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조선 중기 연산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 연산 융(김강우)은
관련자들을 일거에 처단하며 단숨에 왕권을 강화하지만 곧 주색에 빠져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왕에게
아첨을 하며 실권을 쥐게 된 임사홍(천호진), 임숭재(주지훈) 부자는, 왕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전국의 미인 만 명을 뽑아 ‘흥청’이라는
사상 초유의 조직을 만들기로 하는데..
사연을 가진 채 입궐한 단희(임지연)와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해 내고 막으려는 임숭재, 갈수록
광기를 더해가는 왕이 벌이는 피범벅 잔치. 여기에
맨살을 잔뜩 드러낸 여자들이 나오는 건 역시 관객의 눈을 끌기 위한 요소였던 걸까.

2.
감상평 。。。。。。。
영화와 관련된 소문은 여배우들의 노출이 강조되었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남성적 느낌이 물씬 드는 선 굵은 작품이었다. 주연을
맡은 김강우와 주지훈의 연기는 묵직하게 영화 전체의 무게를 잡고 있고, 화려한
화면구성은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전작이었던 ‘인간중독’에서
어색하기 그지없는 발성과 연기력으로, 그냥
몸으로(?) 기억되는
수준이었던 임지연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약간 나아진 연기를 보인다. 하지만
아직 발성 부분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상황.. 여기에
임지연과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이유영의 연기변신도 흥미로운데, 전작인
‘봄’에서
순박한 시골 아낙 역할을 했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빛부터 달라졌다. 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나왔다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나..;;

영화는 확실히 야하다. 음란서생으로
시작된 야릇한 사극의 분위기는 방자전을 통해 야한 사극으로 정립(?)됐고, 이젠
이 정도 노출은 아무것도 아닌 양 그렇게 여겨지기에 이른다. 중국영화
황후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젖가슴이
거의 드러나는 형태의 전통의상(이게
한복인지 모르겠다)을
입은 궁녀들은 물론이고, 아예
다 벗고 나오는 배우들도 적지 않으니까. 물론
연산군의 방탕함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게
꼭 이런 식일 필수불가결한 건 아니니까. 앞서도
언급했듯 상업영화로서 눈요깃감을 넣어야 하는 이유가 좀 더 솔직한 대답은 아닐지..
근데 그냥 노출 영화로 묻히기엔 김강우와 주지훈의 연기가 아깝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과, 그런
인물을 곁에 두고 광기로 가린 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충돌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감독은
임숭재라는 인물을 단순히 악한 캐릭터를 넘어 좀 더 고민하도록 만들었고, 짝짜꿍이
되어 함께 움직이는 것 같은 두 사람은 사실 미묘하게 결을 달리 하며 각자의 필요를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관계가 된다. 물론
이 부분이 아주 대놓고 묘사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더 마음에 드는 점.

실제 역사 속에서는 임숭재보다 그의 아버지인 임사홍이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된다. 영화
속 권력을 위해 비굴한 모습을 굳이 감추지 않았던 그는, 실제로는
젊었을 때부터 꽤나 패기 있는 신하였던 것 같다. 연산군의
아버지인 성종 대에 두루 관직을 거쳤고, 사헌부에서
일을 할 때는 왕실 종친과 결탁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을 처벌하자고 건의하기도 했고, 재상이라도
금령을 어기면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나...
채홍사의 일도 그리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가 (뽑기는
뽑았는데 기준에 맞는 미인이 없으니 안 되겠다는 상소를 올렸다고.. ㅋㅋ) 연산군에게
위협까지 당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일에 좀 더 열심히 나선 건 영화 속 주지훈이 맡았던 임숭재였는데, 실록에
따르면 그는 중종반정이 일어나기 한 해 전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영화
말미에는 확실히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된 셈.
감독 자신도 영화가 지나치게 노출 쪽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듯한 인터뷰를 봤다. 사실도
그런 게 이런 부분의 분량이 쓸데 없이 길어져서 영화 전체의 밸런스가 살짝 삐끗하는 느낌을 주기까지 하니까. 차라리
과감하게 줄이고 좀 더 몰입감 있게 만들었더라면 작품성도 인정받으며 흥행에도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뭐
두고 볼 일이다.
다행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명작이라기엔
아쉬운 부분이 꽤나 보였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