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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폴 W.S. 앤더슨 감독, 이언 글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이제는 살짝 지긋지긋해지는) T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어 버린 상황. 죽을 듯 죽을 듯 살아남는 주인공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는 엄브렐러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으로부터, T 바이러스의 해독제가 개발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엄브렐러사에 잡임해 백신을 탈취하기로 한 앨리스. 하지만 엄청난 수의 좀비 군단과 함께 나타난 알렉산더 박사(이아인 글렌)가 그를 막아섰고, 무슨 아케이드 게임처럼 온갖 함정장치들로 가득한 엄브렐러사의 비밀기지를 지날수록 동료들의 희생도 늘어난다.
그리고 마침내 지하 비밀기지의 핵심부에 진입하게 된 앨리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놀라운 진실. 물론 이런 종류의 액션에서는 모두가 기대하는 해피엔딩이 따라오기 마련..

2. 감상평 。。。。 。。。
벌써 몇 번째 시리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일일이 챙겨 본 것은 아니고, 반드시 봐야 한다고 꼽는 시리즈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밀라 요요비치라는 배우를 알게 만든 작품이었고(여느 외국 여배우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의 눈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상 (내 경우에는) 좀비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시리즈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끌어왔던 이 시리즈도 마침내 끝을 맺나 싶다. 이번 편의 부제는 ‘파멸의 날’인데 영어부제는 The Final Chapter다. 마지막 장이라는 말. 영화 속에서도 마침내 T 바이러스의 해독제가 나타났고, 좀비들이 쓰러지고, 비밀기지는 폭파되었다.(물론 이 정도야 맘만 먹으면 언제든 재건되곤 했지만) 15년 여 동안 주인공을 맡아온 밀라 요요비치도 이젠 초반의 풋풋함 대신 완숙함이 더 먼저 보이게 되었으니..(그 첫 편의 빨간 원피스는 쉽게 잊히지 않을 듯)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인류의 멸망에 대한 관심과 두려움을 지속적으로 붙잡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만든 바이러스가 퍼져 전 인류가 최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현실화 되고 있기도 하다.(물론 그것이 꼭 좀비라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예를 들면, 우리가 마시고 있는 대부분의 음료에는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로 만든 액상과당이 들어있다. 또, GMO 옥수수로 만든 사료로 길러진 가축의 고기를 일상적으로 먹고 있기도 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현 인류의 몸속 유전물질을 추적해 보면 이 GMO 옥수수가 상당한 정도로 축적되어 있다고도 하니까. 만약 어느 날 이 유전자조작 옥수수에서 심각한 유전적 문제가 발견된다면?
꼭 그런 식만 있는 건 아니다. 유전자 조작 종자들이 휩쓴 인도 농업은 이미 초토화 되었고, 국제 종자회사에 사실상 종속된 상황이다. 그 결과 매년 수백, 수천 명의 인도 농부들이 극도의 빈곤상황에서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수십 만 명의 농부들을 파산시켜 사실상 노예화 한 몬산토와 좀비로 만든 엄브렐라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여전히 늘어나는 핵발전소들은 어떻고? 농도가 낮다 뿐이지 쉴 새 없이 새어 나오는 방사능 물질들은 과연 안전한 걸까. 온갖 화학물질 범벅이 된 우리 주변의 환경들은? 지난 번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영화 속에서는 한 명의 영웅이 나타나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지만, 현실 속에 그런 영웅들이 활약할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앨리스는 탁월한 신체적 능력으로 나쁜 놈들을 베고, 쏘고, 무너뜨리지만, 현실 속 엄브렐러의 요인들은 돈과 법으로 훨씬 더 강력한 방어막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우리 대다수는 영화 속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좀비들 중 한 명이 되지 않으려나.
현실은 한두 명의 영웅들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앨리스가 되어서 다 함께 엄브렐러의 본거지를 향해 달려가는 게 유일한 답이다.(흥미롭게도 어느 시리즈에서 그렇게 앨리스는 자신의 수많은 클론 자매들과 함께 적의 본거지를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