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제일 F&B라는
이름의 식품유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미례(고아성). 벌써 반
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지만, 회사에는
언제까지라고도 확실히 말해주지도 않은 채 막연히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만 그녀를 달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서의 과장으로 일하던 김병국(배성우)이
일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광수대
형사인 종훈(박성웅)이
사건을 맡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 한결같이
김 과장에게
그런
조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도리어 그를 두둔하던 동료들은, 사실
만년 과장이면서 그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꾸역꾸역 하기만 하는 그를 은근히 비웃으며 따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김 과장이 범행 당일 밤 다시 회사로 들어오는 장면이 찍힌 CCTV. 하지만
다시 나가는 장면은 없었다. 곧
동료들이 한 명씩 죽어가기 시작하고, 영화는
급격히 공포 분위기로 변해간다.

2.
감상평 。。。。。。。
영화 초반까지는 배우 배성우의 인생작품이구나 싶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영화는 고아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영화 초반, 그
굉장히 복잡한 심경을 표정 하나로 보여주는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꽤나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
고아성의 연기력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갈 만한 힘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적잖이
연기 내공을 쌓은 배우들 옆에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하고..
영화 자체는 상당히 몰입감 있게 진행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무실(오피스) 공간
안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게
단조롭게 느껴질 겨를이 없다. 감독은
계단 층계, 화장실,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사무실 공간과 책상 아래 등, 이
제한된 공간 안의 다양한 장소들을 카메라로 비추면서 잔뜩 긴장감을 부여하며 이끌어 나간다.
영화 속에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인 심령현상이나 기괴한 모습의 분장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별 고민
없이 제작되는 영화의 특징인 과도한 폭력이나 잔혹한 장면들도 최대한 절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강력한 공포감은 그래서 철저하게 심리적인 부분에 기인하는데, 이런
심리적인 공포는 아주 익숙한 환경과 대상으로부터 나올 때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오피스룸, 사무실은
인간보다는 일을 위해 디자인되고 운영되는 공간이다. 그리고
공간의 특성은 사람들의 사고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기에,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저 조직의 목표(실적)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철저하게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있는 직급 구조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의식하도록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포용보다는 배제의 대상이 되고 만다. 영화 속
공포는 어쩌면 이런 회사라는 조직의 비정함을 극화시킨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무시하고 배제한 존재가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는 상황은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니까.
하지만 현실 속에는 김 과장이 회사에 나와 있다는 말보다 훨씬 더 무서운 소리들이 넘쳐난다는 게 함정. 부하직원들에게는
실적 압박하는 부장의 막말이, 인턴들에게는
정직원 채용에 실패했다는 통보가, 대리점
점주들에게는 물량 떠넘기는 본사 영업직원들의 강요가 아마 훨씬 더 공포감을 일으킬 것이다. 우린 참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꽤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무거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지나치게 그런 식으로 해석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일들과 인물들의 착각 등이 뒤섞이면서 상업영화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다만 이
와중에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잘 만들어 놓은 분위기를 흩트려 놓지 않았나 싶기도..)
간만에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잘
만들어진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