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온 편지
시모어토핑 지음, 정회성 옮김 / 한문화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  요약 ]

 

        중국을 사랑하는 미국인 젠슨. 그는 도교 사상을 연구하기 위해 중국에 머물면서, 그 땅의 사람들, 건축물, 문화 등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점차 심각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중국의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내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전쟁의 포화는 수많은 예술품과 건축물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심각한 타격은 중국인들 사이에 나타나는 극한의 대립이었다.

 

        전쟁은 젠슨의 연구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중국을 떠나야 하는가 싶었던 젠슨에게 CIA 소속의 사람들이 접근해 온다. 그들은 젠슨의 중국거주를 도와주는 대신, 그가 정보부를 위해 모종의 일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들이 들춰내는 자신의 약점들을 듣고, 젠슨은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즈음 젠슨이 알게 된 한 여성이 있었다. 릴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천진 대학교의 학생으로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다. 부패한 국민당 정권 대신, 중국의 개혁을 공언하고 있는 공산당이 집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릴리안. 그녀가 처음 젠슨을 만나게 된 것은 이 운동에 젠슨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지만, 어디 사람 일이라는 게 뜻대로만 되던가. 젠슨과 릴리안 모두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고 만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은 둘이 달콤한 사랑 놀음에만 빠져 있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공산당 소속의 인민해방군이 점차 베이징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위기감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국민당이 베이징을 사수하기 위해 저항을 한다면, 수 천 년의 문화재와 건물들이 모두 잿더미가 될 판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한 가지 특명이 주어진다. 베이징을 공산당에게 양도하는 협정을 맺는 일이다. 졸지에 젠슨은 두 진영 사이에서 위험한 중개인으로서 활동하게 되어 버렸다.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내전 당시의 중국의 상황 가운데서, 베이징의 파괴를 막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니는 젠슨. 과연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볼 것인가, 릴리안과의 사랑은 또 어떻게 될까.


 

 


[ 감상평 ]

 

        썩 유명한 제목의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는데, 알고 보니 동명의 다른 책이 있었다. ㅡㅡ;; 책을 다 읽고서야 알게 됐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다 내 무지 탓이다.

 

        ‘혁명기의 중국, 혁명보다 강렬한 사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멋진 말이다. 하지만 과연 책의 내용이 부제에 상응할 정도의 무게감과 감동을 지니고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쳐줘서 부제의 전반부인 ‘혁명기의 중국’까지는 어느 정도 소설을 통해 드러냈는지 모르겠는데, 나머지 부분의 ‘혁명보다 강렬한 사랑’이라는 말은 말 뿐인 것이 아닌가 싶다. 소설 전체에 걸쳐서 젠슨과 릴리안의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큰 비중을 갖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 둘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접촉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거의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할 뿐이다. ‘사랑’이 ‘혁명’보다 앞서는 모습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가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사실묘사에는 충실했지만, 감정묘사나 이야기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야기의 결말 부분이다. 혁명도 사랑도 완성되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작가는 그 부분에 대한 적절한 의미부여에도 실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적절한 감동도 주지 못하고 있다.

 

 


        인물의 성격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혁명을 이겨내는 사랑을 이루려면 적어도 상당한 결단력과 강력한 추진력, 판단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젠슨이나 릴리안이라는 인물 모두 이런 면에 있어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언뜻 개인의 주관은 강한 것 같지만, 중요한 순간이 오면 언제나 자신의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강한 세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래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지 않는가.

 


        역경을 이겨내는 아름다우면서고 강력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을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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