 매일 자신이 누구인지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하나하나의 작은 변화는 곧바로 극적인 치유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다만 작은 변화가 반복적으로 가해져 쌓이면 결국 달라진다. 이 책의 제목 “변화의 반복”은 아마 이 과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책은 이런 이론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실제 치유 과정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저자 자신의 예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여느 이론서들과 다른 점이다. 덕분에 내용을 이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잘은 모르지만) 이제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신분석적 방식과 사뭇 다른 내용이라 흥미롭기도 했고,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자세해서, ‘아 치료 과정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더욱 생생한 느낌으로 읽었다.


물론 나 같은 문외한이 책 한 권 읽고 나서 당장 뭔가를 적용하고 시도해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치료 방식들은 아주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 아니라서,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저자 개인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겼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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