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국가 일본 - 무너져가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스플래터 이매지네이션
다카하시 도시오 지음, 김재원.정수윤.최혜수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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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호러론이라는 이름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문예평론가인 저자는 호러라는 장르를, 한 사회의 카타스트로프를 상징/표현하는 문학적 현상으로 본다. 각종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쌓이다가 마침내 내부로부터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할 때, 호러소설 또한 급성장하는 것이 그 증거.

 

     이런 내부붕괴는 그 사회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흔히 쉽게 은폐된다. 그것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증거니까. 내부를 일종의 성역으로 만들고 모든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전략(예컨대 종북타령이나 광적 매카시즘, 모든 문제를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돌리려는 식의 태도)은 단골메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호러소설들이다. 그들은 은폐의 총력전속에서 스스로 무너져 가는 내부를, 각종 파괴적인 이미지들로 폭로해낸다.

 

     나아가 좋은호러소설은 괴물의 존재를 통해 단순히 괴물을 없애야 한다가 아니라 결국 인간이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일종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2. 감상평 。。。。。。。

 

     단순히 오싹한 장면으로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정통적인 문예비평. 물론 그래도 여전히 이쪽 장르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뜯어보고 나면 확실히 다르게 보이긴 할 것 같다.

 

     호러소설이 사회의 내부붕괴를 표현하는 문학적 행동이라는 지적은 흥미롭다. 나아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일종의 저항, 투쟁으로서의 호러에까지 이르면 오호 하는 감탄사가 나오기까지 한다. 물론 모든 호러소설이나 영화가 이 책이 말하는 것 같은 문학적, 사회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책 속에도 종종 지적되듯, 많은 경우 그저 귀신이나 괴물을 등장시켜 깜짝 놀래키거나, 문제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헛다리를 집거나 하는 식이니까.

 

 

     일본의 호러가 이런 기능을 한다면, 그와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곧 호러의 전성기가 오게 될까?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뉴스가 더 이상 드물지 않게 되었고, 사회 전반에 걸쳐 우울정이 확산된 지 오래다. 빈부격차는 점점 심각해지고, 갑질이니 흙수저니 하는 서글픈 용어들은 뉴스까지 점령해버렸다. 학교와 가정이 무너지고, 회사 역시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 모든 걸 완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은, 언젠가부터 사익추구와 개인적 욕망 달성에 목을 매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도 이미 카타스트로프가 시작되어버린 것 같다.

 

     몇 년 전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물이라는 영화는 확실히 그런 내부붕괴 사회의 단면을 담아 낸 감이 있었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엉망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여고괴담은 학교 현장의 붕괴를 보여주는 괜찮은 호러영화였고. 다만 일본의 예와는 다르게 호러소설이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굳이 소설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실이 소설같기 때문일지도..

 

 

     총 아홉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엔 좀 산만한 느낌이다. 중반을 넘어가면서, 호러가 가지고 있는 체제 폭로와 비판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부터는 확실히 읽을 만하다. 현실을 담아내는 문학비평은, 그저 철학적이고 문학적 담론들만 담으며 어려운 말만 잔뜩 써 놓는 일반적인 비평보다 더 흥미진진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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