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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전규환 감독, 조재현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정씨’라고 불리는 주인공(조재현)은 척추장애인(일명 꼽추)이다. 음침해 보이는, 아마도 공영 영안소의 한 귀퉁이에 살며 일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직업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겨우 몇 사람만 아는 척을 해 줄 뿐. 그 중 한 명이 배다른 형제인 동배(박지아)인데, 그는 타고난 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깊은 슬픔과 괴로움으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은, 마침내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2. 감상평 。。。。。。。
영화에는 사는 것 자체가 괴로움인 사람들이, 아니 그런 사람들만 등장하는 것 같다. 낡은 영안실이라는 음침한 배경에, 하늘은 늘 흐리고, 단 한 사람도 명랑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 우울한 기운.
우울함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그것을 지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더디게 만든다. 그들의 몸만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까지도.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처럼 뛰지 않는다. 느릿느릿 걷거나 움직일 뿐. 어쩌면 영화 제목인 ‘무게’는 그런 무거운 삶의 무게를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런 무거운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달리고 싶었다. 정씨의 상상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벌판을 달리는 자전거 장면은 이런 심리를 반영한다.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햇살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그는 그럴 수 없다. 아마도 피와 소독약 냄새로 가득했을, 그만의 공간인 어두침침한 시설 안을 제외하면.

영화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등장인물들도 그렇고, 사건도 별다른 게 없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리 넓지 않은 시체안치실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배우들도 그다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마치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모든 것이− 시간까지도 − 느려진 것처럼.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고립된 상황에서,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 쉬운지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삶이라는 것 자체가 어지간히 무거운데, 그걸 함께 들어줄 사람마저 없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늙는다) 점점 더 무거워지지 않겠는가.
크리스마스 저녁에 보기엔, 좀 지나치게 우울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