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 기본이 안 된 사회에 기본을 만드는 소득 지금+여기 5
오준호 지음 / 개마고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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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1장에서는 기본소득이란 무엇인지 그 개념을 정리하고, 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지 그 이유에 관해 설명한다. 2장에서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가장 주요한 이유인 개인의 나태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대 증거를 제시하는 부분이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의 일부 지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꽤나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다는 것.

     3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또 다른 반대인 윤리적 문제에 대항하는 부분이다. 오직 노동의 대가로 소득을 얻는 것만이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그것이 전통적으로 지배계급에 의해 조작된 윤리이며, 나아가 급격한 발달로 이전과 같은 안정된 일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노동윤리에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다.

 

     ​앞서 2장과 3장에서 기본소득 제도에 관한 방어적 변화를 꾀했다면, 4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부분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유자원에 관한 것인데, 땅과 공기 같이 누구 하나가 독점적 권한을 주장할 수 없는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자연스럽게 기본소득에 사용되는 재원 문제로 이어지는데, 사실 이 부분은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증세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만 제시되고 있다.

 

 

2. 감상평 。。。。。。。

     대학에 다닐 때 논문작성법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이 있다. 논문을 쓰려면 최소한 두 가지 중 한 가지 조건은 갖춰야 한다는 것. 하나는 그것을 읽기 전 생각지 못했던 내용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아주 잘 정리해서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읽을 만한 책의 조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그 중 두 번째 조건을 안정적으로 만족시키면서, 첫 번째 조건도 일부 채워주고 있으니까. 책은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기본소득)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이해를 충분히 돕는다. 학술적인 수준의 책은 아니지만, 교양서적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할 것 같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흥미롭다. 국가에서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복지 제도라..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 책에 나온 것처럼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굳이 먹고 살기 위해서’ ‘을 포기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송파 세 모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돈이 안 된다고 일찌감치 포기를 종용받는 수많은 꿈들이 실현되는 일들이 좀 더 자주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좋은 제도가 왜 아직 시행되지 않는 걸까? 수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서? 사실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충분한 돈만 있다면 몇 명이 놀든 무슨 상관일까. 그렇다, 문제는 돈이다.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마련 방법. 책에서는 일부 부유층 증세와 불로소득과 공유자원에 대한 세금부과 등을 대안으로 꼽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같은 산유국들이 아닌 이상 공유자원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큰돈이 들어올 리 만무하고, 부유층 증세는 저항이 만만찮을 것 같다.

     그리고 앞서 사실 윤리적인 문제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물론 책에서는 기본소득이 도입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장 나태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실험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실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일정 기간 동안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아무래도 기한 없이 주어질 때보다 돈의 사용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제도를 늘 선한 방식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인류 역사를 보면 이와 비슷한 꿈을 꾸었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유토피아를 세상에 건설하려는 노력은 하나같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난 그게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 문제에 기인한다고 본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국가적 실험의 실패는. 그들이 인류의 선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데 있었다.

     물론 개별적인 관계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사람을 신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전체라는 이름의 모호한 덩어리가 되어버린다면 인류는 그다지 선한 존재가 아니다. 설사 악한 이들이 절대 다수가 아니라도, 대개 그렇게 집요하고 끈질기게 사익을 추구하거나 공동체의 연대를 깨뜨리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에 올라가곤 한다는 게 또 문제. 흰색에는 검은색이 조금만 섞이더라도 처음의 자기 색을 충분히 유지할 수가 없는 거니까.

 

     어쩌면 이런 제도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해서는 적절히 작동되기 어려운 게 아닐까도 싶다. 적어도 받은 돈을 매번 술과 도박으로 탕진하는 이들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적 연대가 기능할 수 있는. 하지만 그냥 버려지기엔 너무 매력적인 제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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