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독재자' 중

 

 

, 당신이 지금 북한,

그러니까 공식명칭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통수권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럼 지금 당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1.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화 시키는 것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선의나 호의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기반을 흔들 수 있는 문제가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모든 종류의 민란이나 혁명은

절대다수인 피지배층의 생활수준이 임계점 이하인 상태로

장시간 유지되었을 때 발생해 왔으니까.

 

2. 숭고한 사회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는 것

알다시피 북한은 사회주의 낙원이 아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건 북한 주민과 통치계층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는 진작 실패했고,

정치적 차원에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된 적도 없다.

 

3. 통치자의 안위와 부귀

아마도 이것이 북한 통치자의 당면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물론 다른 이유들이 아주 없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김정은이 어떤 숭고한 대의를 위해

통치하고 있다고 볼만한 지표나 증거는 없다.

(물론 이건 우리라고 해서 딱히 다른 것 같지도..;;)

 

 

 

남한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북한 리스크다.

그런데 이건 북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한 리스크를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기에서 질문.

북한 통치자라면 노무현이 좋을까, 이명박, 박근혜가 좋을까?

흔히 생각하기로는 당연히 노무현쪽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북한 통치자로서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정부가 남한에 들어서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북한 쪽이 선택하고 있는 건

오히려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소위 보수정당에 유리한 행동들이었다.

물론 보수정권과 손잡고 잘 해보자는 식은 아니다.

괜한 군사적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도발들을 저지르는 식이다.

그러나 그렇게 도발을 하면 할 수록

표심은 보수정당 쪽에 유리하게 된다는 걸 그들이 모를까?​

 

지난 1997년 이른바 총풍사건이라고 불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여당 대선후보인 이회창씨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북한 쪽에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들켜버렸다.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면

국민들의 표가 보수색을 띤 자기들에게 올 것이라고 판단 한 것.

김영상 정권의 행정관 3인은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는다.

뭐 지금도 계속해서 그런 공작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공작 없이도

북한은 계속해서 비슷한 개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북한 정권, 통치자들의 제일목표는

자기안위의 보장, 그리고 손에 쥔 부귀를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물론 통치자가 잘 먹고 잘 살려면 경제가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꼭 경제가 발전하지 않아도,

통치자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아프리카 독재자들은 나라가 발전해서 잘 먹고 잘 살던가)

이점에서 북한의 정권 엘리트들의 생각은

우리의 비슷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과 아주 비슷해진다.

 

오히려 빠른 경제발전에는 위험도 따른다.

경제발전에는 자유로운 재화의 교환이 거의 필수적인 요소인데,

이 때 단지 돈과 상품들만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말과 생각, 사상의 교류도 일어난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위대한 수령이 그다지 위대하지 않다는 것도,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그닥 경애할 만한 면모가 없다는 것도

여기저기 전해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발전된 외국, 특히 가까운 남한의 모습이 알려지게 되면

자신들의 실상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보의 통제와 검열, 조작으로 유지되는 정권으로서는

굉장히 위협적인 상황이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바로 이점을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남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북한 통치계층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북의 적극적인 교류는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통치계층은 인민들이 좀 굶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지나친 기근만 아니라면 오히려 이쪽이 통제하기에는 좋다.

마치 이쪽에서 끊임없는 취업불안, 고용불안을 미끼로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북한 지배층이 선택할 대상은 분명하다.

정권의 안정적 유지만을 제일 목표로 두고 보면

노무현보다 박근혜를 상대하는 게 더 안정적이다.

서로 웃으며 일을 해 나가는 게 가장 좋지만,

이익만 확실하다면

인상 쓰면서도 함께 일은 해 나갈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직접적인 대북지원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25조원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했던 지난 2007년에도

무상지원은 2천억이 채 되지 않고,

식량차관까지 합쳐도 3,500억 원을 넘지 않는다.

(민간차원의 지원은 7백억에서 9백억 사이다)

결코 적은 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총생산의 1.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돈을 얻자고 정권의 위기를 감수할 정도로

북한 권력자가 바보는 아니다.

더구나 최근 몇 해 동안 북한의 경제는

아주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모두 통일부 홈페이지의 자료를 참고로 계산했다)

 

물론 북한에서 이렇게 판단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컨대 긴장관계가 전면적인 무력충돌로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전쟁을 먼저 일으킬 생각은 없다.

남북한 모두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는

잃어버릴 것이 더 많다.

특히 양쪽의 기득권층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 쪽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안보를 팔아서 기득권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이들이

자칭 보수라는 이름으로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박혀 있다.

이 두 세력이 마주하고 있으면

직접 눈짓을 주거나 허벅지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짜고 치는 고스톱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양쪽에 썸씽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

구도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적당히 긴장관계를 유지해서 내부단속을 하고

협상을 통해 그때그때 유리한 대가를 얻어내는 게

가장 현실적이면서 적절한 방식이다.

북한이 지금 하고 있는 게 정확히 이것.

 

 

 

노무현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랐고,

이명박, 박근혜는 현상 유지를 원했다.

그리고 북한의 절대권력자는 통일이 되어봐야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당연히 보수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현상유지를 바라는 양쪽의 이해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결국 김정은의 친구는 노무현이나 그 후계자들이 아니라

이병박, 박근혜 같은 쪽이다.

이쪽이 변수가 적고, 상황을 통제하기도 편하다.

당장 미사일 몇 개 쏘기만 해도

우리 쪽에서는 포대 하나에 2조원씩이나 되는

비싼 무기를 들여와야 한다고 호들갑이 아닌가.

모형비행기 하나만 띄워도

수십억 원짜리 외국제 무기 사달라고 하는 판이니..

이보다 데리고 놀기 편한 상대가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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