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일본의 한 주택가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부부. 범인은 범행현장에 분노()’라는 글자를 피해자의 피로 써 놓았다. 방송까지 동원한 범인 찾기가 한창일 즈음에, 서로 다른 장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사람이 나타난다.

 

     ​작은 어촌 마을, 가출 후 풍속주점에서 몸과 마음이 소진된 딸(아이코, 미야자키 아오이)을 찾아 집으로 온 요헤이(와타나베 켄). 나름 돌아온 생활에 적응하는 듯하던 아이코가 얼마 전부터 마을에 들어와 일하던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에게 빠져 버린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클럽 파티에 자주 가는 유우마(츠마부키 사토시). 게이였던 그는 어느 날 클럽에서 나오토(아야노 고)를 만나고, 곧 그와 동거를 시작한다. 인근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도난 사건, 그리고 역시 자신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나오토. 어느 날 그가 한 여성과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유우마.

     끝으로 얼마 전부터 한 무인도에 들어와 살고 있는 배낭여행족 싱고(모리야마 미라이). 얼마 전 섬으로 이사 온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우연히 만난 그의 친절한 모습에 금방 마음을 열지만, 사실 이런 꼴로 섬에서 혼자 사는 남자의 존재 자체가 좀 수상하지 않나?

 

 

 

2. 감상평 。。。。 。。。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곧 주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와서 살기 시작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의심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더구나 그가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좀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이 작품은 그런 자연스러운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자극적인 영상이나 과도한 전개 없이 잔잔하게 그려낸다. 수준 있는 연출력.

 

     ​사실 영화에 앞서 한 신문에 연재되었다던 원작의 구성 자체가 흥미롭다. 텔레비전을 가득 채운 엽기적인 범행의 용의자 몽타주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주변에 그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라는 가정은 솔깃하지 않은가. 서로 다른 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서로 겹치지 않게 엮음으로써(유일한 교차점은 용의자 몽타주 방송) 재미있는 구성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처음부터 그 세 명 중 누가 진범인지를 가르쳐 주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나가고 있으니 (감독 자신도 영화를 만들면서 진점을 결정했다는 말도..) 이런 차원의 영화적 즐거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듯. 다만 고민이 좀 깊었던 건지, 진범이 드러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제목은 분노이지만, 그게 썩 잘 지어진 것 같지 않다. 세 개의 이야기들 중 분노’(그냥 화가 좀 나는 수준이 아니라 격렬하게 터져 나오는)라는 소재에 합당한 건 하나뿐인데, 그나마 그 분노의 과정이 썩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사실 가장 공감이 가지 않는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오히려 영화의 중심 주제는 신뢰였다. 충분히 의심스러울 만한 상황 속에서 계속 상대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딜레마. 그냥 단순히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적 갈등이 좀 덜 할 텐데, 이야기 중 두 개는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머지 하나도 소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흥미로운 건 일찌감치 신뢰를 포기했거나, 끝까지 믿으려고 노력했거나 모든 이야기가 파국을 맞게 된다는 거.

 

 

 

 

     다만 세 가지 이야기가 모두 동일하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미군기지 인근의 섬 이야기는 좀 갑작스러운 전개와 무리가 있고, 게이 커플의 파국이야기는 소재 말고는 특별한 게 보이지 않는다.

 

     ​개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와타나베 켄과 미야자키 아오이가 연기한 항구도시 이야기. 딸의 전력 때문에 그를 애틋하게 바라보면서도 염려가 그치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과, 겉으로는 밝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심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등감을 안고 있는 딸, 그리고 그 부녀 앞에 나타난 수상한 청년의 이야기는, 그냥 이것만 가지고 장편 영화를 만들어도 충분히 흡입력이 있었겠다 싶었다. 몇몇 대사들은 마음을 푹 찔러 들어와서 떨리게 만들기까지 했으니..(이런 경험은 오랜만이다)

 

     ​조금만 더 손을 봤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싶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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