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무려 스물세 개의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케빈(제임스 맥어보이). 그의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은 플래처 박사(베티 버클리) 뿐이었지만, 그나마 그녀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케빈의 안에 있는 변태스럽고 폭력적인 자아인 데니스가 여성 자아인 페트리샤, 그리고 9세 소년의 자아인 헤드윅 등과 의기투합해 케빈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폭주가 시작된다. 그는 쇼핑몰에서 세 명의 소녀를 납치해 감금해 놓고 괴롭히기 시작했고, 나머지 인격들은 플래처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번번이 데니스에 의해 막히고 만다.
‘데니스 패거리’가 나머지 인격들을 억압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비스트’라는 존재를 알게 된 플래처 박사.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짐작한 플래처 박사는 ‘비스트’가 그저 폭력적 인격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상의 존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지하 깊은 곳에서 패거리들의 음모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 파국이 일어나고..

2. 감상평 。。。。。。。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 계속해서 변하는 다양한 인격들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특히 후반으로 가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극도로 달라지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의 모습은 그냥 멍하니 쳐다보게 만든다.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거의 유일한 이유는 제임스 맥어보이라는 인물 자체였으니까.
영화가 가진 나머지 하나의 매력은 ‘다중인격’이라는 소재에서 나오는데, 이 소재를 표현해 내는데도 맥어보이의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니까 뭐 말 다했다.(특히 구두에 롱스커트를 입고 나오는 장면은 압권.)
물론 단순히 연기자만의 힘만 보이는 건 아니다. 감독은 자주 인물들의 얼굴을 매우 가까이서 비추는데, 그럴 때마다 화면은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상황과 캐릭터, 그리고 암시로 이런 긴장감을 불러올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주인공의 다중인격과 세 소녀의 납치, 감금이 아주 매끄럽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데니스 패거리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이 설정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꼭 이런 식으로 그려져야 했을까? 힘없는 소녀들을 납치한 이유도 별 공감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들을 괴롭히는 모습은 끝까지 좀 불편했다.
여기에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 부분이 좀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고통에 대한 뜬금없는 찬사부터 재빠른 포기와 수긍이나, 어렸을 때 읽었던 괴기소설에나 나올법한 열린 마감도 그렇고. 이건 뭐 나쁜 놈이 처벌받지 않고 도망간다는 내용이 너무 현실적인 결론이 되어버린 시대인지라.. 이쪽이 너무 익숙해 보인다. (난 권선징악적 결론을 원한다고!)
소재 자체로 충분히 충격적이었던 영화.

덧.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이런 다중인격자들로 가득 찬 사회의 모습을 이미 보고 있다. 청문회에 나와서는 자기는 아무 것도 몰랐다는 거짓말로 끝까지 버티는 이들, 특히 자신은 단 한 번도 부정한 재물을 모으거나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는 어떤 분을 보고 있노라면, 아 이 사람의 이 인격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근데 정말 그렇다면 이런 위험한 인격 분열을 가진 양반을 그 자리에 계속 놔두는 건 위험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