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 - '제국'에 맞서는 보편주의 윤리를 찾아서 What's Up 1
알랭 바디우 지음, 현성환 옮김 / 새물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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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신약성경에 포함되어 있는 바울 텍스트를 철저하게 비종교적인 문맥에서 읽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스스로를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자부하는 저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그가 당시 로마 제국으로 대변되는 전체주의적 사상과 문화(여기에 유대주의도 포함된다)에 대항해 일종의 특수성(책에서 이는 주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을 강조함으로써 저항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전체에 걸쳐서 바울이 선언했다고 생각하는 주체성에 대한 강조가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아래에서 하도록 하겠다.

 

 

2. 감상평 。。。。。。。  

 

     '제국의 권력에 맞서 싸우는 투사 바울'이라는 책 뒷표지의 홍보문구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제국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의 정치적, 군사적 세력으로서의 제국이라기보다는 거의 철학적인 차원에서의 제국즉 비유적인 표현으로서의 제국이다. 따라서 바울이 했다고 설명되는 투쟁도 철저하게 철학적인 차원에서의 투쟁일 뿐이지, 딱히 실제적인 무엇을 했다고 하기 애매하다. 저자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주체성을 회복하는 게 투쟁의 내용이라는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바울 텍스트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울의 편지들은 철저하게 현실 위에 기반하고 있다. 각각의 편지들은 특수한 상황과 사례들 위에 올려져 있으며, 그 사례라는 것은 철학적 논쟁이 아니라 교인들 사이의 분열과 다툼, 새롭게 만들어진 공동체 안에서의 권위 문제, 그들의 신앙을 떠받혀 주는 교리에 관한 조언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실제적인 차원을 모두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철학적인 사유로 전환시킨다.

 

     요컨대 바울은 시장의 언어로 편지를 썼지만, 저자는 그걸 철학자들의 언어로 개작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바울의 분명한 지시들마저 모호한 주체성에 대한 강조로 변질되고 있고, 이는 주체성에 대한 강박관념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바울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읽어내려는 시도 자체는 뭐라 하기 어렵지만, 그의 이름과 용어만 빌린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건 좀 부당해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바울은 사상가이자 시인, 투사(13)이다. 물론 바울에게 그런 면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쓴 편지들의 또 하나의, 아니 가장 중요한 축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도가니 속 불순물’(12), 또는 우화’(16)로 여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질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바울의 종교적인 언설들을 비유적인 것으로 설명하는 시도까지도 보여주는데, - 요컨대 바울이 그토록 강조하는 예수의 부활을 단지 가능성의 선언으로 해석해 버리기도 한다(170). 그러나 이건 명백히 바울의 생각과는 다르다 이쯤 되면 지금 저자가 말하는 바울은 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울의 좀 더 실제적인 정치사상이나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보다 브라이언 왈쉬가 쓴 제국과 천국이란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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