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아내를 잃은 보험사 과장 강수(김남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잊혀지는 일인가) 맡게 된 교통사고 건. 25세의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가 연고도 없는 강원도의 한 시골에서 차에 치여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영화에선 자꾸 식물인간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틀렸다. 소위 식물인간 상태는 일체의 기계적 보조 없이 스스로 숨을 쉬는 등 생체활동이 지속되는 상태다. 영화 속 미소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고 있으니 식물인간이 아니다)

     어떻게든 합의를 받아 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고아에 의식도 없는 미소의 사건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자신이 자꾸 미소라고 주장하는 아가씨를 만난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거울에도 비취지 않는) ‘영혼이었던 것. 점차 그녀와의 만남에 익숙해진 강수는, 곧 이 천진난만하게 구는 순수한 영혼과 함께 봄을 맞은 거리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영화 후반, 강수와 미소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 여기서부터 영화는 급 분위기 전환을 시작하는데...

 


 

2. 감상평 。。。。。。。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후에야 영혼이라는, 모양으로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미소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을 것이다. 모든 걸 귀로, 그리고 손으로만 익히던 상황이었으니까. 이 신기함은 천진함으로 다가오고, 아픈 과거를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지내려는 구김살 없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더구나 그게 천우희라면.. 즉 일단 캐릭터로는 한 점 얻고 들어가는 인물. 여기에 역시 깊은 슬픔을 안고 있으면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또 미소가 조르는 건 마지 못하는 척 다 들어주는 츤데레의 전형을 보여주는 김남길의 연기도 나쁘지 않고.

 

     ​영화 포스터도 그렇고, 실제 영화의 중반까지는 이 흥미로운 조합이 그려가는 로맨스가 주가 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봄비와 벚꽃 같은 소재들은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그대로 화보처럼 만든다. 물론 두 사람이 끈적끈적한 관계를 만드는 건 아니고, 딱 이맘 때 볼만한 봄 냄새 물씬 나는 사랑이야기. 묘한 상황에서 만난 묘한 상태의 두 남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를 그냥 그렇게 끝내기 싫었나보다. 두 남녀가 함께 다니며 만들었던 예쁜 추억들은, 어느새 마지막 부탁과 마지막 결심을 하도록 이끈다. 영화는 이걸 꽤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꾸미려고 애쓰는 듯하지만, 내가 보기엔 좀 억지스러운 감이 많았다.(영화 엔딩 크레딧에 법률자문을 해 준 변호사 이름도 올라가 있던데, 사실 중니공 강수가 한 일은 엄연한 불법이다) 주인공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그의 아내와의 기억을 사용하는데, 설득력이 얼마나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함께 다니다가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전개는, 앞서 봤던 감독의 전작들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구도다. (그러고 보니 이 감독의 영화를 제법 여러 편 보았다.) 전 남친에게 빚 받으러 찾아가서 하루를 함께 다니는 여자 이야기인 멋진 하루부터, 비 오는 날 아주 조용하게 헤어지는 커플이 나오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외에서 만난 유부남, 유부녀의 불륜 이야기인 남과 여까지.

 

     ​하나같이 주인공을 둘러싼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데는 성공했는데, 이야기 자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들이었다. 이번 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쯤 되면 감독을 보고 영화를 볼지 말지 선택해도 될 것 같은 일관성.

 

 

     ​천우희는 매력적이었다. 김남길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이 끌고 가는 이야기는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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