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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1.
줄거리 。。。。。。。
가상의 도시 S시(市). 그곳에는
세령호라는 이름의 호수와 댐이 있었다. 전직
야구선수였던 현수는 그 댐 관리소 경비를 담당하는 보안팀의 새로운 팀장으로 부임할 예정이었고, 영제는
그 댐 인근의 땅과 수목원을 소유하고 있는 동네 유지이자 시내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였다.
영제는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돌아가야 하는 광적인 소유욕과 폭력성의 결합체였다. 그런
영제로부터 아내인 하영은 도망쳐버렸고, 그것이
또다시 영제를 자극하면서 집에 남은 어린 딸 세령(호수와
이름이 같다. 원래
호수 아래 수몰된 세령마을에서 따온 이름)은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다. 어느
날 밤 학대를 피해 도망쳐 나온 세령이 부임 전 관사에 들리러 왔던 현수의 차에 치고 만다.
자신의 완벽한(?) 삶을
망친 범인을 찾아 복수하려는 영제와 현재와 과거의 나쁜 기억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현수. 그리고
현수와 같은 보안팀에서 일하며 이들 사이에 일어난 일을 지켜보는 승환, 세령
또래인 현수의 아들 서원과 아내인 은주 등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소설은 흡입력 있게 전개된다.
2.
감상평 。。。。。。。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스릴러다.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힘이 있고, 캐릭터들은
선명하다. 작자가
만들어 낸 가상의 도시와 댐은 실감나고,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시점의 이동에 액자식 구성은 500페이지가
넘는 작품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조화되어서 달려가고 있는 결론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끝까지 유지되던.. 나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나 보다.
이 작품의 장점은 역시 캐릭터에 있다. 분명
사고로 세령을 죽인 것은 현수이고, 영제는
그의 아버지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이라면 그것이 비록 불법적인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작가는
그런 정형화된 상황을 비틀어버린다.
딸의 복수를 위해 나선 아빠는, 사실
지독히도 자기중심적이며 남의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소시오패스에 가깝고, 딸은
그런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때문에
독자는 좀처럼 영제에게 정서적 일치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현수 캐릭터는 좀 다른가 싶지만, 이쪽도
거리감이 느껴지기는 마찬가지. 물론
태생적으로 악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현수라는
인물의 우유부단함과 미숙한 판단력은 사건을 점점 키우는 원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이 두 주인공들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서 관찰을 하게 되는데, 작품
속에서 이런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승환이다. 그런데
또 공교롭게도 이야기는 승환이 소설의 형식으로 남긴 기록을 보는 식이라는 것. 작가의
섬세함, 혹은
치밀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야기 전개의 흥미로움에 관해서는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결말부에
관해서는 사람에 따라 좀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는 듯싶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결말이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도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어떤 것이 예상이 가능하다는 말은 충분히 자연스럽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요샌 반전이라는 게 유행해서 독자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불쑥 사건의 진실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난
아직 구닥다리인지 제시되지 않은 단서에서 나오는 결말은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 정도의 결론은 썩 괜찮지 않았나 싶은 게 내 생각. 물론
또 다른 종류의 임팩트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간만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외국계
번역 소설들과는 또 다른, 쫙쫙
와 닿는 느낌. 작가의
또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