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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의 재판 - 가리옷 유다의 시복재판에 관한 보고서
발터 옌스 지음, 박상화 옮김 / 아침 / 2005년 6월
평점 :
1.
줄거리 。。。。。。。
1960년
한 신부가 가리욧 유다(가룟
유다)에
관한 ‘복자
추대’를
요구하는 청원을 했다. 복자란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공경받는 사람들이 되기 전 단계쯤 된다. 한
때 예수의 제자로, 스승을
팔아넘기고 자살했던 그 배신자 유다에 대한 재평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었다. 황당한
요구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절차에 맞게 올라온 청원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라 예루살렘을 담당하던 대주교를 재판장으로 한 예비심의가 열린다.
1년
넘게 이어진 이 재판에서 결론은 청원자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것이었고, 그
재판의 과정은 수 천 페이지가 넘는 문서로 정리되어 교황청으로 넘겨졌다. 작중
화자인 ‘에토리
P’는
교황청의 관리로 이 재판의 결과를 요약해서 교황청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고, 이
책은 그 재판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2.
감상평 。。。。。。。
물론 실제로 이런 재판이 공식적으로 열리지는 않았다. 일종의
팩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이 가공의 이야기를 통해 유다의 정체를 ‘배신자’에서
‘박해받는
소수’로
전환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심리적, 문학적, 나아가
신학적 논증들이 동원된다. 물론
책 속에는 이런 경향에 반대하는 인물의 목소리가 등장해서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인 듯한 인상을 주려고 하고 있다. 바로
신앙검찰관이다.
하지만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는 그저 전통만 고수하려는 모습일 뿐이라 상대적으로 나머지 인물들보다 덜 몰입되도록 유도되고
있다. 때문에
역자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재판의 최종결론이 나오지 않았을 뿐 책은 명백히 한 쪽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종교재판(일반적으로
떠올리는 –
이단과
불신자들을 향한 공격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종교적인 교리를 두고 내부에서 벌이는 판단)의
외형을 두고 있지만, 결국
말하려는 건 권력에 의해 공격받는 약자에 대한 옹호, 혹은
변호다. 시도는
좋다. 사람들에게
쉽게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
다만 그 소재가 적절했느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과연
유다가 그런 인물이었을까? 소설적
허구와 과장이 개입되었음은 충분히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억측은 애초의 목적 –
현실적인
인물이나 소재를 통해 특정한 교훈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
장점을 잃어버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책에서
옹호되고 있는 유다는 실재했던 유다가 아니라 철학자들의, 혹은
소설가들의 유다일 뿐이니까.
책 속의 한 구절이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 기발한
가정은 그것을 생각해낸 사람의 머리가 대단히 명민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