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그리 붐비지 않는 어느 골목 카페를 중심으로 하루 동안 이뤄지는 네 건의 만남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작품.
이제는 유명한 배우가 된 유진(정유미)는 전 남자친구를 만나러 아침부터 카페에 나온다. 둘은 무슨 이유 때문에 만났을까. 또 헤어진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시간이 갈수록 눈치 하나 드럽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전 남친을 향한 유진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져 간다.
두 번째 만남의 남녀는 뭔가 미묘한 분위기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눈만이 아니라 마음마저도 서로 마주치지 않는 듯한 대화가 오고간다. 마침내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고, 그제야 남자는 여자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세 번째는 두 여자의 만남. 젊은 여자와 나이가 든 여자 사이에 오고가는 묘한 대화. 젊은 여자는 뭔가를 부탁하고 있고, 이전에 서로 만나보지 못한 것 같은데도 찰떡같이 상대의 말을 알아듣고, 요구사항을 적고 묻고 하는 대화 속에서 또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마지막 만남은 어느덧 밤. 결혼을 앞두었던 옛 여자친구와 만난 남자. 그런데 여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남자친구가 외국에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자신과 바람을 피자는.(이건 마치 엄정화 감우성 주연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의 대답은 무엇일까.
2. 감상평 。。。。 。。。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네 가지의 다른 만남이라는 소재가 재미있다. 각각의 만남은 시간을 서로 달리하는데, 오전부터 한밤중까지의 서로 다른 시간은, 그 시간대에 카페에 나오는 사람들의 성격과도 관련되어 있다. 아침 시간의 잠이 덜 깬 듯한 시간에 나온 남자는 정말로 잠이 덜 깼는지 눈치 없는 말만 반복하고, 오후로 접어든 시간에 만난 사람들은 뭔가 중요한 거래, 혹은 제안을 한다. 한밤중의 만남은 좀 더 끈적하고 농밀한 말들이 오고가고.
시간만이 아니라 테이블 위에 놓인 음료의 종류도 대화의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누군가는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고, 누구는 급히 우러나는 홍차의 향을 즐긴다. 라떼아트가 올려져 있는 커피를 앞에 두고 한쪽은 각설탕을 넣어, 또 한쪽은 그냥 입으로 옮긴다.
사실 뭔가 의미를 전달하기 보다는 기분과 느낌,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쓴 작품 같다. 실제 촬영도 겨우 일주일 남짓 진행되었다고 하니 순간적인 느낌을 포착해 그려내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짧은 촬영기간에도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던지라 분위기는 제대로 만들어 낸다. 특히 대화가 진행되면서 변해가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해 내는지..
오직 대화로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재능이다. 다음엔 좀 더 큰 작품에서 만났으면 하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