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은퇴 후 하루하루 하릴 없이 동네 도서관을 다니며 소일하고 있던 스고우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자신처럼 은퇴한 기리미네를 만나면서 극락 컴퍼니가 시작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회사놀이. 오직 회사밖에 모르며 살았던 그들로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을 보낸다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었기에, 일종의 가상의 회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양식미를 즐기는 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실사판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어설픈 계획이 놀랍게도 인근의 수많은 퇴직자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게 된다. 곧 놀이는 하나 둘 지사까지 내며 확장되기 시작했고, 전국적인 신드롬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조금씩 이 놀이에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중 한 명은 스고우치의 아들 신페이였다.

 

 

2. 감상평 。。。。。。。

 

     일단 재미있다. 이런 종류의 가벼운 소설을 손에 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제대로 충족시켰으니, 뭐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장난처럼 시작한 은퇴자들의 놀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확대되어 전국적인 유행으로 발전해 가는 장면은, 마치 내가 그 놀이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신이 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몇 가지 더 흥미를 끌만한 코드를 집어넣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 ‘회사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아가 회사’, 혹은 사업이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제법 무게감 있는 질문이 이야기 속에 적절히 섞여있다.

 

 

     ​이 질문들에 대한 탁월한 통찰이 담긴 대답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인생의 지혜가 담긴 몇몇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이야기 초반 스고우치와 기리미네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회사의 이념을 정하는 부분에서 등장한다. 스고우치는 현역 때와는 달리 우리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회의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건설적인 시간보내고 있음을 깨닫고는 기뻐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하면 줄을 잘 타서 승진을 할까, 어떻게 하면 경쟁자들을 누르고 더 많은 성공을 거둘까 하는 회의에 매몰되어 버리면, 어느 순간 우리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를 묻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다. 회사가 감옥이 되고, 내 책상과 동료의 책상을 나누는 파티션이 창살이 되어버리는 건 이즈음일 것이다.

 

     하지만 스고우치와 기리미네는 회사생활에서 승진’, ‘성공을 버리고, 회사 자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두고 고민할 수 있었고, 덕분에 오랜만에 순수한 기쁨을 느끼게 될 수 있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회사란 밖에 있을 때는 들어가고 있고, 정작 들어온 후에는 나가고 싶은 그런 곳이라고. 여기에는 이런 조금은 이상적인 가치에 대한 추구가 사라지는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지만, 전개가 살짝 헐거운 부분도 보인다. 기리미네가 왜 그렇게 갑자기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된 것 같지는 않다. 또 사기사건이 발생한 후 회사놀이에 가해지는 언론의 비난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장돼 보인다. 작가가 좀 얼버무린 듯한 느낌.

 

     ​회사생활도 회사생활이지만, 그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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