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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
헨리 나우웬 외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들 중 하나는,
우리가 이전 어느 때보다도 세계의 고난과 고통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으나
그것에 반응하는 비율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요약 ]
인간은 과연 긍휼을 베풀기를 좋아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기꺼이 긍휼을 베풀기 좋아하는 부류에 넣지만, 왜 여전히 이 세상은 폭력과 분열, 외로움, 상처로 찢겨지고 있는가. 헨리 나우웬은 긍휼이란 상대방과 함께 고통받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알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피하고 싶은 것으로 여긴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긍휼이란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긍휼이야말로 우리가 온전히 회복해야할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긍휼을 통해 우리의 인간성이 충만한 데까지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긍휼에 대해 먼저 서술한다.(1부) 하나님이야말로 진정한 긍휼을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기꺼이 우리와 함께 고통을 받으시기 원하시는 분이다. 우리 주님은 우리와 함께하시기 위해 자신을 비우시고 우리 곁에 오셨다. 예수님의 이 낮아짐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제자이다. 그리스도를 본받게 되면 우리는 이제 경쟁적인 우리의 본성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긍휼을 베풀며 살 수 있게 된다.
2부에서는 긍휼이 실제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긍휼은 자신의 약점을 기꺼이 내보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긍휼을 가진 사람은 자발적으로 ‘안정’으로부터 ‘불안정’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들은 결코 ‘평범한 한 사람’으로 적당히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긍휼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3부) 이 훈련은 인내와 기도, 그리고 실제적인 행동으로 특징 지워진다. 그들은 조급함에서 벗어나 충만한 시간을 살아가게 되며, 기도를 통해 자신을 하나님께 내어드린다. 또, 악에 대해 정면으로 싸워나가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다.
[ 감상 ]
언제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헨리 나우웬의 책. 이번 책에서 그는 이 세상에 가득 차 있는 악의 문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자체가 형이상학적인 원리들의 무미건조한 나열들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우웬의 책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그는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실제적인 고통과 불의, 슬픔의 원인을 고민한다. 그가 내리고 있는 진단은 사람들이 긍휼이란 것을 베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긍휼을 갖도록 해야만 한다. 과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성직자로서, 헨리 나우웬은 사람의 원래 모습에서는 도무지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없음을 인정한다. 인간은 누구나 너무 경쟁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님의 긍휼에서 배울 것을 요청한다. 그래야만 이 상황에 반전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말하는 것처럼 직접 살고 있는 헨리 나우웬이기에,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과 다른 부분을 읽더라도 쉽게 저자를 추궁할 수 없다. 사실 그들이 갖는 불만이란, 그의 말이 지키기에 너무 어렵다거나,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원래 사람들은 자기보다 높은 이상을 갖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인 경외감을 품기 마련이다. 이번 책도 거의 비슷하리라. 헨리 나우웬은 아예 사람들에게 경쟁심을 버리고, 하나님이 보여주신 긍휼의 삶으로 들어올 것을 초청하고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우웬이 제시하는 길과 이상들은 - 그의 사고의 근본인 성경이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 이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들과는 거의, 아니 정반대에 서 있다. 나 역시 경쟁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왔고, 내가 나의 삶을 계획하기를 원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진정한 긍휼의 자리로 가기 위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멀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고통을 받기 위해, 지금의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더 낮은 자리로 움직이는 것. 책을 일고 난 뒤 머릿속은 고민들로 가득 찬다. 결국은 내가 나가야 할 자리가 그 곳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그 자리를 향해 발을 내딛을지도 모르겠다.
헨리 나우웬의 다른 책보다, 약간 문장들이 깔끔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번역자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아닌데, 어딘가 사람을 쭉 빨아들이는 면이 좀 부족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약한 자와 함께하고 그들을 위로하며, 불의와 싸우는 것 자체가 그리스도인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자칫 소위 ‘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이들의 오류 - 인간의 현실상태 개선을 구원과 동일시하는 -에 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물론 저자는 이 부분을 옳게 분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