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어느 날 전 세계 열두 개의 장소에 거대한 UFO가 나타났다. 선체는 18시간마다 한 번씩 문이 열리고, 그 곳에 들어가면 반투명한 장벽을 두고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가 불려온다.
가까스로 그들에게 인간들의 단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문자를 벽에 쓰는 방식으로 대답을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들이 왜 지구에 왔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종족의 대화는 오해를 낳았고, 상황은 일촉즉발로 치닫는다.
2. 감상평 。。。。。。。
UFO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조용하다. 외계인들은 레이저 광선을 쏘지도 않고, 인간을 납치하거나 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여기에는 서로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두 종족이 노력이 중심이다. 확실히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들 중에서는 매우 독특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류는 이런 경험들이 수차례 있어 왔다.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해서 그곳의 원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던 탐험가들이나, 미지의 세계로 수차례 여행을 했던 장건, 마르코 폴로 같은 이들이 다 이런 작업들을 앞서서 해왔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아마도 고대의 인류들은 생존을 위해 투쟁으로써 이런 노력을 해오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만나본 적 없는 미지의 상대를 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떨리는 일이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성품이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처음 접해보는 상대하고는 이제부터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느냐가 전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기 나름이니까.
그런데 인류는 어디에서 배워먹은 못된 버릇인지, 그런 미지의 상대와 조우할 때마다 어느 한 쪽이 심각하게 손해를 보거나 착취를 당하는 쪽으로 결론이 맺어지곤 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노예가 되었고, 개척자와 모험가들의 뒤를 이어서 나타난 것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약탈자들이었다. 이런 역사는 영화 속에서 주요한 갈등의 한 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몇 문장으로 요약을 할 수 있다. (1) 우선 누군가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의 사고까지도 영향을 준다. (2) 처음과 마지막을 한 번에 생각하고 구사할 수 있는 존재들인 영화 속 외계인들은 그래서 시간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3) 주인공은 그런 외계인들의 언어를 배워가면서 시간에 관해 좀 더 확장된 이해(일종의 예지)를 갖게 되었다.
주로 사용하는 말이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경험적으로도 옳다. 예컨대 박사모나 애국보수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습관이 익숙해지면, 정말로 그걸 믿고 따라가게 된다. 광장에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노인들은 원래부터 어딘가 악한 면이 특별히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말의 세례와 세뇌를 받아 확신범이 된 것 뿐이다.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원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문자를 고안해 낸 것은 탁월했다. 이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포인트. 시작과 끝이 있는 단어의 나열 형태가 아니라, 처음도 끝도 없는 원 안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한 글자 문장이라니. 천재적이다.
하지만 외계인의 언어를 배워가면서 루이스가 갖게 되는 특별한 능력 부분은 구체적인 연결점이나 설명이 부족하다. 사실 이건 영화 전체의 마무리 부분이 갖는 약점이다. 뭔가 제대로 벌려 놓았는데 좀 서둘러 마무리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영화가 갖는 한계(영상으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를 느꼈던 게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루이스가 외계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루이스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동시에 배우는 작업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장면만큼 탁월하게 보여주는 영화도 없지 않나 싶다. 깨달음은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의 것이고, 오직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판단하기만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알고 있는 것 이외에 새로이 제시할 것이 없는 법이다.
눈과 귀보다는 머리를 자극하는 영화. 확실히 원작 소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들게 만드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